승점 3점은 아니지만 AS로마는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AS로마가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FC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로마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MSN라인을 총동원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로마는 철저히 수비 위주의 전술을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은 에딘 제코를 중심으로 이아고 팔케와 모하메드 살라를 좌우측면에 배치하는 스리톱체제였지만 수비시에는 사실상 텐백에 가까웠다. 가장 꼭짓점에 위치한 제코가 하프라인보다도 한참 아래에서 수비하는 것만 봐도 로마가 어떤 전술을 들고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팀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수비적인 태세를 취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놀랄 점도 아니었지만 로마의 전술은 조금 더 견고했다. 사실상 포백라인의 간격을 최대한으로 좁히며 사실상 중앙수비를 4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양쪽 윙 포워드를 한참 아래로 내리며 측면수비를 담당하게 하였다. 중앙에 위치한 세 명의 미드필더는 좌우로 활발히 뛰어다니며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중앙으로 볼 투입하는 것을 최소화했다.

효과는 완벽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에게 플레이메이킹을 맡기며 로마를 공략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메시는 자신이 즐기는 원투패스에 이은 슈팅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패널티박스 중앙으로 패스를 주기에는 수비진들이 너무 많았다. 이날 네이마르의 컨디션도 썩 좋지 못해 측면에서의 공격도 활발하지 못했다.

로마가 사실상 텐백전술을 사용했다고 해서 공격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공을 가로챈 뒤 모하메드 살라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을 자주 이용했다. 살라는 전반내내 특유의 스피드를 발휘하며 바르셀로나 수비진들을 위협했다. 스피드하면 밀리지 않는 호르디 알바도 이날만큼은 살라를 따라가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후반 초중반까지 알바는 살라의 역습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장기인 오버래핑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살라의 스피드 하나로 로마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AS로마의 동점골 장면 역시 바르셀로나를 잘 파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아레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뒤져있던 전반 31분 알레산드로 플로렌지가 역습상황을 활용해 하프라인 우측에서 초장거리 슈팅을 시도해 동점골을 터트렸다. 테어 슈테켄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감각적인 킥력을 십분 발휘했다. 바르셀로나의 스타일상 골키퍼까지 빌드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많이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살라의 드리블 돌파와 나잉골란의 중거리슛 등이 터지면서 여러 차례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위협했다. 아쉽게도 번번이 골문을 외면하거나 슈테켄의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충분히 바르셀로나도 해볼 만한 상대라는 것을 입증했다. 슈체즈니 골키퍼의 부상으로 인해 교체카드 한 장을 버리지만 않았다면 상황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경기장 안에서 제대로 실현한 AS로마는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충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좋은 선수들을 임대로 영입하며 한층 좋은 전력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AS로마가 예상외의 탄탄함을 보여줌에 따라 바르셀로나의 독주가 예상됐던 E조도 혼전으로 빠질 가능성이 생겼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결과(17일)
AS로마 1-1 FC바르셀로나
디나모 자그레브 2-1 아스날
첼시 4-0 마카비 텔 아비브
디나모 키에프 2-2 FC포르투
발렌시아 2-3 제니트
올림피아코스 0-3 바이에른 뮌헨
KAA 헨트 1-1 올림피크 리옹
바이엘 레버쿠젠 4-1 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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