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유택 관전평] 오리온스의 ‘호랑이 잡기 대작전’…핫스팟은 하이포스트
이미지중앙

고양 오리온스가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에서 고려대학교를 93-68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 : 고려대학교 68-93 고양 오리온스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의 우승컵의 주인공은 고양 오리온스였습니다. 당초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됐지만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아마 최강’ 고려대학교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KBL 1, 2위팀 모비스와 동부, 호화 멤버로 구성된 상무를 제압하던 때와는 달랐습니다. 그만큼 오리온스가 고려대를 맞아 준비를 잘했다고 볼수 있겠죠. 2년 전 ‘두목 호랑이’였던 이승현은 소속팀을 바꿔가며 두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오리온스의 ‘호랑이 잡기 대작전’…핫스팟(Hot spot)은 하이포스트
이날 오리온스는 고려대의 지역방어를 효과적으로 공략했습니다. 이번 대회 짜임새 있는 존 디펜스로 재미를 봤던 고려대가 의외로 무기력하게 무너진 이유입니다. 결국 2-3 지역방어의 아킬레스건은 하이-포스트였는데요. 슈팅력을 갖춘 포워드들이 다수 포진한 오리온스는 이승현-김동욱 등이 로우(low)에서 하이(high)로 올라온 볼을 연거푸 미들슛 득점으로 성공시키며 고려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전정규-허일영의 외곽 지원 사격까지 더해진 오리온스의 화려한 공격력은 이번 대회에서 고려대가 이제껏 상대한 팀들과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고려대 입장에서는 준비했던 게 통하지 않았을 때, 수비에 좀 더 변화를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비단 레귤러한 지역방어뿐만 아니라 강한 프레스를 통한 ‘뺏는 수비’라든지, 매치업의 요소를 강화한 변칙적인 존 디펜스 등 조직력이 좋은 고려대가 쓸 수 있는 다른 무기를 꺼내들었더라면 한번쯤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지점을 만들수도 있지 않았나 싶네요.

이미지중앙

오리온스 이승현이 22일 고려대 문성곤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두목 호랑이’를 잊었나
전날 관전평([김유택 관전평] 프로팀이 대학에 자꾸 잡아먹혀도 되나요? 참조)에서 오리온스의 우승 여부는 결국 ‘이종현 공략’에 달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종현은 이날 4점 7리바운드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이날 이종현의 매치업 상대는 2년 전 고려대의 ‘두목 호랑이’ 이승현이었습니다.

단순히 신장만 놓고 보면 이날 이종현의 매치업 상대는 장재석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의 파워가 충분히 이종현을 상대할 수 있다고 봤고, 이승현 역시 거뜬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습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머쥔 이승현은 이날 무려 25점(7리바운드)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득점보다 수비에서 팀에 끼친 공헌도가 훨씬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현은 이날 단순히 이종현을 묶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리온스 골밑을 전반적으로 장악하며 무게감을 불어넣는 모습이었죠. 이제 프로 2년차인 선수가 어느덧 리그 전체를 휘어잡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성실한 선수인 데다 올해 광주 U-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등 자꾸 경험이 쌓이니, 농구 센스다 더욱 늘어가는 이승현입니다. 3점슛 능력도 더 좋아졌더군요. 이승현은 이날 우승과 함께 오는 9월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발탁되는 겹경사를 누렸는데요. 앞으로의 선전도 기대가 됩니다.

반면 이종현은 이날 패배로 결국 '노련미 부족'을 드러내지 않았나 싶네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이종현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은 모두 이종현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이종현 자신이 그 점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힘으로 밀고 들어가려는 생각만 할게 아니라 스텝 기술을 더 연구해 부담에 휩싸여 있는 상대를 흔들어 놓을 수 있아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탄탄한 높이를 갖춘 이종현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미지중앙

이승현이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15-16 시즌을 앞두고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은 2015-1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모로 농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 농구계지만, 활력 넘치는 대학생들과 선수단 개편을 마친 프로팀들이 한데 어우러져 농구팬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를 선사한 대회였습니다.

다가오는 시즌은 외국인선수 2명 출전, 단신 외국선수의 활약, 지난 시즌 부진했던 팀들의 선수 보강 등 볼거리가 더욱 다양해지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농구팬 여러분도 계속해서 프로농구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