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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교수감독' 김남기의 명지대 실험③ - “용병 출전 확대? 지금은 판 키울 때 아니다”
대학농구가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2012년 불거진 '스카웃 비리 파동'은 뜻하지 않게 전력 양극화 현상을 낳았고, 설상가상으로 '외국선수 출전 확대'를 골자로 한 KBL발 역풍까지 덮쳤다. 그렇잖아도 뒤숭숭한 농구계다. '프로농구의 젖줄'인 대학농구의 위기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첫 국가대표 전임감독' 김남기 명지대 감독(55)이 대학스포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 화제다. <헤럴드스포츠>가 '연구하는 지도자'로 유명한 김 감독을 만나 한국농구가 가야할 길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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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기 명지대 감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 농구계다. 16년 만의 농구월드컵 진출과 인천AG 금메달에 빛나는 2014년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재를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KBL은 좀체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프로농구도 어느덧 20년인데, 줄기차게 ‘득점과 재미 사이의 정(+)비례성’을 신봉해온 한 농구 원로는 리그가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히면서 사라졌던 ‘외국선수 신장 제한+2명 출전 제도’를 9시즌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프로농구의 젖줄’인 대학농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명문대 쏠림 현상’으로 가뜩이나 선수들의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외인 출전 확대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단순히 아마농구의 볼멘소리만은 아니었다. 지난 4월 열린 ‘한국농구발전포럼’에서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많은 농구인들이 한목소리로 우려의 뜻을 전했지만 KBL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포럼은 한 언론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KBL은 불도저였다. 대학 감독들이 피켓까지 제작한 이유다. 12개 대학 감독, 코치로 구성된 대학감독협의회는 지난 5월 서울 강남 신사동 KBL 사옥 앞에서 ‘외인 출전 쿼터 확대 반대’를 골자로 하는 피켓시위를 계획했다. 생존의 위협도 위협이었지만, 아마농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도 않는 KBL의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예상치 못한 대학 지도자들의 단체행동에 놀란 KBL은 부랴부랴 수습책을 마련했다. 우선 올시즌은 이미 이사회를 통과한 만큼 제도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구단 단장들의 모임인 KBL 이사회에 농구인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KBL이사회에 현장에 있는 감독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적은 한 번도 없다”던 유재학 감독의 일침이 이를 대변한다.

대신 KBL은 향후 KBL과 대학 지도자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아마농구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약속했다. 미봉책이었고, 결국 양쪽 모두 적절한 선에서 타협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따랐지만 김남기 감독은 “(우리도)판을 깨자는 건 아니었던 만큼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고 협의체를 구성하는 선에서 양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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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KBL 총재.

김 감독은 “프로농구 저득점 현상은 수비 기술이 다양화된 현대농구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외국선수가 한 명 뛰어서가 아니란 얘기다. 프로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토종 스타플레이어가 나와야 한다. 국내선수만 뛰게 하는 쿼터를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설 자리를 더 좁게 하다니,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농구대잔치 때 농구 인기가 얼마나 많았나. 애초에 프로 출범도 너무 서두른 감이 있다. 농구대잔치는 시스템도 괜찮았다. 인기 있을 때 좀더 내실을 다지고 프로로 갔어도 되는데 성급했다. 먼 미래를 봐야 하는데 당장 앞에만 보고 진행했기에 꼬인 것이 많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년 만에 다시 고개를 쳐든 승부조작의 악령에 대해서는 “농구계가 반성하고 자정해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원래 흐름이 있다. 지금은 자꾸 판을 키울게 아니라 몸집을 줄이고 내실을 다져 알차게 다시 가자는 생각을 할 때다. 외국선수한테 돈 더 들일 게 아니라 2군부터 키워야 한다. 축구는 월드컵 4강을 기점으로 유망주를 육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야구도 2군, 3군까지 시스템이 잘 잡혀 있지 않나. 구단들이 농구가 인기가 없으니 서로 안하려 하는데, 그건 기업적 생각이다. 농구인들이 자꾸 유도해야 한다. 총재가 바뀔때마다 행정이 바뀌는 것도 문제다. FIBA룰을 따라가면 별로 문제가 될 게 없는데, 연속성 없는 로컬룰이 문제다. 자꾸 우왕좌왕하면 리그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 감독이 강조한 화두는 “여전히 농구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는 것이었다. “농구의 인기는 언젠가 분명 다시 올라올 것이다. 농구는 참 장점이 많은 스포츠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게 농구다. 둘이든, 셋이든 상관없다. 밖에서 해도 되고, 안에서 해도 된다. 길거리 농구대회에 가보면 젊은 사람들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학스포츠연맹에서 동아리 농구대회를 여는데, 그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젊은 세대 중에 농구팬들이 많다. 이들을 농구장으로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구단들도 가족단위 이벤트, 이런 것보다 정말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부터 잡을 생각을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다 나중에 가족들 데리고 오는 거다. 원조 오빠부대, 농구대잔치 세대는 아줌마가 돼서도 여전히 이상민에 열광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길게 내다봐야 한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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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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