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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틸리케의 숙제 '기성용의 대체자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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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부임 4개월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에는 동아시안컵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를 좌우하고 있는 4개 팀(한국, 일본, 중국, 북한)이 출전하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대회다. 또한 아시안컵 이후 주변 라이벌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축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동아시안컵은 FIFA가 아닌 EAFF(동아시안축구연맹)가 주최하는 대회이다. FIFA가 정한 대회가 아닌 만큼 각 소속팀들은 선수를 차출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EAFF 소속 국가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니라면 이 대회에 참가하기 어렵다. 이번 명단에 기성용(26 스완지시티), 손흥민(23 레버쿠젠), 이청용(27 크리스탈팰리스)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빠져 있는 이유이다.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활용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슈틸리케 호는 보다 폭 넓은 스쿼드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에 따른 플랜B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에서도 이청용, 구자철(26 마인츠)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한 플랜B가 잘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에서 플랜B를 설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역시 중앙 미드필더다. 한 군데 콕 집어서 말하자면 역시 기성용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성용은 2008년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줄곧 한국축구의 간판으로서 활약했다. 어린 나이부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기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는 무조건 기성용의 차지였다.

이러다 보니 대표팀에서 기성용 의존증이 커지고 말았다. 경쟁자들보다 월등한 기량을 갖춘 탓에 그만큼 많은 출전을 해야만 했고 다른 대체자를 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난 브라질월드컵과 호주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은 전 경기를 소화해야만 했다. 만약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지는 날에 한국축구에 가해지는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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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대체자로 꼽히는 정우영.

이번 동아시안컵은 기성용의 대체자 물색에 최적의 대회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 명단에 선발된 미드필더는 총 10명. 이 중에 딥라잉플레이메이커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은 정우영(26 빗셀 고베), 권창훈(21 수원), 주세종(25 부산)으로 압축된다. 이재성(23 전북)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지만 최근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활용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우선 정우영은 기성용과 가장 흡사한 스타일이다. 소속팀에서 주장완장을 차고 있는 정우영은 아래쪽으로 내려와 빌드업을 직접 전개하며 전체적인 경기를 조율한다. 신체조건도 좋아 공중볼 싸움에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 대인방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무엇보다도 공격적인 패스를 많이 시도한다. 미얀마전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충분히 기성용의 대체자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패스미스가 많다는 점은 정우영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대표팀 막내’ 권창훈은 최근 수원의 숨어 있는 에이스라고 불릴 만큼 그 공헌도가 높다. 소속팀에서 '애늙은이'라고 불리며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플레이를 펼친다. 피지컬적인 측면을 조금 더 보완할 필요성이 있지만 적극적인 공격가담과 활동량으로 단점을 만회한다. 정확한 왼발 킥력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스타로 꼽히고 있다. 최근 수원에서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측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주세종은 UAE전과 미얀마와의 월드컵 2차예선에 깜짝 발탁된 선수였다. 김기희(26 전북)가 오른쪽 발꿈치 통증을 호소하여 경기 출전이 어려워지자 급히 수혈된 것이었다. UAE전에 교체출전하며 A매치 신고식을 가졌지만 자신의 진가를 모두 발휘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주세종의 최대 장점은 역시 정확한 킥력이다. 여기에 투지 넘치는 수비력도 갖추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다만 빌드업 능력은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떨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선수를 체크할 정도로 열정이 뛰어난 감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흙속에 진주 찾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안컵 대표팀 원톱으로 이정협을 활용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번에는 기성용의 자리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기성용의 자리에서도 진주를 캐낼 수 있을 것인가? 대회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됐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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