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면모를 뽐낸 승리였다.

시카고 컵스가 30일(이하 한국시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리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2015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경기에서 8이닝 14K 2자책점으로 호투한 선발투수 존 레스터를 앞세워 3-2 진땀승을 거뒀다.

레스터는 최근 7경기 41이닝 평균자책점 2.20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었다. 같은 기간 45탈삼진 8볼넷(K/BB 5.63, 9이닝 당 탈삼진 9.88)으로 전성기 모습을 되찾았지만 1승(3패)으로 승리와 거리가 멀었다.

이에 맞서는 콜로라도 선발투수는 에디 버틀러였다. 버틀러는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6이닝 이상 투구가 단 네 번에 그치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퀄리티스타트는 단 두 번뿐이었다. 직전 등판이었던 24일 신시내티 레즈 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2호 QS를 기록했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했다.

한편 팀의 상징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로저스 센터로 떠나보낸 뒤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콜로라도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 연승이 필요했다. 툴로위츠키를 보내는 대신 반대급부로 팀에 합류한 호세 레예스 역시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하며 콜로라도 유니폼 입은 모습을 처음 선보였다.

레예스는 1회 1사 후 데뷔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기분 좋게 첫 단추를 꼈다. 1루를 밟은 레예스는 밝게 웃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흥에 겨운 레예스는 2루 도루를 감행했지만 컵스 수문장 데이빗 로스가 이를 허락하지 않아 횡사했다. 데뷔와 동시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컵스는 곧바로 선취점을 빼앗았다. 해결사는 덱스터 파울러였다. 올 시즌 출장한 93경기 중 89경기에서 1번타순을 맡은 파울러지만 출루율 0.332로 첨병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버틀러의 4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파울러 자신의 시즌 10호 홈런이자 통산 11번째 리드오프 홈런이었다.

파울러가 선취점을 뽑자 레스터도 힘을 냈다. 1회 2사부터 3회 2사까지 여섯 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기세를 올렸다. 레스터는 속구와 커터, 커브볼과 싱커에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결정구로 콜로라도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 사이 컵스 타선은 점수를 더 보탰다. 3회 앤소니 리조의 투런 홈런이 터진 것이다. 리조는 2사 1루 찬스에서 버틀러의 속구가 몸쪽 높게 제구된 걸 놓치지 않았고 타구는 그대로 우측 폴 바로 옆에 떨어졌다. 리조의 시즌 17호 대포로 컵스는 3-0 리드를 잡았다.

콜로라도는 4회 놀란 아레나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다. 하지만 이후 6회까지 삼진 4개와 병살타 하나로 레스터 공략에 완벽히 실패했다. 콜로라도가 레스터를 압박한 건 7회였다. 1사 후 카를로스 곤잘레스가 가운데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긴 것이다. 곤잘레스는 볼카운트 1B 1S에서 레스터의 3구가 가운데 몰린 걸 놓치지 않았다. 최근 5경기 4홈런의 맹타를 휘두르던 곤잘레스의 시즌 21호 대포였다. 3-2의 스코어는 승부 예측을 불허했다.

그러나 레스터는 흔들리지 않았다. 레스터는 8회까지 콜로라도 타자들에게 14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지난해 4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기록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15K)에 하나 모자란 기록이었다. 또한 레스터의 8이닝 투구는 이번 시즌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간 레스터에게 리글리 필드를 찾은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컵스 마무리 투수 헥터 론돈이 콜로라도의 9회를 지우며 시즌 12세이브를 따냈다. 반면 콜로라도는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를 삼진으로 헌납하며 고개를 떨궜다.

컵스는 이 경기 승리로 53승(47패)을 기록했으며 콜로라도는 56패(43승)을 맛봤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