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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4일 만의 1군 복귀. 정대현의 초구는 스트라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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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이 혀엉~!" 복귀를 축하하는 롯데 강민호(왼쪽)와 정대현. 사진=롯데 자이언츠

가물은 롯데 불펜에 여왕 갈매기가 강림했고 팬들은 한참을 서서 가만히 그를 머금었다.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정대현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팀 동료 강영식과 함께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강영식과 정대현은 4월 경 복귀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강영식은 조금 늦은 지난 5월 12일 1군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대현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종운 감독 역시 "(정)대현이 스스로 구위에 확신이 있을 때 (1군에)올라오고 싶어한다"며 복귀를 서두르지 않았다.

강영식에 비해 복귀가 늦어진 이유는 무릎이었다. 2012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롯데에 합류한 정대현은 스프링캠프에서 무릎부상을 당했다. 이후 정대현의 무릎은 고질적으로 그를 괴롭혔다. 팔꿈치 재활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무릎 통증으로 1군에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정대현이 조금씩 희소식을 전해왔다. 정대현은 지난달 24일 화성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시즌 첫 실전투구에 나섰다. 이후 여덟 경기에 더 등판한 정대현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9경기 9.1이닝 1자책점. 삼진 여섯 개를 빼앗는 동안 내어준 볼넷은 하나뿐이었다. '컨디션 좋은' 정대현을 담기에 퓨처스리그는 너무도 좁은 무대다.

그리고 28일 사직 LG 트윈스전을 앞둔 이종운 감독은 정대현의 1군 등록을 알려왔다. 이는 정대현 스스로 구위에 확신을 느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1군 등록 당일인 28일, 정대현이 팀이 3-0으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 강영식을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294일 만이었다.

LG 나성용을 상대한 정대현의 초구 선택은 역시 싱커였다. 그를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라고 불리게 만든, 상징적인 구종이었다. 126km/h 싱커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꽂혔다. 2구 커브볼로 또다시 스트라이크를 잡아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 정대현은 결국 4구 커브볼로 나성용의 방망이를 끌어내 삼진을 잡았다. 나성용의 어정쩡한 체크스윙이었다. 정대현의 솟아오르는 커브볼은 올 시즌 본격적인 1군 데뷔 시즌을 치르는 나성용이 상대하기에 쉽지 않았다.

이후 대타 서상우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정대현은 베테랑 손주인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LG의 7회를 완벽히 지워버렸다. 이날 정대현의 투구수는 14개였다. 싱커 6개, 커브 8개. 싱커 최고구속은 130km/h까지 기록됐다. 중계를 맡은 SKY스포츠 김진욱 해설위원도 "정대현의 싱커가 130km/h까지 나온다는 건 구위가 좋다는 의미다"라며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7회를 지우며 홀드를 기록한 정대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남은 2이닝을 이성민이 막아내며 롯데는 3-0 승리를 지켜냈다.

올 시즌 롯데 불펜에게 3점 안정적인 점수 차가 아니었다. 대여섯 점의 리드도 경기 막판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정대현이 돌아왔다. 그의 복귀전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알찼다. 마치 전성기 정대현의 모습처럼.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도 그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대현의 복귀는 롯데의 반등을 가능하게 만들 동력이라는 걸 증명한 복귀전이었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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