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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양파 같은 머시마’, '대체불가 1순위' 김태군의 미학
9일 경기 결과: NC 다이노스 10-2 SK 와이번스

이광환 전 LG감독은 ‘우승팀 5요소’를 종종 설파했다. 듬직한 에이스, 똘똘한 테이블세터, 확실한 해결사, 믿음직스러운 포수, 철벽 마무리다.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만 본다면 NC는 우승팀 5요소를 갖추고 있다. 해커라는 에릭이란 이름과 함께 불운을 날려버린 듬직한 에이스가 있고, 동네 마실 나가듯 꾸준히 1루를 밟아대는 테이블 세터가 있다. 해결사와 마무리는 넘쳐서 고민이다. 홈런 1위 테임즈와 타점 1위 이호준에 타격감을 되찾은 나성범까지 있다. 뒷문은 ‘원조 마무리’ 김진성과 ‘신흥 마무리’ 임창민 중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 포수는 단연 김태군이다.

포수는 5요소 중 가장 억울한 포지션이다. 포수는 경기 내내 육체적·정신적으로 쉴 틈이 없다. 공격 중엔 상대투수와, 수비 중엔 상대타자와 머리 아픈 수싸움을 해야 한다. 투수의 폭투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고 가끔 홈 플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주자와 전면전을 치러야한다. 박수 받아야 마땅한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수는 다섯 포지션 중 대개 마지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튀어야 사는 자리가 아니라 최대한 안정적이어야 살아남는 자리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 자리를 통해 김태군의 가치와 매력을 소개하며 그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 한다.

‘양파 같은 머시마’ 김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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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이 끝날 무렵 더 많은 사람들이 '양파 같은 머시마'의 매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진=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김태군은 참 밝은 선수다. 항상 웃는 표정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단짝 테임즈가 홈런을 때리면 친히 더그아웃 바깥까지 마중을 나와 수염 세리모니를 선보인다. 경기 중에도 동네형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뿌리며 팬심을 홀린다. 말도 참 재미있게 한다. 기자는 예전 김태군이 윤태진 아나운서와 인터뷰 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쉴 새 없이 던지는 드립과 농담으로 인터뷰는 김태군의 토크쇼가 되었다(인터뷰 녹음파일을 따로 소장할 정도다). 인터뷰 직후엔 박광열을 급히 데려와 윤태진 아나운서에게 소개시켜주며 후배의 소원을 풀어주는 능글능글함도 보여주었다. 그해 타운 홀 미팅에선 NC 마스코트 '단디’ 탈을 쓰고 팬들을 맞이하는 깜짝쇼도 연출했다. 기자는 김태군이 언젠가 꼭 한 번 예능프로에 나와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끼를 보여줬으면 한다.

김태군은 참 듬직한 선수다. 지난해 김태군이 마스크를 쓴 날은 승률이 0.585였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0.456에 불과했다. 그가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평균자책점은 시즌 평균자책점(4.29)보다 낮은 3.91로 떨어졌다. 지난 2년간 KBO리그 포수 중 가장 많은 수비이닝(1565이닝)을 책임지기도 했다. 투수를 달래는 건 김태군의 전매특허다. 2014년 4월 11일 잠실대첩에서 “행님 심장 좀 뛰나? 이기 마무리다. 내 믿고 던지라”라는 명언(?)을 남기며 김진성를 진정시켰다. 세 번째 가을이야기에서도 원종현에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쌔리 꽂아라”라는 주문을 걸며 155km를 이끌어냈다. 이 능력은 어린 투수들이 많은 이번 시즌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태군은 참 훈훈한 선수다. 식당에서 공깃밥 하나만 주문하고 밑반찬으로만 식사를 하고 계신 할머니께 한 달 치 식비를 미리 계산한 바 있다. 일방적인 선행도 아니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사양하자, 두 번째 만남에 ‘몰래’ 챙겨드린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딱히 칭찬받을 일은 아닌 것 같다. 금액도 많지 않은데...”라며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 팬들에게도 항상 겸손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 그는 가족에게도 따뜻하다. 중국 유학을 떠나는 여동생을 위해 유학비를 보태줬다. 이정도면 일등 선수를 넘어 일등 사윗감 아닌가?

‘대체불가 1순위’ 김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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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군은 어느새 '전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준비하는 든든한 포수가 되었다.


김태군 없는 NC를 상상할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김태군은 그럴 수 없다. 박광열이란 유망주가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은 프로 2년차이기 때문이다. 홀로 한 경기 전체를 맡게 하는 건 박광열 본인도, 보는 우리도 아직은 불안하다. 그래서 김태군이 파울팁이나 사구에 맞는 모습을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똑같이 인상을 찡그리고 이내 김태군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면 그제야 안도한다. 올시즌 이러한 모습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적응 될만 한데도 심장이 덜컹거리는 느낌은 언제나 절망적이다.

지난 7일과 9일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6일 NC가 삼성을 꺾고 4연패에 탈출했다. 7일 경기는 에이스 해커가 등판했기에 연승으로 이어나가야만 했다. 2-0으로 앞선 4회말 2사 만루에서 김태군이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자가 3루수 호수비에 막히며 분위기가 묘한 상태였다. 허무하게 물러났다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삼성에게 반격 당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볼카운트 0-2로 몰렸다. 하지만 김태군은 침착하게 볼 하나를 골라낸 뒤 바깥쪽 공을 가볍게 밀어쳤다. 타구는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3타점 2루타가 되었고 경기 분위기는 단숨에 NC쪽으로 기울어졌다. 김태군은 이 안타로 경기 MVP가 되었고, 팀도 14-1로 대승하며 상승세를 탔다.

9일 경기는 ‘토종에이스’ 이재학의 부활을 도왔다. 제구력 불안으로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졌던 이재학이 2주 만에 선발 출격했다. 이재학의 자신감과 공이 확연히 좋아져 있었다. 첫 두 타자를 주무기(서클 체인지업)가 아닌 140km 속구로 잡은 것이 그 증거였다. 김태군은 배트로 이재학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2회초 SK 선발 박종훈이 사사구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상대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는 상황이었기에 굳이 배트를 내지 않고 기다려도 될 법 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은 김태군의 배트는 실투를 곱게 보내주지 않았다. 타구는 2루수 옆을 빠져나갔고 기분 좋은 선취점을 올렸다. 이후 3점을 추가하며 순식간에 5-0이 되었다.

화끈한 득점지원을 받은 이재학은 이번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2회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맞은 뒤에도 담담한 표정으로 남은 세 타자를 처리했다. 4회 2사 후 김종호가 조명으로 인해 공을 놓치며 브라운에게 3루타를 내줬다. 이재학은 폭투나 안타 따위 두려워하지 않고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6이닝 5피안타 2실점 6탈삼진을 기록한 이재학은 시즌 첫 선발승을 수확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 뒤엔 공수에서 이재학을 지원한 김태군의 역할이 컸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전 경기를 출장한 포수는 김태군뿐이다. 김경문 감독도 “김태군이 잘하고 있다. 전 경기 출장도 불가능하지 않다”며 전 경기 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역대 KBO리그 시즌 중 가장 많은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김경문 감독이 박광열의 출장시간을 늘리며 기록달성을 돕고 있다. 최근 10년간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 포수는 강민호(2006년)와 조인성(2010년) 뿐이다. 지금 페이스면 김태군도 충분히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시즌이 끝날 때 김태군이 화려함의 상징인 골든글러브과 함께 꾸준함의 상징인 전 경기 출장 기념패를 받아들고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을 기대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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