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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한의 사람人레슨] 골프장에 관한 것이라면 이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 안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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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싸움이 그 기본정신이기 때문일까? 골프는 그 많은 스포츠 중에서 ‘경기장’이 참 중요하다. 야구장이나 축구장, 혹은 농구장들이 모인 협회는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할 것이다. 하지만 골프에서는 골프장의 모임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라는 굵직한 단체가 있고, 한국대중골프장협회도 있다. 물론 대한골프협회나, KPGA, KLPGA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도 이미 5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다. 연간 3,300만 명 이상이 이 골프장을 찾았으니 산업도 제법 큰 산업이다. 그런데 한국 골프장에 대해서라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이 있다. 이번 ‘사람인레슨’은 그를 소개하려 한다.

주인공은 안용태(68) GMI컨설팅그룹 회장이다. 40년이 넘도록 골프장과 관련된 일을 해왔고,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해온 일도 많다. 한국 최고의 명문골프장 중 하나인 안양CC와 일동레이크를 13년간 직접 운영하며 수많은 인재를 양성했고, 썬힐GC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16년간 함께 하며 기적 같은 ‘영업이익율 1위’를 달성했다. 핀크스 골프장을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일으켜 세웠고, 북경 백작원GC를 중국 10대골프장으로 만드는 등 해외에서도 성공사례를 썼다. 한국잔디연구소, 그린키퍼학교, 골프장장비기자재전시회, 한국골프인재개발원, 한국골프문화원 등도 모두 그에게서 비롯됐다. 전국캐디골프대회를 14년째 개최하고 있다. 수요골프포럼은 450회가 넘었다. 골프장 관련 단행본을 가장 많이 냈고, ‘골프경영과 정보’라는 정기간행물을 내고 있다.

이쯤이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필요 없다. 그냥 ‘대한민국에서 골프장에 관한 일이라면 안용태를 찾아가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신 이 칼럼은 제목이 ‘사람’인레슨인 까닭에 안용태라는 사람과 그의 사고(思考)에 주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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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태 GMI컨설팅그룹 회장.

이 사람이 암을 이겨내는 방법


오랫동안 안용태 회장을 만나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암투병기’다. 50대 중반의 안 회장은 신장과 대장에서 암이 발견됐다. 초기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수술 이틀 전 주치의가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의사들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좀 있다). 정신이 확 든 이유는 당시 자신이 경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확실한 성공의 노하우가 하나 있다. 아주 간단하다. 어떤 분야든 이 나라 최고, 그러니까 9단을 찾아가거나 최소한 책으로라도 접해야 한다. 5단 수백 명보다 9단 한 명이 더 낫다”라고 매번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수술을 앞두고 수동적으로 걱정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고 느낀 것이다.

안 회장은 바로 필름을 들고 최고의 의사를 찾아갔다. 최고의 집도의를 구했고, 심지어 마취도 1인자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전문가가 됐다. 물론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한 차례 재발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 대목은 삼성의 제일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안용태 회장은 이병철-이건희 회장을 오랫동안 모셨다. 특히 안양CC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운명을 달리하기 며칠 전 그 유명한 ‘마지막 라운드’를 한 이병철 회장과는 말년에 각별했다. 마지막 라운드 때 공을 맞추지도 못하는 스윙을 한 후 쓰러지는 이병철 회장을 직접 부축했고, 비서실장보다도 더 많이 했다는 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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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경의 백작원GC에서 포즈를 취한 안용태 회장.

조금은 특별한 삼성론

두 번째 안용태 회장의 사람이야기는 조금은 특별한 ‘삼성론’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된 삼성의 기업문화는 수많은 책이 나올 정도로 아주 유명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재중심’, ‘최고주의’, ‘치밀경영’ 등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안 회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삼성의 합리주의를 강조한다.

“말이죠. 저도 9단을 찾으라고 가르치는 만큼 최고주의와 인재중심의 가치에 동의해요. 하지만 요즘 기업치고, 최고와 인재를 강조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나요? 삼성이 위대한 진짜 가치는 합리주의에 있어요. 고 이병철 회장이 그 옛날 삼성을 창업할 때 이미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의 경영철학을 정립해 놓았어요.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반면 합리추구는 생각할수록 정말 놀라워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지요. 골프와 경영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겁니다. ‘합리’라는 가치를 기업정신으로 내세운 기업이 삼성 말고 또 있나요? 제가 과문한 탓인지 없는 걸로 압니다. 이 합리야말로 삼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정신입니다.”

나도 삼성과는 인연이 깊은 편인데 이 분석은 제법 신선하면서도 설득력이 강했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경영자답게 안 회장은 삼성의 합리를 역사적, 학문적으로도 강조했다. 즉, 삼성과 LG가 출발한 서부경남(경상우도)는 일찍이 퇴계와 쌍벽을 이루는 남명 조식이 터를 잡은 곳이었다고 한다. 이 조식의 남명학파는 실학의 시초로 여겨졌고, 실제로 이병철 회장은 선대는 실학에 심취했다. 이것이 삼성의 합리주의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기업경영에서 특정 명문대 출신이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상하관계도 상사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에 기초한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합리적이지 않은 까닭에 합리를 추구하는 삼성이 독보적인 것이다. 국가로 생각해도 합리주의 정신이 강한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세계 경제를 호령하지 않은가?

얘기가 좀 딱딱해졌지만 이렇듯 안용태 회장을 만나면 좋은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아직 정정한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안 회장의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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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레이크 대표이사 시절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세리 선수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용태 회장. 사진=GMI컨설팅그룹 제공

골프? 즐기면 최고!


끝으로 골프에 관한 얘기를 해야겠다. 한국 골프장 경영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이고, 기업경영을 연구하는 사람의 골프실력과 골프철학은 어떨까?

3음절로 답하면 ‘엔조이’이다. 즉, 절대로 잘 치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 철저하게 골프를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 실제로 ‘엔조이골프 룰’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기본정신이 돈내기로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18홀 내내 말구를 치는 심정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가지 세부규칙이 있는데, ▲도착순 티샷, ▲준비순 퍼팅, ▲동시 티샷, ▲올터치 플레이, ▲볼마크 직접하기, ▲스코어 직접적기 등으로 요약된다. 기본적으로 골프룰은 USGA와 R&A가 합의한 룰이 통용되지만 이보다 더 한 수 위인 것이 로컬룰이다. 그리고 로컬룰보다 더 강한 것이 4인 만장일치 팀룰이라는 주장이다. 4명이 뜻을 모으면 골프의 기본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즐거운 골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안용태 회장의 골프실력은 어떨까? 골프장이 직장이었던 까닭에 한때는 언더파까지 칠 정도로 고수였다. 하지만 ‘엔조이골프’를 추구하면서 지금은 언제 누구와 쳐도 80대 스코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골프를 잘 치기 위해, 팔의 각도가 어떻고, 체중이동이 어떻고 하는 레슨은 중요하지 않다. 가능한 골프를 많이 즐기면 되는 것이다.

‘즐기는 골프.’ 이것이 안용태 회장편의 레슨포인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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