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유쾌한 콩글리시 한 방 “LG Twins, Fighting!”
17일 경기 결과: SK 와이번즈 4 - 6 LG 트윈스

이미지중앙

17일 2연패를 끊은 양상문 감독. 양 감독은 이날 시합 후 "그동안 부진해서 팬들에게 죄송했다"고 말했다.

INTRO - 양상문 감독, 시험대에 오르다


주간 성적 2승 1무 2패. 이 정도면 하위권 팀 성적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류제국과 우규민이 괜찮은 모습으로 복귀했고, 한나한도 16일 3타점 싹쓸이 2루타, 17일 투런 홈런으로 타격의 영점을 완전히 잡았다. 한나한은 1루 수비까지 곁들이며(물론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주 포지션인 3루 복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게다가 한 주의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이겼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왠지 지독히 괴로운 한 주를 지나온 느낌이다. 한 주가 기나긴 터널과 같았다.

이 정도면 100% 전력이다. 양상문 감독이 스프링 캠프 때 구상했던 100%의 전력은 바로 이 라인업이었을 것이다. 냉정히 말해 더 이상 올라올 선수도 없다. 임지섭이나 최승준은 부상 때문에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들이 아니다.

2015년 트윈스가 갖춰야 할 최상의 전력이 갖춰졌다면 이를 엮어 성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지금 이 전력으로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애초 우리의 전력이 턱도 없이 약했거나, 아니면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양상문 감독조차 2015년 트윈스의 전력이 ‘턱도 없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성적은 온전히 팀을 이끄는 리더가 지고가야 할 무거운 짐이다. 양상문 감독이 트윈스의 감독으로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양 감독이 이 시험대를 훌륭히 이겨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트윈스의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른다. 빅 마켓 구단으로 열혈 팬을 다수 보유한 트윈스의 감독직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는 감독마다 팬들에게 십자포화를 얻어맞는다. 그래서 물러난 감독 중에 재기를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1990년 청룡에서 트윈스로 이름을 바꾼 이후 트윈스의 감독을 지낸 뒤 다른 팀에서 다시 감독직을 수행한 이는 이광한 감독과 김성근 감독 단 두 명이었다.

양 감독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양상문이 지난해 그 양상문이 맞냐?”는 놀라움 섞인 불만이 나온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감독의 전략과 전술은 고유권한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필자 역시 최근 며칠 동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불펜 대량 투입과 주전 타자들의 빠른 교체)들을 보며 속을 끓였지만, 감독에게 분명히 어떤 생각이 있었을 거라 믿고 싶은 쪽이다.

하지만 이 점 하나만은 분명히 하고 싶다. 야구 감독은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다. 선수들의 마음을 도닥이며 팀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이 어느 종목보다도 강조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감독은 말 한 마디를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자신의 전술을 설명하고 싶어도, 그를 위해 쉽사리 선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양 감독은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4일 다이노스전 11회 대타 상황을 “채은성이 최경철보다 더 잘 치니까 대타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이 급해도 이런 발언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은성과 최경철 두 선수의 타율을 비교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독의 눈에는 타율이 낮아도 채은성이 최경철보다 나아 보이는 점이 분명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운영하는 것이 감독의 롤이다. 하지만 언론에 대놓고 “채은성이 최경철보다 더 잘 쳐서”라고 말해버리면 한 시즌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포수로서는 2할 5푼대의 괜찮은 타율을 올린 최경철은 뭐가 되나? 그 발언이 채은성에게는 힘이 될지 몰라도 최경철에게는 가슴 아픈 모멸이 될 수 있다. 이런 섬세한 부분에서 말실수가 쌓이면 신뢰가 깨지고 팀 케미스트리가 망가지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필자는 양 감독이 시험대를 멋지게 통과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성적이다. 100%의 전력, 이제 약진을 준비하는 트윈스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지중앙

17일 한국 무대 데뷔 후 첫 홈런포(2점)을 쏘아 올린 잭 한나한. 한나한은 경기 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콩글리시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인터뷰를 마쳤다.

가슴에 남는 한 마디 - “LG Twins, Fighting!”이라고?

원래 17일 시합의 MVP로 단연코 이동현을 생각하며 그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합 후 MVP인터뷰에서 잭 한나한이 남긴 “LG Twins, Fighting!”이라는 말이 너무나 인상이 깊어 주제를 바꿨다. 필자를 포함한 팬들이 품은 이동현에 대한 애정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오늘 준비하려 했던 '롸켓 이동현에 대한 감사의 글'은 조만간 다른 지면을 빌어 꼭 소개하고자 한다.

잘 알려진 대로 ‘파이팅’은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이 아니다. 미국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파이팅”에 가까운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은 “Let's go!” 정도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마지막 질문으로 “팬들이 오래 한나한 선수를 기다렸다. 한 마디 해달라”고 묻자 한나한은 거침없이 “LG Twins, Fighting!”이라고 외쳤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굳이 콩글리시를 사용하면서 첫 공식 인터뷰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 한 장면을 보고 필자는 그 동안 ‘사이버 선수’로 불리며 숱한 비난을 받았던 한나한에 대한 모든 오해를 풀었다. ‘100만 달러짜리 태업’이니, ‘휴가형 용병’이니 하는 온갖 억측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가 사용한 '유쾌한 콩글리시' 한 방에서 그가 얼마나 한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얼마나 팀에 녹아들려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나한은 연 이틀 중요한 순간에서 장타를 뿜어대며 막힌 타선의 갈증을 풀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만으로 그가 나바로나 테임즈, 필처럼 효자 용병이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아직 그를 지켜본 시간이 너무 짧다.

그러나 마음자세만 놓고 보면 100% 합격을 주어도 무방할 듯하다. “멘도사 라인에서 논 전형적 똑딱이 타자”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600경기를 뛴 경력은 고스톱 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실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머나먼 이국 땅 생소한 리그를 대하는 그의 자세인데, 팬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칠 정도면 마음가짐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트윈스의 타선이 팬들의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수준이다. 누군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봐도 큰 이병규나 이진영은 회복에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작은 이병규와 박용택도 폭발력이 예전 같지 않다. 정성훈 혼자서 근근이 이끌어 왔는데 누군가 정성훈의 짐을 덜어야 할 때다. 한나한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트윈스 역사상 기억에 남는 용병 타자가 페타지니 한 명밖에 없는 것은 치욕스럽다. 한나한이 위기의 트윈스를 구할 구세주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