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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웨더vs파퀴아오] 세기의 대결? 2억 5천만불짜리 빅매치 뒤엔 ‘프리티 보이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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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와 파퀴아오 간 '세기의 대결'은 천문학적인 대전료(2억 5천만 달러)에 비하면 졸전이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이번 세기를 통틀만한 대결이 이날 경기라면 세계 복싱계의 전망은 우울할 뿐이다.

3일 낮(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미국)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 간 웰터급 WBA, WBC, WBO 통합 타이틀 매치가 열렸다. 결과는 메이웨더의 3-0 판정승. 당초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대결이었지만, 두 '고수'는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날 미국에서만 3,300여만 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됐다. 90달러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하는 유료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최종전보다 1,000만 명 이상 많은 수치다. 파퀴아오의 조국 필리핀에서는 대규모 정전이 우려됐다. 경기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공항 격납고는 경기를 보러 온 톱스타들의 경비행기로 가득했다.

당초 한국시간으로 정오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경기는 현지 유료채널 조정 문제로 40분 정도 지연됐다. 기다림 끝에 입장한 양 선수의 표정은 대비됐다. 파퀴아오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팬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메이웨더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한 내색이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긴장감은 고조됐다. 1라운드 의외로 메이웨더가 공격적으로 치고나왔다. 생각보다 메이웨더가 일찌감치 승부를 볼 수도 있다는 프레디 로치 파퀴아오 코치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기대는 기우로 바뀌었다. 탐색전을 마치자 이내 각자의 스타일로 돌아간 두 선수는 터질 듯 터질 듯 애간장만 녹였을 뿐, 팬들이 기대하는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파퀴아오의 적극적인 인파이팅은 도망다니는 메이웨더와 비교해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숄더 롤’에 이은 악마같은 카운터 펀치가 일품이었던 메이웨더에겐 ‘숄더 롤’만 남았다.

경기 중계를 맡은 황현철 헤럴드스포츠 복싱전문위원의 말처럼 이날 두 선수는 경기 내내 마치 펜싱을 하듯 포인트 따는 데 주력하는 느낌이었다. 애초부터 판정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처럼 카운터 기회만 노리는 모습도 보였다.

종반으로 다가가며 파퀴아오는 판정패의 위기감을 느낀 듯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메이웨더의 디펜스는 얄미울 정도였다.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기 10초 전 메이웨더가, 종료 벨이 울린 직후엔 파퀴아오가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순간 두 선수의 얼굴은 모두 깨끗했다. ‘프리티 보이스(pretty boys),’ 그 자체였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메이웨더는 연승 기록을 ‘48’로 늘렸다. 그나마 적극성을 보였던 파퀴아오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점수차(118-110, 116-112, 116-112)가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이웨더는 파퀴아오를 칭찬했고. 파퀴아오는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천문학적인 대전료나 전 세계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경기였던 건 분명했다. 경기도 판정도 싱겁기만 했다. 벌써부터 9월 재경기설이 도는 이유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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