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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CL 8강] 레알의 극적인 승리, 강력했던 치차리토-하메스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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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마침표를 찍은 치차리토. 사진=챔피언스리그 홈페이지

BBC라인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가운데 마드리드 더비의 주인공은 치차리토-하메스 콤비였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23일(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M)와의 대결에서 치차리토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레알은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ATM 전 승리와 더불어 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동시에 이루게 되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레알의 다음 라운드 진출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1차전에서 완벽한 전력으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번번히 디에고 고딘으로 대표되는 ATM의 짠물수비에 막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그 이후 루카 모드리치,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등이 부상으로 빠졌고, 마르셀루마저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온전한 전력을 구축했을 때에도 승리하지 못한 레알이 ATM을 넘어서는 것은 또다시 힘들어 보였다.

위기 상황 속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치차리토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의 레알의 공격은 윙 포워드인 호날두와 베일이 벤제마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시도하는 것이 주 루트였다. 벤제마의 이타적인 플레이와 호날두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한 데 어우를 수 있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치차리토는 2선 공격수와의 연계 보다는 문전 쇄도 혹은 공간 침투에 강점이 있는 타입이다. 이는 다른 말로 골을 넣는 주인공이 치차리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날두와 베일이 양쪽에 버티고 있는 레알에서 치차리토가 중용받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첼로티 감독은 이날만큼은 치차리토의 스타일을 위해 공격전술의 변화를 꾀했다. 평소보다 호날두를 아래쪽으로 내리면서 기존의 4-3-3 보다는 4-2-3-1 형태로 경기에 나섰다. 주득점원으로 호날두가 아닌 치차리토를 배정한 것이다. 또한 호날두-하메스-이스코로 이어지는 2선 라인의 스위칭을 통해 ATM의 강력한 두 줄 수비를 벗겨내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있었다.

효과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치차리토의 공간침투와 하메스의 창의적인 패스가 아우러지며 ATM 수비진들을 고난에 빠트렸다. 대표적인 장면이 전반 11분 상황이었다. 치차리토가 하메스와의 2대1 플레이를 통해 수비진들을 완벽히 벗겨낸 뒤 오블락과 1대1 찬스를 맞았다. 아쉽게 슈팅이 빗나가며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경기가 계속 진행되어도 치차리토-하메스 콤비의 위력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메스가 공을 잡으면 치차리토는 어김없이 수비 앞쪽으로 짤라 들어가며 공격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결정력이 다소 아쉬웠다. 빠른 움직임으로 여러 차례 골키퍼 단독으로 맞서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번번히 슈팅은 골문을 외면하고 말았다.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지자 더욱 골문 구석을 노리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었다.

득점에 실패해도 치차리토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계속된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해 주눅들만도 했지만 오히려 그럴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파이팅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후반 43분 호날두가 하메스와의 2대1 플레이를 통해 디에고 고딘과 주앙 미란다를 완전히 벗겨낸 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문전에 있던 치차리토에게 내줬고, 치차리토는 침착히 골로 마무리하며 레알을 4강으로 올려놨다. 호날두에게 내준 하메스의 패스가 워낙 정확했고, 호날두의 이타적인 플레이와 치차리토의 슈팅까지 3박자가 완벽히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마드리드 더비 7연속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는 득점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강렬했던 치차리토의 활약 속에 레알은 5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물론 끝까지 ATM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한 면도 없지 않지만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인상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레알은 주축선수들의 부상으로 UCL 우승이 힘들 것으로 보였지만 ‘천적’ ATM을 넘어섬과 더불어 BBC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듯 보인다. 이제 준결승이다. 살아남은 4개 팀(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이 어떤 플레이로 경기를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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