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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 야구 Just For Twins!] 이것이 전설의 라뱅 쓰리런
10일 경기 결과 : 두산 베어스 2 - 5 LG 트윈스

INTRO - 41세의 노장, 트윈스의 혈을 뚫다

트윈스의 팬이라면 8회말, 그 전설의 ‘라뱅 쓰리런’이 터졌을 때 모두 “으악!”하고 함성을 질렀을 것이다(원래는 ‘스리런’이 맞는 표현이지만 이 전설만큼은 ‘라뱅 쓰리런’으로 표기해야 제 맛이므로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른 역사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지만, 실제 라뱅 쓰리런은 흔한 어감만큼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16년 동안(일본 진출까지 포함하면 19년) 안타를 주로 쳐 오신 ‘라뱅 이병규 선생’은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은 친다는 전형적인 교타자다. 입단 3년차 30홈런을 치기도 했으나 그 해를 제외하고 단 한 차례도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일본 진출을 마치고 트윈스에 복귀한 2010년 이후 5년 동안 기록한 홈런은 고작 37개. 2012년 이후에는 연간 5홈런이 최고 기록이었다.

주니치 시절 네티즌들의 낚시 글에서 시작된 ‘라뱅 쓰리런’은 그래서 더욱 보기 어려운 전설이 됐다. 우선 전형적 라인 드라이브 타자인 이병규에게 홈런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솔로나 투런보다 훨씬 보기 드문 스리런은 더욱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팬들은 ‘라뱅 쓰리런’의 전설을 자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라뱅 쏠리런(솔로포)’ ‘라뱅 투리런(투런포)’ ‘라뱅 만리런(만루포)’으로 변형했고, 심지어 그가 밀어내기로 타점을 올려도 그것을 ‘라뱅 밀리런’으로 부르며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그 보기 어렵다는 라뱅 쓰리런이 마침내 10일 터졌다. 필자의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실제 라뱅 쓰리런을 본 것은 2013년 7월 넥센 전 이후 근 2년만이 아닌가 싶다. 만 41세의 이 노장으로부터 전설의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실로 큰 감격이 아닐 수 없다.

개막 이후 트윈스는 특유의 변비 타선으로 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10개 구단 최악의 클린업트리오 타율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9일까지 트윈스가 기록한 홈런은 겨우 두 개. 그것도 모두 우타자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우리가 당최 ‘좌타군단’이 맞기는 한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이병규의 3점포가 터지면서 막혔던 혈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문선재, 채은성, 정의윤 등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들이 선발을 번갈아 맡는데도 이병규는 영 선발 타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제는 정말 잊히는 선수가 되는 것인가 아쉬움이 가득할 때! 그는 전설의 라뱅 쓰리런을 시현하며 건재를 알렸다.

방송사 인터뷰 때 팬들의 연호에 주먹으로 리듬을 맞추는 그 여유로움. ‘생애 첫 대타 홈런’이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새삼 ‘이병규가 대타로 설 일이 정말 없었구나.’를 깨닫게 해주는 그의 클래스. “타구가 뻗을 때 ‘제발, 제발’ 하고 기원했다.”는 41세 노장의 절박감. 이것이 우리가 전설의 라뱅 쓰리런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병규는 당장 내일 은퇴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입 밖으로 꺼내기 싫지만, 어쩌면 이날 우리가 본 라뱅 쓰리런이 마지막 전설의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를 놓아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최소한 라뱅 쓰리런의 전설을 다섯 번은 더 보고 싶다. 오늘의 전설이 결코 마지막이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미지중앙

10일 전설의 '라뱅 쓰리런'을 시현한 트윈스의 전설 9번 이병규. 그는 이날 8회말 대타로 나와 통렬한 역전 3점포를 터뜨리며 잠실의 주인공이 됐다.

간절한 바람 - 휘둘러라, 그래야 맞는다


최근 트윈스의 타선을 보며 들었던 답답한 마음에 푸념을 한 마디 곁들인다. 이날 큰 이병규는 대타로 나와 초구를 시원하게 휘둘러 역전 3점포를 날렸다. 그런데 최근 트윈스의 젊은 타자들을 보면 너무 스윙을 아끼는 느낌이다. 끈질기게 투구를 보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으면 공을 칠 수 없다. 휘둘러야 맞추는 것이다.

몇몇 타자들은 타석에서 투 스트라이크를 먹을 때까지 전혀 스윙을 하지 않는다. 삼진을 먹는 타자들을 보면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뒤 허겁지겁 휘두르다 헛스윙을 한다. 한 타석에 스윙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삼진을 먹는 경우도 보았다.

부디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볼넷은 투수의 실수지, 타자의 본질이 아니다. 해태 타이거즈가 1980년대 불패의 왕조를 건설했을 때, 타자들은 찬스가 오면 ‘제발 앞 타자가 삼진 먹어라. 내가 나가서 쓸어버리게.’라는 저돌적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날 1타점을 올린 포수 유강남은 캐칭 능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공을 보고 자기 스윙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이 깊었다. 희생플라이가 필요했던 2회 1사, 2, 3루 찬스에서 유강남은 초구부터 시원스레 배트를 돌렸다. 결국 희생플라이를 치지는 못했으나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자기 스윙을 하면서 유격수 강습 타구를 날려 선취 타점을 만들었다. 8회 추가 타점을 올린 2루타도 과감히 휘둘렀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부디 트윈스 타자들이 초반 부진에 어깨를 움츠리지 말고 보다 용맹스럽게 배트를 휘둘러 주기를 바란다. 팬들도 타자들의 힘찬 헛스윙에 더 많은 격려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2010년 손아섭-이대호-홍성흔-가르시아로 이어지며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던 공포의 자이언츠 타선은 거침없는 헛스윙에도 격려의 물개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로이스터 감독의 뚝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수은중독: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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