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98년 악몽은 그만, 이번엔 브라질이 ‘방끗’
이미지중앙

오스카의 첫 골을 축하해주는 브라질 선수들, 사진=브라질 축구협회

둥가 감독의 전술능력을 그대로 증명한 경기였다. 브라질이 27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오스카, 네이마르, 구스타보의 연속골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었다. 23년 만에 프랑스 원정에서 승리하며 둥가 감독 부임 이후 무려 7연승 행진을 달리게 되었다.

이번 A매치 데이 최고의 빅매치 다운 경기였다. 지난 1998 프랑스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장소이기도 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의 경기인 만큼 당시를 빛냈던 호나우두, 지단, 비에이라 등의 레전드들도 경기장을 찾았다. 양 팀 모두 브라질 월드컵 이후 무패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상승세인 것도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양 팀 모두 색다른 실험을 한 경기였다. 브라질은 최근 호펜하임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피르미뉴를 제로톱으로 활용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전통적으로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주로 사용했던 브라질이었기 때문에 매우 획기적인 선택이었다. 루이스 아드리아누 외에 돋보이는 공격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한 둥가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동안 4-3-3 전술을 주로 사용한 프랑스는 이번에도 역시 같은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다소 차이가 있었다. 폴 포그바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모건 슈나이델린을 대신 투입시켰다. 평소 중앙 미드필더를 일자 형태로 내세웠던 데샹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는 슈나이델린을 아래에 배치하고 시소코와 마튀디를 그 앞쪽에 배치하는 역삼각형 형태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새로운 변화에 양 팀 모두 원활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브라질은 볼 점유율에서 앞서며 경기를 주도하는 느낌이었지만 네이마르와 피르미뉴 간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으며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다. 네이마르의 공격 특성상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비중이 높은데, 이 때 피르미뉴와의 동선이 겹치는 장면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프랑스는 포그바의 부재가 절실히 느껴졌다. 슈나이델린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중원의 간격이 잘 유지되며 수비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공격전개가 문제였다. 포그바처럼 중원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해줄 선수가 프랑스에는 없었다. 선발 출전한 마튀디와 시소코 모두 패스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닌 드리블과 몸싸움을 통해 공격진영으로 침투하는 유형에 가까웠다.

이미지중앙

이날 제로톱으로 선발출전한 피르미뉴. 사진=브라질 축구협회

결국 승부는 누가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려있었고, 해답을 찾은 팀은 브라질이었다. 전반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던 네이마르가 살아났고 윌리안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 해주며 윤활유 같은 공격전개가 진행되었다. 브라질다운 개인기와 한 차원 빠른 공격템포로 프랑스 수비진들을 붕괴시켰다.

브라질의 골 장면이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0-1로 뒤지던 전반 40분, 오스카는 피르미뉴와 2대1 패스를 통해 득점에 성공하게 된다. 패스를 받은 피르미뉴가 볼을 소유한 채 오스카가 침투하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피르미뉴를 제로톱으로 기용하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유도했던 둥가 감독의 전술이 제대로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결승골이 된 네이마르의 득점 장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둥가 감독 특유의 중원 압박을 통해 볼을 갈취한 뒤 윌리안이 중원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네이마르가 패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할 시간을 벌어줬고, 패스를 받은 네이마르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골로 연결시켰다.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볼을 잡은 선수와 침투하는 선수 간의 유기적인 공격전개가 승리의 발판이었던 셈이다.

반면에 프랑스는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발부에나-벤제마-그리즈만으로 이어지는 3톱은 그 어느 팀과 붙어도 손색이 없지만 이들에게 공을 연결해줄 선수가 여전히 없었다. 데샹 감독의 명백한 전술적 오류였다. 이른 교체투입을 통해 다른 방안을 모색해 봐야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뒤늦게 시소코 대신 콘도그비아가 투입되면서 어느 정도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기는 했지만 이미 1-3으로 벌어진 뒤였다.

브라질은 프랑스 원정에서 완승을 거두며 A매치 무패행진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최전방 스트라이커 기용이 필수적이었던 브라질이 제로톱이라는 새로운 전술로 프랑스를 격침시키며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나타냈다. 과연 둥가 감독이 이날 승리를 발판으로 삼아 제로톱 전술을 하나의 완벽한 옵션으로 만들 수 있을지가 브라질 축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