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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확률농구와 N수생의 여유, 그리고 2차전 미리보기
6강 PO 1차전 : 창원 LG(1승) 82-62 고양 오리온스(1패)

확률농구의 승리
정규리그 마지막날까지 뜨거운 4위 쟁탈전을 벌였던 창원 LG와 고양 오리온스. 각각 2점슛 성공률(55.7%)과 3점슛 성공률 1위(39.4%)를, 그리고 평균득점에서 KBL 1, 3위(LG 80.1 오리온스 78.1)를 기록하며 화끈한 공격농구를 선보이는 두 팀이 ‘봄의 잔치’ 플레이오프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속공 대 외곽포의 대결, 김종규 대 이승현, 제퍼슨 대 길렌워터-라이온스 듀오 등 흥미로운 매치업까지 여러모로 많은 화젯거리를 불러일으킨 두 팀간의 맞대결인데요. 올시즌 상대전적(3승3패)뿐만 아니라 역대 플레이오프 상대전적에서도 4승 4패로 팽팽히 맞섰던 양팀이기에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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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켜' 8일 6강PO 1차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데이본 제퍼슨(LG). 24점 17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끈 제퍼슨은 이날 경기내내 포스트 공격과 리바운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사진=KBL)

결국 1차전은 ‘확률농구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오리온스의 외곽포가 불을 뿜으며 초반 리드를 빼앗긴 LG는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확률 높은 농구’에 집중했습니다. 제퍼슨이 끈질긴 포스트 공략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고 김종규와 문태종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했습니다. 김시래는 이날도 LG의 전매특허, 빠른 속공의 출발점이었죠. 이 모든 게 LG가 전반 단 1개의 3점슛 없이도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반면 오리온스는 LG가 잘한 부분을 못한 게 패인이었습니다. 리바운드 개수에서 32-43으로 제공권을 내줬고 2점슛 성공률은 38%에 그쳤죠. ‘골밑을 지배하는 자가 게임을 지배한다’는 진부한 명제는 이날도 통한 셈입니다. 장기인 외곽포는 1쿼터 세 방으로 잠시 반짝였을 뿐 LG 김진 감독은 오리온스의 외곽봉쇄법을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현민이 이끄는 2대2플레이도 2쿼터 후반부터는 영 신통치 않았던 오리온스입니다.

LG는 3쿼터 ‘태종대왕’ 문태종이 파울트러블에 걸리며 위기를 맞았지만 펄펄 나른 김시래와 이지운의 귀중한 5득점으로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습니다. 게다가 4쿼터 김영환의 폭발까지, 이날 승리로 ‘태종이형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LG입니다.

N수생의 여유
이날 21득점(5어시스트 포함)으로 개인통산 PO최다득점기록을 경신한 LG의 야전사령관 김시래는 경기 후 “이제 PO는 긴장되는 무대가 아니라 즐기는 무대”라고 말했습니다. 3년차 가드치고 성숙한 느낌이 물씬 느껴졌는데요. LG로 이적할 때만 해도 모비스 시절의 인상이 워낙 강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시래입니다. 이날도 경기조율, 패싱, 수비, 득점력 어느하나 흠잡을데 없는 기량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죠. 추일승 감독은 이날 가드진에 한호빈-김강선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스타팅 라인업을 구성함으로서 김시래의 스피드를 잡아보려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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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아 어서와, PO는 처음이지?' 지난 6일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LG 김시래(왼쪽)와 오리온스 이승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처럼 LG에는 작년 챔프전을 비롯, PO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김종규 역시 “작년에는 내가 뭘 몰랐었다”며 이번 플레이오프에 칼을 갈고 있고 문태종은 벌써 5번째 PO무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든든한 선수죠.

반면 오리온스는 이승현과 길렌워터-라이온스 등 팀 주축 선수들이 KBL 플레이오프를 처음 겪어본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입니다. 이날도 초반 선수들 다섯 명 사이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오리온스 쪽이 더 나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리온스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왠지 모르게 주춤주춤하며 특정 선수를 찾는 모습이 많았죠. 이는 시간에 쫓긴 무리한 공격으로 이어지거나 더 나아가 24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는 등 팀 공격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큰 무대에서 놀아본 사람은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여유가 생기고 상대의 수가 하나하나 보이죠. 수능 처음 치는 수험생이 모의고사는 잘 보다가도 막상 시험장 가서 긴장하면 생각이 안 나듯이, 그만큼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를 겪어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간 경기력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차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2차전 미리보기 : 답은 이미 나와 있다
1차전 승리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LG입니다. 반면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2차전을 꼭 잡고 고양으로 올라가고 싶을 텐데요. 양팀 모두에게 1차전은 승패를 떠나 다음 판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답을 찾은 경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좋은 슈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스는 외곽포를 살리되, 1대1능력이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활용해 포스트 공격을 먼저 보고 이후에 외곽 찬스를 파생시키는, '순리대로 하는 농구'가 필요합니다. 이날 오리온스 외국선수들은 골밑보다는 외곽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볼을 오래 끌다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죽게 만드는 악영향도 발생시켰죠. 반면 LG 제퍼슨은 끈질기게 포스트로 치고들어가 득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이었고, 정규리그때와는 달리 라이온스를 상대로 터프한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오리온스가 외곽 찬스를 만드는 방법도 사실은 이와 같아야 합니다. 길렌워터-라이온스가 1대1능력도 있고, 2대2게임을 잘 받쳐줄수 있는 가드 이현민도 있으니 활발한 포스트 공략을 통해 우선 수비를 좁혀놓고, 그 다음에 외곽에 기회를 봐주는 것이 훨씬 경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날 라이온스의 경우 제퍼슨에다 김종규의 헬프 디펜스까지 상대하다보니 골밑 슛 타이밍을 좀체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헬프디펜스가 왔다는 의미는 그만큼 어디 한 자리가 비었다는 걸 의미하는 만큼 이를 역으로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쉬운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슛컨디션이 좋아보이는 이승현에게 많은 득점 기회를 봐주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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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줘, 너 잘하는 거 있잖아' 2차전 필승을 노릴 오리온스에겐 이현민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투맨게임이 필요하다. (사진=KBL)

이승현은 오리온스가 내외곽의 조화를 이루는 데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입니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의 스타일이 다른 만큼 어떤 용병과 뛰느냐에 따라 자신의 역할에 변화를 줄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길렌워터는 라이온스보다 힘이 있고, 라이온스도 웨이트는 좀 밀리지만 높이가 있어 충분히 골밑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대2플레이도 정리를 잘 해서 경기가 안풀릴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LG는 이날 '유병훈 카드'를 아끼는 모습이었는데요. 가드치고 신장이 큰 유병훈이 오리온스와의 매치업에서 밀릴 만한 선수는 없다고 볼 때, 김진 감독은 상대의 외곽포에 대응할 만한 카드로 김영환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게 주효했습니다. 4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1득점으로 오리온스를 질리게 만든 김영환이었습니다.

김영환의 활약 덕에 이날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려 코트를 비운 문태종의 빈자리가 크지 않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결국 LG라는 팀 전체에 밸런스를 맞춰주는 선수는 문태종입니다. 이날 4쿼터 외곽이 터졌기에 망정이지 그 반대의 경우 계속 시소게임이 전개됐을지 모를 일이죠. 확률농구로 승리를 거둔 LG, 확률적으로 볼 때 문태종의 활약이 꼭 필요합니다.

제퍼슨이 혼자하다 실책하고 말리는 상황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이날 1쿼터를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김종규는 웨이트에서 밀리다 보니 자꾸 미들레인지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센터 포지션에 집중해 좀더 골밑에서 부벼줘야 팀이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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