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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NC팬의 5가지 꿈
설렌다. 멀어만 보이던 그날이 왔다. 내일(7)이면 멈췄던 야구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사막의 질주’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곧 볼 수 있다. 동시에 새 단장을 마친 넓고 안락한 마산야구장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지난해 누구도 예상 못한 돌풍을 일으킨 공룡군단이 올해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 설레는 시작을 앞두고 소박한(?) 5가지 꿈을 꿨다.

1. 기분 좋은 예감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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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질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NC 선수단


NC는 올해 정면승부에 나선다. 2년간 누리던 신생팀 혜택을 벗어던졌다. kt를 제외한 8팀과 똑같은 조건에서 시즌을 치른다. 지난 겨울 NC는 섣불리 FA 광풍에 뛰어들지 않고 묵묵히 내실을 다졌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벌써 기분 좋은 조짐이 보인다. 새롭게 떠오르거나 부활의 기미를 보인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투수에서는 이태양과 박명환의 부활이 돋보인다. 2013년만 해도 모든 야구팬이 이태양 하면 한화가 아니라 NC를 먼저 떠올랐다. 시즌 초 이재학과 짝을 맞춰 깜짝 활약을 했고 3연속 선발승을 올리며 한화의 이태양에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로 한동안 1군에서 보기 힘들었다. ‘102승 투수’ 박명환도 마찬가지다. 2013년 김경문 감독의 부름에 응했지만 아직 마운드에서는 기대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두 선수가 ‘사막의 질주’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태양은 18일 UC어바인전에서 7연속 탈삼진, 박명환은 전훈기간동안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외로운 토종에이스’ 이재학에게 곧 친구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주전 선수를 위협할 만한 신예타자도 대거 등장했다. 김성욱-노진혁-윤병호-박광열은 미국 전훈에서 모두 타율 3할을 넘겼다. 포지션도 다양하다. 박광열은 포수, 노진혁은 내야수, 김성욱과 윤병호는 외야수다. 휴식일이 사라지고 경기수가 많아진 이번 시즌. 이들의 성장은 두 번째 가을이야기를 위한 필수요소다. 스프링 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정규시즌까지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올해도 신인왕은 우리 것

신인왕. 한국프로야구 선수 중 단 32명(원년 신인왕 없음)만 가지고 있는 귀한 상이다. 지난 2년 동안 신인왕은 NC의 몫이었다. 2013년 이재학, 2014년 박민우가 생애 단 한 번뿐인 기회를 거머쥐었다.

신인왕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첫 번째는 자격이다. 당해년도를 제외한 5년 동안 한 시즌 1군에서 30이닝 이하를 던지거나 60타석 이상 들어서지 않으면 신인왕 후보가 된다. 두 번째는 능력이다. 신인왕은 말 그대로 신인 중에 제일 잘하거나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선수에게 상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환경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확고한 주전이 있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32명의 신인왕 중 포수가 2명(1999년 홍성흔. 2010년 양의지)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선수보다 월등한 실력으로 자리를 뺏거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야 한다.

현재 NC에는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두 후보가 있다. 바로 김성욱과 윤병호다. 김성욱은 2013년에 데뷔 했으나 한번도 30타석 이상 나선 적이 없고 윤병호는 1군 기록이 없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불방망이도 선보였다. 김성욱이 타율 0.333 18안타(1홈런) 12타점, 윤병호가 타율 0.333 10안타 7타점을 올렸고 똑같이 4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탄탄한 NC 선발라인업 중 유일한 물음표는 좌익수다. 김종호와 오정복이라는 쟁쟁한 선배가 있지만 김경문 감독은 유망주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편이다. 빨리 눈도장을 찍으면 주전경쟁에서 일찍 승리할 수 있다.

만약 둘 중 한명이 주전을 꿰차고 신인왕까지 받는다면 NC는 현대(2002년 조용준, 2003년 이동학, 2004년 오재영) 이후 11년 만에 3년 연속 신인왕을 낳은 팀이 된다. 팬심을 조금 보태자면 3연속은 물론 한국프로야구 최초 4연속 신인왕까지 배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3. ‘호호형제’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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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좌)와 노성호(우)가 이재학의 짝이 된다면 NC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호호형제’ 이민호와 노성호를 보면 언제나 기대된다. 마운드에서 150km 강속구를 쌩쌩 던지는 모습에서는 힘이, 통통한(?) 풍채에서는 듬직함이 느껴진다. 두 형제는 2012년 우선 지명되며 탑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정도까진 아니지만 아직 여러 보직을 옮기며 몸에 맞는 옷을 찾고 있다.

‘호호형제’의 각성은 점점 필수과제가 되고 있다. 현재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토종 투수는 이재학뿐이다. 지난해까지는 신생팀 특혜로 외인 투수를 3명까지 쓸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혜택이 사라졌다. 토종 선발투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두 형제가 하루빨리 성장해서 이재학의 곁을 지켜줘야 한다.

매 시즌 전 항상 기대했지만 올해는 더욱 기대된다. 이민호는 ‘신무기’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서클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쓰는 이재학을 따라다니며 직접 전수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유리한 카운트마다 체인지업을 던지며 감을 잡았고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테스트에 돌입한다. 만약 체인지업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150km 속구와의 엄청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물론 이재학에게 한턱내는 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성호도 ‘본색’을 드러내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성호는 지난해 후반기 평균자책점 3.99 1승 1홀드 피안타율 0.237로 호투했다. 김경문 감독도 포스트시즌 다크호스로 노성호를 꼽을 정도였다. (아쉽게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노성호는 호투비결에 대해 “프로가 된 후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다 보니 역효과가 많이 있었는데 지난해 후반기를 통해 내 감정을 표출하는 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며 마인드의 변화를 꼽았다. 야구장 밖에서 싸움을 즐기는 투수는 범죄자지만 마운드에서 싸움을 즐기는 투수는 스타가 될 수 있다. NC 최초의 좌완에이스를 만나길 기대한다.

4. 김태군에게 단짝친구가 생기길

포수에 대해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라는 ‘포수거지설’을 남긴 선수가 있다. 바로 NC의 안방마님 김태군이다. 실제로 포수는 굉장히 고되다. 경기 중에 수십, 수백 번을 앉았다 일어나야하고 폭투나 홈을 향해 달려드는 주자를 향해 몸도 내던져야한다. 공격 때는 상대투수, 수비 때는 상대타자와 두뇌싸움을 해야 한다. 경기 중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그래서 야수 중 체력소모가 제일 심하다.

지난해 NC의 가을야구의 숨은 공신은 김태군이었다. 108경기에 출장하며 785수비 이닝(리그 2위)을 책임졌고 도루 저지율도 0.272로 준수했다. 공격에서도 타율 0.262 23타점으로 제몫을 톡톡히 했다. 더욱 빛난 것은 팀을 이끄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잠실대첩(4월 11일 LG전) 9회말 2사 만루에서 위기에 몰린 김진성에게 “행님 심장 좀 뛰나, 이게 마무리다. 내 믿고 편하게 던져라. 막아줄게”라는 한 마디를 던지며 진정시켰다. 김진성은 당시 불방망이를 자랑하던 조쉬벨에게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위기에 몰린 원종현에게 “쌔리 던져라”라는 한마디로 155km 강속구를 이끌어냈다. 또한 홈런치고 돌아오는 테임즈와 함께하는 수염 세리머니는 언제나 하이라이트 0순위다.

하지만 김태군은 외롭다. 마땅한 백업포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 역할을 해준 이태원이 신고선수가 되며 무주공산이 되었다. 당장 새 포수를 찾아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백업포수의 발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스프링캠프에 포수만 6명을 데리고 갔다. 배터리 코치도 2명(최기문·이도형)이나 붙였다. 현재 눈에 띄는 백업포수는 ‘예비역’ 박세웅과 ‘프로 2년차’ 박광열이다. 두 선수 모두 전지훈련 1·2차 평가전 MVP에 뽑히며 주목 받았었다.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이승재와 김지호의 드라마틱한 반전도 꿈꿀 수 있다. 평소보다 긴 여행길(144경기)을 함께 할 김태군의 확실한 동반자가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란다.

5. 두 번째 가을이야기

지난해 공룡군단은 정말 거침없었다. 7연패로 시작한 2013년과 달리 연승과 위닝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시즌 내내 상위권에 있었다. 단디(NC 마스코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WIN 깃발을 흔들며 마산구장을 돌았다. 그 결과 역대 신생팀 최단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하고 첫 가을이야기를 썼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3차전에서 값진 첫 걸음을 내딛었다. 김종호의 질주와 ‘호부지’의 한방, 김태군의 결정적인 두 개의 홈 블로킹은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올해도 가을이야기를 듣고 싶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위의 4가지 꿈이 이루어진다면 두 번째 가을이야기는 곧 현실이 되리라 믿는다.

#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간절한 바람 - 원종현의 무사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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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강속구가 아니라도 괜찮다. 마운드에 오른 원종현의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


좋은 경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들이 불의의 부상으로 뜻을 접길 바라는 팬은 아무도 없다. 조금 부진하더라도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다.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는 그 소원이 더욱 간절하다. ‘155km의 사나이’ 원종현이 있어서다. 지난 1월 전지훈련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원종현은 한국으로 돌아와 정밀 검진을 받았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대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초기에 발견했고 다른 장기로의 암세포 전이가 안 되어 수술 후 본가에서 요양 중이다.

방출설움을 딛고 지난해부터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원종현의 투병소식은 너무나 안타깝다. 2011년 트라이아웃으로 NC 유니폼을 입은 원종현은 지난 시즌 개막전까지 철저한 무명이었다. 하지만 투구폼을 오버핸드스로에서 스리쿼터로 바꾸며 구속이 150km대 까지 올랐고 지난해 이를 바탕으로 불펜 에이스가 되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155km를 연거푸 꽂아 넣으며 역사적인 포스트시즌 첫 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모두가 그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선수단은 모자와 배트에 155를 새기며 그와 마음을 함께했다. 구단도 보류선수명단에 그를 포함하고 ‘155K WON TEAM, ONE DINOS’이라는 이름의 월페이퍼(모니터 바탕화면)도 공개했다. 팬도 응원의 메시지와 편지를 보내고 있으며 원종현도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이긴 것처럼 이번에도 이겨내겠다. 건강을 되찾아 다시 마운드에 서겠다.”며 굳은 다짐을 보여줬다.

브라질의 유명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 에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라는 구절이 있다. 팬의 진심 어린 응원은 선수가 힘을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때로는 그 힘이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한다. 자! 이제 꿈이 현실이 되는 장면을 만나러 야구장으로 떠나자.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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