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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장군’ 헤인즈-‘멍군’ 포웰, 멍군이 이겼다…농구는 타이밍
24일 경기 결과 : 인천 전자랜드(25승 25패) 79-77 서울 SK(33승 1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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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가 부상 복귀전부터 32득점을 퍼부은 리카르도 포웰의 활약에 힘입어 애런 헤인즈가 버틴 SK를 제압하고 24일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사진=KBL)

'장군멍군' 헤인즈-포웰 전쟁…이런 게 에이스의 숙명
헤인즈와 포웰, 각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두 외국인선수 간 기싸움이 경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SK는 이날 초반부터 외곽보단 골밑 득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헤인즈는 1쿼터에만 12점을 몰아넣으며 레더를 압도, 벤치에서 부상 복귀전을 준비하던 포웰을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의 서막이었죠.

헤인즈의 폭주에 울상짓던 레더를 대신해 1쿼터 중반 코트를 밟은 포웰은 2쿼터 5득점으로 몸을 풀더니 후반부터 맹공에 나섰습니다. 3쿼터에만 무려 15득점을 쓸어담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죠. 물론 헤인즈도 가만있지 않고 끈질기게 10점을 집어넣으며 맞불을 놨습니다. 이날 전반전이 저득점 양상으로 흘러가며 다소 루즈했던 건 그만큼 양팀이 치열하게 골밑에서 힘을 뺀 결과였는데요. 후반 두 용병 간 팽팽한 맞대결에 경기는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워낙 영리해 국내선수보다 한국농구를 더 잘 안다는 두 선수는 4쿼터 나란히 파울트러블에 걸리자 그 잘하던 2대2플레이도 자제하고 둘만의 진검승부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서로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지만, 포웰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그들의 전쟁은 ‘에이스의 숙명’과도 같았습니다. 이날 각각 KBL 통산 6500득점(헤인즈 역대 10호)-4100득점(포웰 34호)으로 기록까지 장군멍군으로 세운 두 선수입니다.

막판까지 계속된 헤인즈-포웰의 ‘누가누가 잘하나’는 헤인즈가 경기종료 2분전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남과 함께 포웰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헤인즈 대신 들어온 코트니 심스는 김선형과 함께 턴오버를 저지르며 전자랜드에게 승리를 넘겨줬습니다. 3쿼터까지 4점으로 침묵하던 '4쿼터의 사나이' 김선형은 마치 4쿼터를 기다린 듯 10점을 넣어봤지만 부랴부랴 성급한 모습이 없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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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헤인즈와의 충돌로 눈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투혼을 발휘한 정영삼. (사진=KBL)

"다 드루와, 드루와" 정영삼의 붕대투혼
복귀전부터 32득점을 터뜨린 포웰 앞에서 4쿼터 헤인즈의 파울아웃이 이날 승부를 갈랐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를 빼고 보면 결국 이날 경기는 조금 더 볼에 대한 애착을 갖고 소중히 다룬 전자랜드의 승리였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정영삼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정영삼은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입니다. 자기 팀에게나, 상대에게나 이 선수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상당하죠. 그런 정영삼이 이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붕대를 감고 나와볼 하나하나에 악착같이 덤벼들었으니,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 위압감은 실로 엄청났을 겁니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정영삼같은 베테랑의 투혼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이날 박상오-최부경-박승리로 이어지는 SK 빅 포워드 3인방의 득점은 가뭄에 콩 나듯 했지만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은 포웰과 함께 고루 힘을 냈습니다. 외곽포는 이날도 쏠쏠했고 특히 3쿼터 차바위의 한방은 SK의 전매특허 3-2드롭존을 쑥 들어가게 했죠. 항상 궂은일을 마다않고 분위기메이커로서 팀에 활력이 되는 이현호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슈터는 관중을 기쁘게 하지만 이현호같은 성실한 선수들은 감독을 기쁘게 하죠. 아마 유도훈 감독이 정말 좋아하는 선수 중 한명일 겁니다.

3연패 탈출과 함께 드디어 PO진출 매직넘버를 '1'까지 줄인 전자랜드입니다. 하지만 사실 이날처럼 한 선수가 32점씩 넣는 경기, 팬들은 즐거우셨을지 몰라도 전자랜드의 팀컬러와는 사뭇 다를 뿐더러 플레이오프를 생각한다면 절대 매번은 기대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만큼 지금껏 자랑해온 전자랜드만의 강점을 살려 팀플레이를 더 섬세하게 다듬고, 정병국-박성진 등 좋은 슈팅 능력을 갖춘 앞선을 살려줄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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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풀린다, 안 풀려' 최근 8경기 1승 7패, SK의 부진이 생각보다 길다.

사랑은 타이밍♬, 농구도 타이밍
한편 SK는 좀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8경기 1승7패, 정규리그 4경기가 남은 25일 현재 2위 동부와의 승차도 어느덧 2경기까지 벌어진 SK입니다.

잘 나가던 SK가 삐끗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최근 SK 농구를 보면 전과 다르게 '타이밍이 어긋난 공격'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밍이란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슛을 던져야 하는 때를 말하는데요. 쏴야 할 때 주저하면 분위기가 주저앉아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받고, 급하게 쏠 경우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그만큼 상대에게 쉬운 득점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그만큼 제 타이밍에 던지는 건 중요하고, 감독들이 작전타임 중 '왜 안쏘냐,' 혹은 '왜 하다말고 집어던지냐'하고 불같이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SK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타이밍이 빨라보일 때가 많다는 얘기죠. 투맨게임을 제대로 시도하기도 전에 3점을 쏜다던지, 조금 더 만들어서 슛을 던져도 될 법한데 한 템포 급하게 슛동작으로 올라가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볼을 아낀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조금더 신중하게, 과정을 만들어 공격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워낙 선수구성도 좋고 높이도 있는 팀이니만큼 휴식기를 갖고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 제모습을 찾으리라 생각되는데, 충분한 휴식을 위해 이래저래 4강직행티켓은 포기하고 싶지 않을 SK입니다. 다음달 1일 동부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귀추가 주목되는 한판이네요.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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