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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뼈아팠던 로드의 공백, 그리고 토종 빅맨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14일 경기 결과: 부산 kt(20승 27패) 63-75 안양 KGC인삼공사(20승 2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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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인삼공사가 14일 부산 원정경기에서 홈팀 케이티를 75-63으로 제압하고 공동 7위로 올라섰다.

로드의 빈자리 #1, 잘했다 김기윤
kt 입장에서는 찰스 로드의 결장이 뼈아픈 한판이었습니다. kt는 전반 내내 타이트한 박빙 승부를 이어갔지만 3쿼터에만 실책 9개를 범하며 자멸했습니다. 이날 경기 전체 턴오버 개수는 인삼공사가 더 많았지만(13-17), kt 쪽에서 한 쿼터에 다량의 실책이 몰아 나오면서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한 쿼터 실책 9개는 올시즌 최다 타이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가뜩이나 로드가 빠져 전체적인 전력이 약화된 kt는 한번 넘어간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습니다.

실책 하나 없이 농구를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날 3쿼터, kt에 로드가 있었다면 그만큼의 실책이 나왔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상으로 공백을 겪었던 브락은 오랜만에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았지만 팀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개인 기량적 측면에서도 로드가 있었다면 후반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공백이었습니다.

kt가 실책으로 자멸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인삼공사가 타이트한 수비로 상대 실책을 유발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kt의 미스를 꼬박꼬박 착실하게 득점으로 연결한 부분도 칭찬할 만 합니다. 인삼공사는 3쿼터 kt를 6점으로 묶고 속공 3개 포함 22점을 몰아넣으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죠.

골밑에서 오세근과 윌리엄스-테일러 듀오가 제몫을 해줬고 박찬희 역시 잘해줬지만 특히 칭찬하고 싶은 선수는 루키 김기윤입니다. 이날 27분24초를 뛰며 8득점 4어시스트를 해낸 김기윤은 초반부터 무리한 공격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알토란 같은 2개의 가로채기까지 보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보이지 않는 승리의 수훈갑 역할을 해냈습니다.

로드의 빈자리 #2, 조성민의 답답함
인삼공사가 스위치 디펜스로 조성민을 철저히 봉쇄한 것도 승리의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날 조성민에게 편히 슛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득점원이 봉쇄된 kt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이날 인삼공사뿐만 아니라 kt를 상대하는 모든 팀들은 조성민 봉쇄에 대한 전략을 구상하고 게임에 나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그마다 구사하는 농구의 흐름이 바뀌어가기 마련인데, 최근 한국 프로농구엔 미스매치가 나더라도 스위치 디펜스를 망설이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24초 룰과 14초룰(공격 팀이 14초 미만의 공격제한시간을 남겨놓고 리바운드를 잡을 경우 14초까지만 환원)까지, 자꾸만 타이트해지는 공격 시간 탓이 큰데요. 어쨌든 스위치 이후 상대의 빅맨 앞에서 쉽사리 오픈 찬스를 얻기 힘든 조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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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게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는 케이티 조성민(왼쪽). 답답하겠지만 이 또한 에이스의 숙명일지니.사진=KBL

혼자서는 극복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 조성민 입장에서는 답답한 마음도 들 겁니다. 결국 해법은 팀플레이에서 찾아야 합니다. 더욱 더 촘촘한 스크린 플레이로 조성민에게 확실한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패턴이 필요하죠.

혹은 스위치 디펜스에는 보통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마련인 점을 활용해 다른 선수의 득점을 많이 봐줄 수도 있겠습니다. 이를 모를리 없는 조성민도 평소 로드와의 투맨게임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지만 이날 브락과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전창진 감독이 작전시간 중에도 언급했듯 브락의 1대1 기량이 뛰어나지 않기에 시도 자체도 많지 않았죠. 사실 조성민뿐만 아니라 전태풍처럼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용병과 펼치는 픽앤롤 플레이는 국내에서 여간해서는 막기가 힘듭니다. 이날 로드의 공백이 더욱 아쉬운 이유입니다.

기록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난 6일 전자랜드전에서 무기력히 패한 인삼공사에 대해 개인플레이를 줄이고 팀플레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2월7일자 <호화 라인업 인삼공사, '급할수록 돌아가자'>). 이날 인삼공사는 어시스트 개수에서 kt를 26-10으로 압도했습니다. 이 기록을 보고 이날 인삼공사의 팀플레이가 잘 이뤄졌다는 기사도 제법 있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시스트 개수는 많았지만 이날 인삼공사가 득점하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1대1 공격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26개의 어시스트 중 양질의 어시스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얘기죠.

경기 운영의 묘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kt는 이날 2쿼터 4쿼터 막판에 각각 용병 없이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국내선수들로만 구성된 라인업에 맞서 공격하는 쪽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용병 쪽으로 공을 투입해 1대1을 시켜봐야 합니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죠. 하지만 인삼공사의 공격루트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인삼공사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뛰어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 능력으로 풀어가는 농구는 팀의 안정감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컨디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날 경기는 잘 풀었지만 인삼공사는 언제든 기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한쪽 코너에서 반대편 코너까지 (공이)스윙으로 돌아가다보면 반드시 찬스가 난다”는 김동광 해설위원의 말처럼 물흐르듯 부드럽게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좀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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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의 든든한 마당쇠 김현민(왼쪽)과 김승원. 이들이 경기를 지배하는 빅맨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페이스업 능력이 필수다.

김승원과 김현민, 그리고 모든 토종 빅맨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로드의 결장 속 허약해진 kt의 골밑에서 김승원과 김현민은 이날도 고군분투했습니다. 비록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두 토종 빅맨의 활약은 kt 입장에선 없어서는 안 될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넘치는 에너지와 성실함을 앞세워 전태풍-조성민-로드로 이어지는 주득점원들의 공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두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당쇠형’ 선수들은 결국 모두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용병들이 골밑을 장악한 KBL에서 이들에게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까지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죠. 이들이 경기를 지배하는 빅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페이스업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모든 토종 빅맨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페이스업에 익숙한 빅맨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들 포스트업으로 등을 지고 힘으로 밀고 들어가죠. 김승원같은 선수도 대학 때는 정말 힘 좋은 센터였습니다. 포스트업으로 밀고 들어가면 다 통했죠. 하지만 용병과의 파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든 프로에서 포스트업만으로는 경쟁력 있는 빅맨이 될 수 없습니다. 힘도 밀리고 높이도 밀리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는 거죠. 결국 파워가 떨어지면 1대1 능력으로 그 비교열위를 극복해야 합니다.

김현민도 점프력이 좋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개인 기량을 차치하고라도, 토종 빅맨이 프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꾸준한 출전시간을 얻고 있다는것 자체가 그만큼 능력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주는 요소입니다. 꾸준한 연습을 거치면 분명히 해낼 수 있습니다. 김주성, 함지훈 등의 스텝을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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