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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상식을 깬 모비스, 그래도 이긴 동부 그리고 제자 박병우
10일 경기 결과 : 원주 동부(31승 14패) 76-67 울산 모비스(33승 12패)

상식을 깬 모비스, 깨지지 않은 동부
LG의 12연승을 저지하고 SK까지 잡아내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동부가 과연 선두 모비스까지 잡아낼 수 있을지, 농구팬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빅매치였습니다. 결국 동부의 집요한 2대2 공격이 모비스를 망가뜨린 한판이 됐네요. 동부는 4연승에 홈 6연승을 질주했고 모비스는 5연승이 무산되며 5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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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모비스를 꺾고 5라운드를 8승 1패로 마친 동부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재밌었던 건 이날 모비스가 1쿼터부터 지역방어를 들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모비스는 양동근을 필두로 앞선부터 타이트한 맨투맨 수비가 강점인 팀입니다. 모비스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보통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나오기 마련인데, 유재학 감독은 그 예상을 깨고 혼란을 주기 위해 수비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식을 깬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동부가 초반에는 당황했을지 몰라도 이내 모비스의 지역방어에 잘 대처해냈기 때문이죠. 모비스는 라틀리프가 10득점을 몰아치며 초반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1쿼터 후반 동부 박병우와 김현중에게 연속 7득점을 허용하며 26-19, 7점차 리드를 내줬습니다. 앞선 네 번의 맞대결(모비스 3승 1패) 모두 1쿼터에 앞선 팀이 승리를 챙겼던 점, 또 모비스가 2쿼터 맨투맨으로 돌아가 39-40 역전에 성공했다는 점을 돌이켜볼 때 이날 모비스의 초반 승부수는 뼈아픈 수가 됐습니다.

3쿼터 양팀의 공격이 저조한 상황에서 동부는 픽앤롤 플레이를 통해 해법을 찾았습니다. 끈끈한 모비스는 이날 유독 동부의 투맨게임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양동근 외 나머지 선수들이 동부의 2대2공격에 맞서 스위치 디펜스를 잘해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헷지 수비(컷인하는 선수의 길목을 막아 저지하는 수비)를 하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처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계속해서 득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 라틀리프가 3쿼터 후반부터 파울트러블에 걸리면서 스스로 행동반경을 좁혔고, 이는 막판 승부처에서 사이먼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습니다. 문태영과 양동근이 힘을 내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감 잡은' 김주성이 SK전 두 방에 이어 또다시 3점포를 터뜨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동부산성 동부산성 하긴 하는데, 대체 누구냐 너
최소실점 1위(68.9)에 빛나는 동부산성의 짠물수비는 이날도 여전했습니다.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경기 전까지 창원 LG와 리그 평균득점 공동 1위(79.3점)→이날 패배로 2위)을 자랑하던 모비스를 67점으로 묶어냈죠. 모비스는 양동근-문태영-라틀리프 트리오가 54점을 합작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동부의 높이에 맞서줘야 했던 함지훈은 7득점에 그쳤고 특히 벤치득점은 아이라 클라크의 3득점이 유일할 정도로 저조했습니다.

지난 관전평때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동부의 지역방어는 굉장히 독특한 색깔을 띄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지역방어는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흔히 매치업 존으로 통용되는 수비라고 하기에도 분명 어폐가 있습니다. 이날 4쿼터 동부의 존 디펜스를 보면 반대편 코너로 돌아가는 모비스 선수가 있을 때 동부 수비수는 여러 차례 존(Zone)을 깨면서까지 그 선수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런 움직임은 아예 존 디펜스의 모양을 허문다는 점에서 매치업 존에서 한단계 더 변형된 수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치업 존은 대인방어의 요소가 녹아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일정한 구역 안에서 수비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한편 대인방어 시 동부는 미스매치가 나더라도 스위치 디펜스를 고집하는 모습입니다. 큰 선수가 포스트로 들어가면 오버가딩을 통해 볼 자체를 못잡게 하거나 파울로 잘라 사이드아웃을 이끌어내 전열을 정비하는 식으로 대처하죠. 또 포스트에서 도움수비가 상당히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는 이내 외곽으로 공을 다시 빼줄 수밖에 없고, 결국 24초 공격제한시간에 쫓겨 슛 성공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때가 많습니다. 이렇듯 적재적소에 갖고 있는 방패가 많은 동부에 맞서려니 상대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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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동부 김영만 감독은 감독 부임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팀을 잘 이끌고 있다. 10일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김영만 감독.

이토록 지긋지긋한 수비 조직력을 만들어낸 장본인(?), 김영만 감독은 감독직 첫해인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보통 첫해에는 승부처에서 당황하기도 쉽고 어려운 부분이 많을텐데 경기를 침착하게 잘 읽는 듯한 모습입니다. 전술적인 부분도 준비가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젊은 감독인 만큼 선수들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박병우 이 녀석,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5라운드를 8승 1패라는 무서운 성적으로 마친 동부입니다. 동부의 최근 상승세는 살아난 외곽 득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데요. 그간 동부의 팀컬러에 외곽슛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 왔던 걸 감안하면, 다른 팀 입장에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무기입니다.

그 중심에는 박병우가 있습니다. 2015년 들어 53.8%라는 가공할 만한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는 박병우인데요. 중앙대 시절에 가르쳐봤지만 박병우는 그야말로 ‘농구를 잘 하는’ 선수입니다. 앞선치고 떨어지는 스피드가 약점이나 슈팅력이 좋고 기본적인 재능이 탄탄하죠. 4학년 때 부상으로 시합에 많이 나서지 못하면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삼성 김상준 감독이 박병우의 재능을 알아보고 1라운드 8순위로 선발했지만 게임에 많이 나서지 못하고 묻혀있다가 동부로 트레이드 됐는데, 평가절하되었던 선수가 이제야 자기 모습을 찾고 있는듯해 지도자 입장에서 뿌듯한 마음입니다. 동부로서는 성공적인 트레이드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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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동부에서 살아나고 있는 박병우. 대학교 4학년 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평가절하됐었던 그다.

이제 6라운드가 시작됩니다. 6강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선두권에서도 SK와 모비스 간 다툼에 동부가 가세하며 불이 붙은 상황입니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모비스가 최근 들쑥날쑥하고 SK도 5라운드 현재 4승4패로 주춤한 사이 어느덧 각각 두게임차, 1.5게임차까지 쫓아온 동부네요.

동부는 경기력에 큰 기복이 없다는 게 강점입니다. 물론 높이는 말할 것도 없죠. 여기에 안정된 수비와 최근에는 외곽까지 살아났으니 6라운드 전망은 그야말로 고무적이네요. 지금 분위기로 봐서 6라운드 동부에 긴장하지 않을 팀은 없습니다. 막판 승부가 치열해질수록 체력 부담은 가중될 텐데요. 모든 선수들 ‘자나깨나 부상 조심’ 해야 합니다.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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