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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 문용관 감독의 전화 한 통
지난 27일 기자는 LIG손보의 문용관 감독에 대한 비판기사를 썼다. '마지막 5세트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인한 판정 번복에 대한 문용관 감독의 항의가 너무 지나치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신체접촉을 막기 위해 네트까지 쳐 놓을 정도로 대표적인 ‘매너 스포츠’로 불리는 배구에서 정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기자에게 문자 한 통이 전송됐다. 문용관 감독이 직접통화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문 감독에게 ‘시간 괜찮으실 때 연락주십시오’라는 문자를 남기고 전화를 기다렸다. 솔직히 기사에 대한 항의전화가 아닐까 예상했다. 아무래도 해당기사는 문 감독에게 아팠을 테니 말이다.

이내 전화가 왔고, 문용관 감독은 차분한 말투로 말을 시작했다.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LIG 문용관입니다. 어제 쓰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어제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에 대한 제 잘못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전화 드렸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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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쿨했다. 자신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기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전화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필자는 문용관 감독에게 사과전화를 받을 이유와 자격도 없고, 받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모든 배구팬들에게 전하는 사과를 필자가 대표해서(대표할 어떤 자격도 없지만) 받는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물론 이 사과전화 한 통으로 문용관 감독의 지나친 항의가 옳은 일이 될 수도 없고,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이를 배구팬들에게 사과하는 용기는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칭찬할 만하다. 요즘 같이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와 변명이 판치는 세상에서 말이다.

이제는 달라지는 모습을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면 된다. 문용관 감독의 전화에 살짝 감동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자 생각에는 향후 경기장 안에서의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문 감독이 직접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과실을 깨닫고 훌륭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 문용관 감독 덕에 오래 전 배웠던 공자님 말씀 '개과(改過)'가 새삼 떠올랐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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