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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장'김세진 감독, 맞춤형 전략으로 우리카드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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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감독은 차세대 '덕장'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

“우리카드는 플레이 패턴이 빠르고 공격의 다변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끌려 다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 같다”

경기 전, 김세진 감독의 인터뷰다. 선두 싸움을 하고 있는 OK저축은행이 최하위 우리카드를 무서워한다는 게 엄살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카드는 아직까지 외국인 용병이 합류하지 못했다. 새로운 용병인 다비드는 비자 문제로 아직 경기에 뛸 수 없다. 여러 가지로 OK저축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세진 감독의 인터뷰가 납득이 간다. 시즌 초, 연승행진을 달리던 OK저축은행이 첫 패배를 당한 팀이 우리카드였다. 그 이후 두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모두 풀세트 접전이었다. 용병이 없는 팀이지만 김세진 감독에게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 우리카드였다.

김세진 감독은 맞춤형 감독을 꺼내들었다. 대부분의 팀이 높이를 이용한 공격을 주로 하지만 ‘단신’팀인 우리카드는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오픈공격 보다는 퀵오픈 또는 시간차를 선호한다. OK저축은행은 이 점을 공략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퀵오픈 타이밍에 맞춰 블로킹을 떴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카드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최홍석과 신으뜸이 연이어 블로킹에 가로막혔다. 김정환이 평균이상의 공격성공을 보여줬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엔 어려웠다.

공격상황에서도 김세진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시즌 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시몬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공격성공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체력이 서서히 방전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김세진 감독은 세트 초반에는 시몬에게 공격을 올려주고, 중·후반으로 갈수록 송명근과 송희채의 공격비중을 높였다. 시몬의 높이와 송명근, 송희채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에 우리카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여기에 간간히 한상길과 박원빈의 속공득점이 터져주면서 압도하는 경기를 만들었다.

사전 맞춤 전략뿐만 아니라 양진욱 감독대행과의 수싸움에서도 앞서는 모습이었다. 2세트 중반 작전타임에서 양진욱 감독대행은 우리카드 선수들에게 속공을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김세진 감독은 이를 정확히 파악 후 수비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상대방의 속공타이밍을 잘 맞추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물론 위기상황도 없지 않았다. 2세트 초반 최홍석이 살아나면서 끌려 다니는 경기를 했다. 2세트를 내준다면 흐름이 어떻게 뒤바뀔지는 알 수 없었다. 김세진 감독은 위기상황에서 애써 최홍석쪽 수비를 강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목적타 서브를 강화하면서 리시브를 흔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시도는 오픈공격을 할 수밖에 없고, 오픈이 약한 우리카드는 공격은 자멸했다. 겨우 2년차 감독이라 보기엔 놀라울 정도의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OK저축은행은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아직도 범실이 많은 팀이다. 그러나 시몬이라는 거물과 더불어 ‘명장’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을 통해 창단한지 2시즌 만에 선두권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안 되는 점도 있지만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김세진 감독. 한국 배구를 이끌 차세대 덕장으로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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