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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컵 한국 2승] '플랜 B'의 공격은 C학점
국제 경기에서는 베스트11의 플랜A 멤버들도 중요하지만 벤치를 지키는 플랜B 멤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짧은 대회 기간 탓에 휴식 시간이 짧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이 “11명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 23명 모두를 활용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13일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 컵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쿠웨이트를 1-0으로 꺾었다. 이날 한국의 선발 라인업에서는 플랜A의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다. 먼저 오만 전에서 부상당한 이청용이 귀국길에 올랐다. 이청용은 경기 직후 정밀검사를 한 결과 오른쪽 정강이 뼈 부근에 얇은 금이 난 것으로 판명, 훈련을 3주 정도 쉬도록 권유받았다. 주장 기성용과 함께 팀을 이끄는 기둥이 사라진 셈이다. 또 감기증상이 있는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이 결장했고, 김창수도 타박상 탓에 숙소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역시 오만 전에서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조영철도 후반에 출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100% 몸 상태가 아니면 선발에서 제외할 것”이라며 무리한 경기 운영을 지양했다. 3차전 호주와의 경기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1차전 오만 전의 선발 라인업과 비교하면 7명의 선수가 바뀌었다. 원톱에는 ‘중동킬러’ 이근호가 선발 출전했고, 2선에 남태희, 이명주, 김민우, 중원에는 기성용, 박주호가 섰다. 포백에는 김창수 대신 출전한 차두리를 비롯해 김진수, 장현수, 김영권이 포진했다. 골키퍼는 김진현 대신 김승규가 맡았다.

쿠웨이트는 A매치 100경기를 돌파한 베테랑 골키퍼 알 칼디 대신 하미드 유세프가 골문을 지켰다. 수비에는 알 하제리, 알 에나지, 아와드, 알 막시드가 포백을 이뤘고, 미드필더에는 주장 알 엔지를 비롯해 알 마툭, 알 에브라힘, 알 부라이키, 알 마샨이, 원톱에는 나세르가 먼저 그라운드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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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24 레크위야 SC)가 쿠웨이트와의 2015 AFC 아시안 컵 예선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캔버라는 많은 비가 내렸고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경기 초반 한국은 낯선 플랜 B에 적응하지 못했다. 라인과 공간을 좁게 두면서 좌우 날개를 활용하지 못했다. 패스 타이밍도 늦고 패스미스도 잦았다. 전반 30분까지 슈팅이 한 개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일어나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히려 쿠웨이트가 볼 점유율 52% vs 48%로 앞서며 경기를 끌고 갔다. 코너킥도 먼저 가져갔다. 전반 24분에는 나세르가 단독돌파 찬스를 잡았다. 비록 장현수에게 따라붙어 몸싸움에 밀렸지만 한국 수비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한국은 전반 30분 첫 슈팅을 기록했다. 김민우가 미드필드 진형에서 이근호에게 긴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이근호는 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인사이드로 감아 찼지만 키퍼 유세프에게 막혔다. 이후 별다른 공격 없이 밋밋한 경기가 지속됐다.

그리고 균형이 깨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제몫을 한 차두리가 그 중심이었다. 전반 35분, 차두리는 압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오른쪽에서 깊숙이 오버래핑 했다. 이후 박스 중간으로 크로스 올린 것을 쇄도하던 남태희가 정확히 머리로 밀어 넣었다.

한 골을 앞선 채 전반을 마무리한 한국은 후반전에 이명주를 빼고 오만 전 결승골의 주인공 조영철을 투입했다. 조영철은 이근호와 투톱을 이루며 답답했던 공격의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찬스보다는 위기가 더 많았다. 그나마 공격에서 이근호가 많이 움직인 것이 위안거리였다. 후반 15분 이근호는 롱 패스를 받은 후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재빨리 드리블로 공을 치고 나갔다. 비어있는 골문에 슛을 날렸지만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이후 이민호와 두 차례 2대1 패스를 통해 쿠웨이트의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후반 29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김민우의 크로스를 방향만 살짝 바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살짝 빗나갔다. 이근호는 후반 30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한 이정협이 김민우 대신 투입되면서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한국은 한국영을 투입하며 허리를 강화했다. 후반 37분에 박주호, 후반 추가시간에 조영철은 위협적인 중거리 슛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번번이 키퍼 유세프에게 막혔다. 그리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오만 전에 이어 최약체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도 한 골 차로 간신히 승리했다. 잦은 위기를 초래한 수비도 문제지만 공격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문제는 플랜A의 공격력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해야 하는데 이청용의 공백으로 그것도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에 호주와 조 1위 자리를 두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13일 아시안 컵 경기결과

한국(2승) 1-0 쿠웨이트(2패)
호주(2승) 4-0 오만(2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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