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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전타임 운용의 미학 - 삼성이 하나 남은 타임을 더 일찍 사용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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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작전을 지시하는 삼성 이상민 감독. 이날 4쿼터, 삼성이 하나 남은 작전타임을 좀 더 일찍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3일 부산 KT와 서울 삼성의 4라운드 맞대결이 벌어진 사직실내체육관. 4쿼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55-54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던 삼성은 이날도 경기 막판 고질적인 집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줬다. 이날 삼성은 무려 16개의 턴오버를 범했고, 그중 4쿼터에 나온 것만 8개였다.

하지만 더욱 아쉬웠던 것은 경기 막판 삼성 벤치의 작전타임 운용이었다. ‘흐름의 스포츠’인 농구에서 작전타임 한 번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분수령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삼성은 이날 3쿼터에 한 번의 작전시간을 사용하고 4쿼터를 맞았다. 남은 타임은 2회. 4쿼터 초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벌이던 삼성은 종료 6분을 남기고 한 번의 기회를 사용했다. 키스 클랜턴의 연속 득점으로 59-58까지 추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어진 세 번의 공격 기회에서 잇따른 턴오버로 역전 기회를 날려버리자 이상민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한 것. 이 감독은 이 시점을 첫 번째 승부수로 판단한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타임으로 덕을 본건 KT였다. 작전시간 이후부터 순식간에 KT가 이재도의 3점슛과 찰스 로드의 골밑 득점을 묶어 64-58, 6점차로 달아난 것. 사실 이 때까지도 KT에겐 후반에 주어진 작전시간 3회가 모두 남아 있었다. 3쿼터에 타임을 한번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KT도 4쿼터 초반 삼성의 추격에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전창진 감독은 계속해서 타임을 아껴뒀고, 결국 삼성 덕분에 '손 안대고 코를 풀게' 됐다.

이후 전창진 감독이 후반 들어 첫 번째 작전타임 카드를 빼 든건 경기종료 4분 전이었다. 삼성의 리오 라이온스와 차재영이 팀파울에 걸린 KT 수비진을 공략하며 자유투로 석 점을 추가했고, 점수차가 다시 석 점(64-61)으로 좁혀지자 이번에는 전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 말 그대로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정확히 이 타임 이후 세 번의 공격에서 삼성은 턴오버 세 개를 범했다. 반면 KT는 이재도와 로드가 연속 6득점을 해내면서 70-63까지 달아났다. 경기 흐름이 걷잡을 수 없이 KT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지만 이상민 감독은 타임을 부를 수 없었다. 종료 3분 전에 남아있는 타임은 단 한 개였기 때문. 전창진 감독은 노련했고 경기 주도권은 물론 벤치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한 KT가 갖고 있던 두 개의 타임을 사용할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삼성이 남아 있는 한 개의 타임을 결국은 이때 사용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상민 감독은 한 번밖에 남지 않은 타임을 아껴야 한다는 판단이 앞섰겠지만, 64-61에서 70-63까지 KT쪽으로 넘어가던 흐름을 끊어주는 것이 더 급한 일이었다. KT 역시 팀파울에 걸려 있었고, 이날 야투성공률(43%)도 그리 신통치 않았기에 5점차 이내의 스코어만 유지해줬다면 끝까지 해볼만한 승부였다.

김태환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이상민 감독이 턴오버가 다시 나오던 그 시점(종료 3분 전)에 마지막 타임을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부수를 띄워 KT를 조금만 더 다급하게 만들어놓았다면 이후 충분히 상대의 작전타임을 얻어 쓸 수 있었다는 의미다.

결국 이 감독은 마지막 타임을 1분 20초 전에 사용했다. 승부는 이미 74-63으로 기운 뒤였다. 때늦은 감이 있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KT는 남은 시간 로드의 트리플더블 달성을 알리는 블록슛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고, 결국 나머지 두 개의 타임은 사용하지 않은 채 경기를 끝냈다. 3-4쿼터 20분간 한 번의 타임만을 사용한 채 승리를 따낸 것이다. 벤치싸움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일을 가정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보 감독 이상민에게 이날 4쿼터 전창진 감독과의 벤치 운용 싸움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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