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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수호 아나운서, ‘한국의 빈 스컬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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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까지 야구 중계를 하고 싶다' 유수호 아나운서가 야구대제전에서 중계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마산야구장은 수많은 야구인으로 북적인다.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9일 동안 2014야구대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프로가 없던 1979년 실업야구와 고교야구 스타들의 올스타전 성격으로 기획된 야구대제전은 1981년을 끝으로 중단 된 뒤 지난해 부활했다. 이 대회는 한 학교의 모든 야구인들이 세대를 초월해 모교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선수들은 선후배 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은 옛 고교야구의 추억과 이색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대회다.

돌아온 야구대제전을 가장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다. ‘스포츠 캐스터계의 전설’ 유수호(67) isportsTV 대표이사다. 1969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하며 아나운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유수호 캐스터는 하일성 해설위원과 함께 오랫동안 콤비를 이루며 많은 명경기를 중계했다. 야구뿐 아니라 배구, 탁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입지를 넓혔고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는 17개 종목 중계라는 ‘신화’를 만들기도 했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진행된 야구대제전을 모두 현장 중계했던 그는 이번 대회 주관방송사 소속으로 대회에 참여했다.

마산야구장에서 만난 유수호 캐스터는 야구대제전에 대한 회상과 앞으로의 개선점을 말했다. 그리고 노장이 인정받지 못하는 아나운서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Q. KBSN을 나온 이후 TV에서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 근황이 궁금하다.
-2011년 KBSN을 나온 이후 인터넷방송 아이스포츠TV에 들어가 수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세팍타크로, 검도, 족구 등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고 있는데 비인기 종목의 협회들이 방송해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종목에서는 장내 아나운서도 맡았고 최근에는 인천에서 열린 세계휠체어선수권을 중계도 했다. 하루 두 경기씩 맡았는데 휠체어 농구만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장애인을 위해서 재능기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Q. 야구대제전에 돌아온 소감이 궁금하다.
-지난해는 우리 방송사가 중계하지 못해 33년 만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야구대제전에 대한 첫 느낌은 편안함이다. 32년 전 중계하던 생각도 나고 옛 생각도 많이 난다. 그 시절 선수들을 오랜만에 만나 반갑고 옛날이야기도 많이 했다. 요즘 야구팬들이 모르는 그들의 프로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다. 이런 대회는 젊은 친구들보다 경험 많은 아나운서가 중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Q. 33년 전의 야구 대제전은 어땠나?
-그때는 다들 아마추어라 몸 관리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많은 선수들이 나왔다. 당시 한일은행 감독이었던 김응용 감독도 뛰었다.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 항상 관중이 절반 이상 들어찼다. 중계방송도 많았고 볼거리가 풍성해 인기가 좋았다. 지금은 자유참가제로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유명하거나 전통이 있는 학교만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30년 전에 없었거나 참가 못했던 학교들이 많이 나와 한 곳에서 대회를 치르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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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서는 늘 청춘!' 야구장을 배경으로 미소 띤 표정을 짓고 있는 유수호 아나운서.

Q. 야구대제전의 인기가 전과 같지 않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부활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병석 대한야구협회 회장도 말했지만 내년에 완공되는 고척돔에서 경기를 하면 모두가 편안하게 야구대제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상식 시즌이 겹치고 날씨도 추운데 서울에서 널리 떨어진 곳에서 열려 선수와 팬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7일 양준혁 재단 경기는 목동에서 하니 많은 선수들이 쉽게 가서 잠깐이라도 경기를 뛰지 않았나. 고척돔에서 대회를 하면 부상위험도 줄고 거리도 가까워 더 많은 프로들이 참가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야구팬들이 야구갈증에 시달리는 시기에 현역 프로선수들이 지명타자로 나오거나 대타로 잠깐 나오더라도 모교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자체가 화젯거리다.

대회규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현역 프로투수들이 투수로 못 나오는데 이를 1이닝 제한 정도로 바꿨으면 한다. 프로투수가 많은 팀들은 선수운영에 애를 먹는다. 한 예로 덕수고는 대부분의 프로가 투수다. 그 많은 투수를 쓰지도 못하고 다른 포지션에 쓰자니 수비가 안 돼 감독이 경기를 운영하는 데 애를 먹는다. 현실에 맞고 선수와 야구팬을 위한 규정으로 바꿔야한다. 대회를 기획한 박노준 KBA 기획이사도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다음 대회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다.

Q. 지난 44년간 공중파(KBS)-케이블(KBSN)-인터넷 방송을 경험했는데 각 방송마다 차이점이 있다면?
-KBS 35년, KBSN 6년, 인터넷 방송 3년을 했다. 공중파 방송은 파급력이 크니 한마디 한마디를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야 했고 규율도 엄격했다. 케이블 방송은 활동하는 데 좀 더 자유로웠고 다양한 종목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젠 케이블도 공중파만큼 위력을 갖고 있기에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인터넷 방송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종목을 자유롭게 중계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특성상 댓글이란 기능이 있는데 이를 보면서 방송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시청자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있고 궁금한 점도 그때그때 알려줄 수 있어서 좋다. 가끔 욕설이나 속어를 쓰는 사람도 있지만 웃어넘긴다.

Q. 젊은이 못지않게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나이 먹으면 퇴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 아니다. 목소리가 팔팔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현장감을 잘 전달 할 수 있다면 누구나 2~3시간 중계는 거뜬히 할 수 있다.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와 해설가가 많이 젊어졌다. 젊은 건 좋지만 이들이 야구의 뿌리와 과거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단지 들어서만 알 뿐이다. 그 시대를 직접보고 경험한 사람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을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

LA다저스에는 빈 스컬리라는 유명한 아나운서가 있다. 우리나이로 86세인데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며 연봉도 300만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는 그 나이가 되기도 전에 은퇴해야 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다. 프로야구 현장도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가 없었던 아마시절에는 30대면 노장취급 받았다. 지금은 프로야구에서 나이 30이면 전성기에 들어가는 분위기고 40대 선수도 많아졌다. 선수의 수명도 늘어났는데 아나운서는 여전히 60살 이전에 그만둔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아나운서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인터넷방송사를 운영하면서 은퇴한 친구 중 괜찮은 친구를 불러 방송을 맡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육상종목 장내아나운서를 했다. 둘 다 지상파 출신 아나운서는 내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지금 스포츠중계만 44년째 해오고 있는데 이 나이에도 충분히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Q. 후배 아나운서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생각하면서 방송 할 것, 방송인이 아닌 언론인의 자세로 책임감을 가질 것, 우리말 지킴이 역할을 할 것. 눈에 보이는 것만 중계하는 건 목소리만 좋은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현장이나 현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말해야한다. 그리고 우리(시대)는 언론인이라고 생각했지 예능이나 얼굴을 알리는 건 뒷전이었다. 유명세는 열심히 하다보면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지금 젊은 친구들은 거기에 급급한 것 같아 아쉽다. 요즘 우리말이 인터넷 용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방송이나 예능에서 속어나 줄임말이 넘쳐나는데 이는 우리말을 진흙탕 속으로 빠트리는 것이다. 아나운서들이 잠깐의 흥미를 위해 그런 말을 쓰는 건 괜찮지만 생각 없이 할 말 못 할말 하는걸 보면 답답하다.

Q.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구는 초등이든 프로야구든 하는 방법은 똑같다. 그런데 우리는 팬이고 뭐고 모두 프로에 치우쳐져 있다. 아마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대한야구협회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야구대제전 같은 좋은 이벤트를 많이 개최해 아마야구가 발전했으면 좋겠다. [헤럴드스포츠(마산)= 차원석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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