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토크 인사이드]돌파구 찾아 나선 코리안투어 선수들
이미지중앙

[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생활고에 시달리다 KPGA 코리안투어를 떠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은 너도 나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떠난 지 오래다. 혹시나 대회가 늘어날까 기다리던 선수들 마저 살 길을 찾아 2015시즌 JGTO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중이다. 최근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리안투어의 ‘엑소더스(exodus)‘다.

코리안투어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프로들 뿐이다. 일본이나 아시안투어로 빠져 나가고 싶어도 경비가 문제다. 선수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협회도 대회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기업들은 선뜻 손 내밀기를 꺼린다. 그나마 남자 골프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풍산그룹 류진 회장을 자문위원으로 모신 것은 다행이다.

한국골프연맹(KGF)은 창립 18개월 만에 회원수가 4300명으로 늘었다. KGF는 2011년 박삼구 전임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내홍을 겪던 중 KPGA 선수출신과 회원들이 만든 단체다. 최근 들어 눈덩이 불듯 불어난 회원 대부분이 KPGA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달 16일 전북 군산의 군산CC에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대거 집결했다. KGF가 주최하는 로컬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60명 중 57명이 KPGA 정회원과 코리안투어 선수였다. 이들이 KGF 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KPGA 챌린지투어보다 많은 상금에 있다. 그리고 하위권 선수들은 부족한 대회 수를 보충해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골프로 밥을 먹고 사는 투어 선수들은 경기가 없으면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 또 가뭄에 콩 나듯 열리는 대회에서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도 없다. 지난 9월 열린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 챔피언 조에서 박상현과 김태훈 그리고 아마추어 이재경이 우승 경쟁을 펼쳤다. 박상현의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김태훈에겐 씁쓸한 대회였다.

박상현은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어 8주 연속 대회를 뛴 상태얐으나 김태훈은 6월 열린 바이네르-파인리즈오픈 이후 대회가 없어 7주의 공백 끝에 출전했다. 아마추어 이재경 또한 7월부터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거의 매주 경기를 뛰면서 6개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였다. 김태훈을 빼면 두 선수는 모두 샷감이 살아 있었다. 작년 군산CC오픈과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아마추어 우승을 차지한 이수민과 이창우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시드권자인 김태훈의 경우 올 시즌 열린 11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시드권자가 아닌 Q스쿨 통과자는 출전자격 카테고리에 밀려 상금이 큰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다. 큰 대회 출전을 원천적으로 봉쇄(?) 당한 루키들은 매년 Q스쿨로 되돌아 가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어를 활성화 시킬 ‘젊은 피’의 수혈이 막힌 것이다.

코리안투어는 올 시즌 14개 대회를 치렀다. 이 중 시즌 초에 열렸던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은 원아시아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로 코리안투어 상위권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는 유자격 대회였다. 올 시즌 신인이나 상금랭킹 하위권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대회는 고작 9개 뿐이었다. 이 와중에 놀고 있는 코리안투어 선수들에게 KGF는 대회를 만들어 줘 '가뭄속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코리안투어의 많은 선수들이 KGF 대회 출전에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KGF 대회에 당당히 출전하고 있고 KPGA 또한 대회 출전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KGF 대회에 출전할수록 KPGA는 이득이다. 대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KPGA 회원들이 KGF 대회를 병행하면서 기량을 갈고 닦아 코리안투어에서 멋진 승부를 펼친다면 등을 돌린 타이틀 스폰서와 골프 팬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 모아 도약의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

내년 시즌 코리안투어가 더 줄어든다는 ‘악성 루머’가 선수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사실과 다르다. KPGA는 내년 시즌 대회를 늘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어 지금 보다 대회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모두에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물과 기름’이라 할 수 있는 KPGA와 KGF가 상호 견제하기보다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 단체가 협력한다고 해서 KGF가 한국남자골프의 정통성을 갖춘 KPGA를 넘어 설 수는 없다. 더 큰 무대로 진출하고자 하는 선수들은 코리안투어를 거쳐야 하는 게 그 이유다. 이제 상호비방 보다는 손을 맞잡고 위기에 처한 한국남자골프를 살릴 때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