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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을 품은 보스턴, 스토브리그 지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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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back home?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2012년 8월. 보스턴은 다저스와 곤잘레스, 베켓 그리고 크로포드가 포함된 4:5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당시 현지 언론의 평가는 ‘다저스는 현재, 보스턴은 미래를 선택했다’였다. 하지만 보스턴은 전면적인 리빌딩이 부담스러운 팀. 이에 2013 시즌을 앞두고 알짜배기 FA 8명(3년 1명, 2년 3명, 1년 4명)을 영입하는 것으로 소소한 스토브리그를 마쳤다.

한 템포 쉬어가기로 한 보스턴의 결정은 놀랍게도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한라한을 제외한 7명의 FA가 모두 제 몫을 해낸 가운데, 특히 우에하라는 보스턴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나폴리는 보스턴의 ‘눈 야구’를 진두지휘 했으며, 곰스는 턱수염 열풍을 팀 내에 전파시켰다. 아울러 보스턴 투수코치 출신인 존 패럴 감독의 영입은 레스터와 벅홀츠의 부활로 이어졌고, 오티즈는 직전 해 부상을 딛고 6년 만에 3할-30홈런-100타점에 성공했다. 엘스버리의 FA효과도 톡톡히 누렸으며, 페드로이아에겐 8년 연장 계약을 안겨주며 그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올해 보스턴은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 지난해와 정반대의 시즌을 보내야 했다. 타석에서는 오티즈만이 고군분투 했으며, 레스터와 래키를 제외한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지난 5월 정확히 20년 만에 10연패의 수모를 당한 보스턴은 7월의 마지막 날 선두와의 격차가 13경기까지 벌어졌고, 레스터를 트레이드하는 것으로 조기에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보스턴에게 올 시즌이 결코 허송세월인 것만은 아니었다. 펜웨이 파크의 팬들은 후반기 들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보스턴 팬들을 가장 흥분시킨 선수는 무키 베츠. 베츠는 더블 A(.355 6홈런 34타점)와 트리플 A(.335 5홈런 31타점)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의 부진을 틈타 조기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본래 2루 포지션을 소화하나 페드로이아의 존재로 올 시즌부터 중견수 수비에 나선 것도 빅 리그 조기 데뷔에 도움이 됐다. 올 시즌 성적은 52경기에 나서 .291과 5홈런 18타점으로, 마이너시절의 빼어난 선구안(통산 174볼넷-137삼진)을 바탕으로 무난히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

포수 바즈케즈는 55경기에 나서 도루 저지율 52%를 기록하는 등 수비에서 만큼은 최고 포수 유망주 스와이하트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8월 말 보스턴과 계약을 맺은 쿠바 출신 러스티 카스티요도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브록 홀트는 무려 7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281의 타율을 기록하며 슈퍼 유틸리티 맨으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세스페데스와 조 켈리는 트레이드 이후 더 나은 모습을 보이며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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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이 올인을 선언한 파블로 산도발


다시 2012년 8월로 돌아가 보자. 보스턴에게 당시 트레이드는 팀 내 고액 연봉자를 처분했다는 점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곤잘레스, 크로포드, 베켓 그리고 푼토의 잔여 연봉 약 2억 7천만 달러 중 다저스에 지급할 연봉 보조액을 단 1,200만 달러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 맹점이었다. 이는 전체 금액의 불과 4.4%에 해당하는 수치로, 보스턴으로서는 당시 꽉 막혀 있던 자금 유동성이 단번에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페드로이아와 체결한 8년간 1억 20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이마저도 홈 디스카운트를 받은 금액이었다)을 제외하면 최대한 투자를 억제해 온 보스턴은, 지난 8월 러스니 카스티요를 두고 디트로이트를 비롯한 여러 팀과의 쟁탈전에서 7년간 7,250만 달러를 제시하며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카스티요의 몸값은 최대 6년간 6,000만 달러가 예상됐었으며, 이전까지 쿠바 출신 선수가 기록한 최대 계약 규모는 호세 아브레유의 6년간 6,800만 달러였다.

그리고 실탄의 방아쇠를 당긴 보스턴은 이번 스토브리그에 두 명의 대어급 FA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선수는 파블로 산도발이다. 2012년 데뷔와 함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윌 미들브룩스는 이후로는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할대 초반까지 떨어진 타율은 올 시즌 .191까지 곤두박질쳤다. 마이너리그에 개린 체키니라는 전도유망한 선수가 있지만 아직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평가로, 현재 보스턴의 3루는 사실상의 공석 상태다.

보스턴이 산도발에게 ‘올인‘을 선언한 것은 그의 타격 성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스위치 히터인 산도발은 좌타석에서 훨씬 강점을 보이는 선수(좌 .317, 우 .199)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프라이스의 이적과 사바시아의 부진 속에 수준급 좌완선발의 씨가 말라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네임 밸류를 가진 좌완 선발은 마크 벌리와 첸웨인 정도로, 그 숫자도 대단히 적다. 또한 올 시즌 좌타석에서 기록한 126개의 안타 중 96개(좌:44, 중:52, 우:30)를 좌측과 가운데로 날려 보냈다는 것은, 그가 그린 몬스터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초자료가 됐을 것이다. 가을에 강한 그의 기질(PS 통산 .344)도 두말할 나위 없는 올인의 배경이다. 6년간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원하고 있는 산도발은 한국시간으로 18일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보스턴에 도착했다.

또 다른 타겟은 존 레스터다. 7월의 마지막 날 오클랜드로 트레이드 됐으나, 당시부터 시즌 후 복귀가 예상됐을 만큼 레스터와 구단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다. 특히 FA 시즌을 앞두고 홈 디스카운트를 자청했던 레스터는,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4년간 7,000만 달러라는 굴욕적인 연장 계약 제의를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잔류를 원했을 만큼 보스턴에 대해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는 선수다. 더욱이 레스터는 시즌 중 트레이드로 인해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않아 드래프트 픽 손실 없이 영입이 가능하다. 타선의 짜임새를 어느 정도 갖춰 나가고 있는 보스턴으로서는 내년 시즌 대권 도전을 위해 선발진 보강이 절실한 상황으로, 그 첫 번째 조각은 레스터의 영입이 되어야 한다. 현재 복수의 팀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보스턴과 함께 엡스타인 사장이 있는 시카고 컵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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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해멀스


보스턴은 레스터를 영입한다는 가정 하에, 올 시즌 크게 흔들린 벅홀츠를 대신해 2선발 역할을 맡아줄 선발 투수도 보강이 필요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BA 유망주 순위 TOP 100에 8명이나 포진시킬 정도로, 보스턴은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풍부한 유망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이에 로스터 정리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이번 스토브리그가 유망주들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트레이드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16일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간의 트레이드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당분간 트레이드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감자로 거론될 콜 해멀스가 포함된 트레이드 논의로, 보스턴이 필라델피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빌딩을 선언한 필라델피아의 아마로 단장은 해멀스의 트레이드 대가로 당장 데뷔가 가능한 선수 2명 포함 총 3명의 유망주를 원한다고 밝힌 상황. 이에 필라델피아가 보스턴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며, 향후에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스턴 글로브>의 닉 카파도는 두 팀의 트레이드 협상이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멀스와의 트레이드 논의가 완전히 무산되더라도, 앤드류 캐쉬너와 맷 레이토스 등은 보스턴이 노릴 잠재적인 후보들이다. 관건은 베츠와 스와이하트와 같은 미래에 팀을 짊어지고 갈 핵심선수들을 지켜낼 수 있느냐로, 보스턴으로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셈이다.

보스턴은 지난 3년간 두 차례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1969년 양대리그에서 4개 지구로 재편된 이후 보스턴이 지구 최하위를 차지한 것은 최근의 두 차례가 유이하다. 하지만 2012년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에서 촉발된 ‘부분적 리빌딩’은 대단히 빠르게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지난해의 깜짝 우승은 팬들의 상실감을 크게 덜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스토브리그는 보스턴이 리그를 장악한 왕년의 영광을 되찾는 데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대어급 FA와 대형 트레이드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보스턴이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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