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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오픈 특집]명승부를 통한 스타탄생의 산실<하> - 성공의 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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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로라 데이비스와 성대결을 펼친 존 댈리(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23일 개막한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이하 한국오픈)는 이미 세계적인 대회다. 올 해 총상금도 10억 원에서 12억 원(우승상금 3억 원)으로 증액됐고, 현재 영국왕립골프협회(R&A), 미국골프협회(USGA), 원아시아(OneAsia) 등 해외 골프단체와 접촉해 한국오픈 우승자가 US오픈과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을 얻을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세계랭킹 포인트도 현행 6점에서 더 올리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런 위상은 내셔널타이틀 대회라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초청해 한국 남자골프의 눈높이를 높이고, 역으로 한국골프를 세계에 소개해 왔기 때문이다.

코오롱이 공동주최를 맡은 첫 해인 1990년과 91년, 한국오픈은 당시 미PGA에서 4승을 기록하며 스타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던 스코트 호크(미국)를 초청했다. 세기가 바뀐 후에는 메이저 7승에 빛나는 닉 팔도(잉글랜드)와 1999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폴 로리(스코틀랜드) 등 메이저급 선수들을 초청하며 더욱 격을 높였다(2001년). 이어 2002년에는 타이거 우즈와 비견되는 ‘유럽골프의 신성’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을 초청했고, 가르시아는 이 대회에서 한국골프 최소타 기록인 265타(-23)를 세우며 화려한 골프가 무엇인지 대중 앞에 선보였다.

2003년 우정힐스로 무대를 옮긴 제46회 한국오픈은 ‘장타 성대결 카드’를 뽑아 들었다. 괴물로 불릴 정도의 장타를 과시하는 존 댈리(미국)와 로라 데이비스(영국)의 맞대결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오픈은 외국선수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는 점이다. 미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악동’ 존 댈리는 당시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오픈에서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폭발적인 장타를 맘껏 날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괴력의 장타자답게 파5홀마다 버디쇼를 선보이는 명승부였다. 파4홀에서는 주로 페어웨이 우드와 롱 아이언으로 티샷을 시도했지만 파5홀에서는 어김없이 드라이버를 꺼내들어 2온을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 1타차의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댈리가 340야드에 이르는 호쾌한 드라이버 장타를 날린 것은 한국오픈사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존 댈리는 다음 해 미PGA 뷰익 인비테이셔널에서 무려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댈리는 우승 인터뷰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한국오픈에서 자신감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의상과 행동으로 유명한 리키 파울러(미국)은 아예 한국오픈 홍보대사 노릇을 했다. 2010년 미PGA 신인왕에 올랐지만 미PGA에서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하는 등 유독 우승운이 없었다. 그런데 2011년 한국오픈에서 미친듯한 퍼팅 등 천재성이 깃든 플레이로 프로데뷔 첫 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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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파울러가 우정힐스CC 18번홀에서 환호하는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원회


당시 한국오픈은 US오픈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와 US오픈에서 3위에 오른 동양인 첫 메이저 챔프 양용은이 출전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을 체지고 우승했으니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이후 파울러는 미국투어를 다니며 인터뷰마다 ‘코리아 오픈’을 언급했다. 그리고 2012년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꿈에도 그리던 미PGA 첫 승을 수확했다. 참고로 '신 골프황제' 매킬로이는 한국오픈에 3차례나 출전했고, 두 차례 준우승으로 명불허전 임을 입증한 바 있다.

앞서 <상>편에서 소개했듯이 한국오픈은 한국선수들에게는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관문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외국선수들에게도 미PGA 무대 대활약의 전주곡이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대회인 것이다. 영국인들이 브리티시 오픈을 ‘디 오픈’으로 부르듯, 그리고 미국에서 ‘마스터스 하면 오거스타 내셔널’이 떠오르듯 한국에서 한국오픈은 ‘한국 골프대회의 대명사’, ‘명승부의 산실 우정힐스’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헤럴드스포츠(충남 천안)=정근양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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