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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어, 그런 방법이 있었어?
6일 경기 결과 : NC 다이노스 0-1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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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7과 3분의 1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닦은 LG 선발투수 신정락.

INTRO - 신정락의 역발상 전략(?)
필자가 꼴에 야구 관련 칼럼을 쓴다고, 가끔 주위에서 트윈스 선수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최근에는 한 트윈스 팬이 “신정락의 문제가 뭐냐? 어떻게 하면 신정락이 살아날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는 것은 부족하지만, 질문이 왔으니 대답을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조심스럽게 이렇게 의견을 말했다. “신정락의 문제점은 두부 멘탈로 보인다. 구위는 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데 주자만 나가면 삽질을 한다. 올 시즌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4할이 넘는다. 초반 3회는 압도적으로 던지다가 경기 중반에 주자만 나가면 배팅볼 투수가 되니 답이 보이지 않는다. 투수가 주자를 안 내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보는 나도 환장하겠다.”

주자가 나가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멘탈을 키우는 것. 신정락의 부활을 위해 필자가 감히 제시한 해법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6일 신정락은 필자가 상상도 못한, 전혀 새로운 해법을 들고 나왔다. 주자만 나가면 배팅볼 투수가 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예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날 신정락의 역투를 보며 필자가 무릎을 치고 터뜨린 탄성이었다.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버금가는 발상의 전환 아닌가? 주자가 나가면 약해지는 투수? 그렇다면 주자를 안 내보내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었다.

이날 7과 3분의 1이닝 동안 신정락이 내보낸 주자는 단 두 명. 3회에 볼넷을 내준 주자는 병살로 잡았다. 그리고 8회 볼넷을 내준 뒤 투수 교체가 이뤄졌으니 이날 신정락이 주자를 둔 채 투구를 한 타자는 고작 한 명이었다. 압도적인 직구의 구위, 마구에 가까운 커브와 슬라이더, 사이드 암 투수로는 보기 드물게 멋지게 떨어진 포크볼…. 이날 33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일궈낸 ‘팀 노히트 노런’의 중심에는 ‘주자를 아예 내보내지 않는 신개념 해결책’을 들고 나온 신정락이 있었다.

최고의 순간 - 이진영의 끝내기
“2루수만 없으면 8할을 칠 타자.”
트윈스의 국민 외야수 이진영에 대한 몇몇 팬들의 부정적인 평가다. 이진영은 잘 하는 날에는 ‘야잘잘’로 칭송받지만, 성적이 신통찮은 날에는 어김없이 ‘2땅 머신’이라는 비난성 별명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날 한 TV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인터뷰에 등장한 이진영은 본인에게 붙은 ‘2땅 머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다소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진영은 전체적으로 타구 탄도의 각이 높지 않은 타자다. 이 때문에 홈런도 많지 않고, 잘 맞은 타구도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타구의 낮은 탄도 탓에 땅볼 타구가 꽤 나오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그에게 붙은 ‘2땅 머신’이라는 별명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진영이 유난히 결정적인 장면에서 몇 차례 2루 땅볼을 날려 나온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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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로 이틀 연속 극적인 승리를 견인한 트윈스의 캡틴 이진영.

하지만 이진영에게 붙은 ‘2땅 머신’이라는 별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야구를 너무 잘해서 좀 박한 평가를 받는 안타까운 케이스다. 물론 그가 2루 땅볼을 안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 시즌이 끝나면 그의 타율은 어김없이 3할을 훌쩍 넘어서 있다. 3할이 너무 당연하고, 잘 하는 것이 너무 일상화된 타자가 바로 이진영이다. 리그를 통틀어 이진영만큼 꾸준하면서 이진영만큼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는 외야수는 손가락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투수의 습관을 읽고 노려 치는 능력은 리그에서 단연 톱이다. 6일 끝내기를 친 뒤 인터뷰에서 이진영은 “투수가 직구로 승부해 올 것을 예측하고 노려 쳤다”고 밝혔다.

슈퍼스타는 팀이 어려울 때 해줘야 한다. 9회말 1사 2루, 이진영이 우중간으로 날린 예의 그 빨래줄 같은 끝내기 안타는 그야말로 가장 이진영다운 타구였다. 신정락-유원상-신재웅이 일궈낸 팀 최초 노히트 노런의 역사는 이진영의 손에서 완성됐다. 어느덧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너무 잘 어울려서 마치 오래 전부터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이진영. 1~9번 어느 타순에도 어울리고, 심지어 중견수까지 척척 해 내는 이진영. 동료들로부터 얻는 신망도 높아 올 시즌 팀의 캡틴을 맡은 이진영. 그가 어느덧 트윈스의 클럽 하우스 리더가 되어 꼴찌였던 팀을 4강 언저리로 끌어 올렸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난 이날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진영은 트윈스의 수많은 팬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선수다. 그가 부디 오랫동안 트윈스의 외야를 맡아 수 십 년 동안 기억되는 위대한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OUTRO -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기

이날 신정락이 보여준 모습은 ‘인생 역투’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눈부신 투구였다. 묘하게 꼬인 잔여경기 일정 탓에 트윈스는 다른 팀과 달리 5연전을 치르는 중이다. 이 때문에 1~5선발을 모두 가동해야 한다. 띄엄띄엄 일정이 짜여져 1, 2, 3선발 위주로 경기를 꾸릴 수 있는 다른 팀보다는 분명 불리한 일정이다. 게다가 트윈스는 4, 5선발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4강 라이벌 와이번스의 상승세를 생각해보면, 4선발로 신정락을 내세운 트윈스에게 어쩌면 6일 승부는 매우 큰 위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신정락은 이 위기를 압도적인 구위로, 스스로 이겨냈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날 보여준 신정락의 압도적 구위는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트윈스 팬들에게 올 시즌 가장, 아니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중 하나를 선사했다. 장하다, 신정락. 그의 역투에 진심을 담아 경의를 표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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