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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타수 무안타‘ 조쉬 해밀턴의 잔인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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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13타수 무안타에 그친 조쉬 해밀턴(좌)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반전은 없었다. 무뎌진 경기 감각과 부담감은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13타석 13타수 무안타. 조쉬 해밀턴의 포스트시즌 최종 성적이다.

소시아 감독은 2차전을 패한 이후 일찌감치 해밀턴을 3차전에도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에인절스의 많은 팬들은 해밀턴 대신 카우길을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시아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해밀턴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해밀턴은 1-3으로 뒤진 2회초 1사 2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1회초 트라웃의 솔로 홈런 직후 3점을 내준 상황에서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쉴즈의 초구 몸 쪽 커터를 받아친 타구는 힘없이 우익수 뜬공으로 연결됐다. 애꿎은 방망이만 두 동강이 난 채 그라운드에 내던져졌다.

다음 타석이 가장 아쉬웠다. 에인절스는 1-5로 뒤진 4회초 푸홀스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이후 아이바의 2루타와 프리즈의 몸에 맞는 볼로 1사 1,2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3점차의 열세. 경기 중반 이후 ‘조급함’이라는 단어가 선수단을 엄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에인절스의 사실상 마지막 반격의 기회였다. 그리고 타석에는 마치 운명의 장난이라도 걸린 듯 해밀턴이 들어섰다.

해밀턴은 그 어느 때보다 타석에서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0-2 카운트로 코너에 몰렸지만 쉴즈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연달아 골라내며 풀 카운트 승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8구째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된 체인지업을 공략한 타구는 힘없이 1루 쪽으로 향했고, 호스머는 타구를 잡아 1루 주자를 2루에서 포스 아웃 시켰다. 에인절스는 이어진 2사 1,3루 상황에서 크론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추격에 실패했다.

해밀턴은 6회 중견수 뜬공, 8회 마지막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나며 이번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다. 디비전 시리즈 성적은 13타수 무안타. 소시아 감독은 1차전 이후 프리즈와 아이바의 타순만 변경했을 뿐 9명의 같은 타자를 계속해서 선발출전 시켰는데, 이 중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한 타자는 해밀턴이 유일하다. 득점권 상황에서 역시 5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며, 개인 잔루는 8개였다. 이로써 해밀턴은 2011년 월드시리즈 7차전의 첫 번째 타석 2루타 이후 포스트시즌 20타석 20타수 연속 무안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20타석 동안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삼진만 무려 8개를 당하고 있다. 유일한 1타점은 오늘 경기 2-8로 뒤진 8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나온 마지막 타석의 땅볼 타점이었다. 팀도 3-8로 패하며 캔자스시티에게 3연패로 챔피언십시리즈 진출권을 내줬다.

해밀턴의 올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첫 8경기에서 .444의 타율과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시애틀 원정경기 도중 1루 베이스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불의의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6월 초 복귀 이후 반짝 활약을 하기도 했으나, 올 시즌 극에 달한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 해밀턴의 추락도 급격히 이뤄졌다. 설상가상 9월 어깨와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마지막 달의 대부분 경기에서 결장했으며, 시즌 성적은 2007년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타율 .263 10홈런 44타점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아직 해밀턴이 에인절스와 3년간 89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1700만 달러를 수령한 해밀턴은 내년 시즌 2500만 달러 이후 나머지 2년간은 각각 3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된다. 에인절스로선 이번 디비전시리즈 3연패의 수모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해밀턴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고연봉과 대비를 이루는 최근 그의 모습은 팀 입장에서 계륵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해밀턴이 병살타를 때리자 에인절스 팬들의 입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해밀턴은 2차전 직후 클럽하우스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재 그가 지닌 부담감과 심경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 어떤 전환점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그를 바라보는 에인절스 팬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최악의 부진 속에 사면초가에 몰린 해밀턴의 잔인한 가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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