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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승부를 연출한 요스트와 멜빈의 투수교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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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 문턱에서 되살아난 캔자스시티 네드 요스트 감독 (사진=MLB.COM)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캔자스시티가 29년이라는 팬들의 기다림에 짜릿한 역전승으로 보답했다.

캔자스시티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게임에서 연장 12회말 터진 살바도르 페레즈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오클랜드에 9-8 역전승을 거뒀다. 외나무다리 단판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캔자스시티는 3일부터 아메리칸리그 1위 LA 에인절스와 5전 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승부는 양 팀의 투수교체를 두고 수차례 요동쳤다. 먼저 단초를 제공한 것은 캔자스시티의 네드 요스트 감독이었다. 캔자스시티는 3-2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라는 최강의 불펜진을 보유한 캔자스시티로선 승리의 8부 능선을 넘기 위한 최대 고비였다. 마침 타자는 첫 타석 홈런을 때려낸 브랜든 모스. 여기에서 요스트 감독은 선발 제임스 쉴즈를 내리고 신인 요다노 벤추라를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벤추라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볼 2개를 던졌다. 3구째는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 벤추라는 98마일 직구를 한복판에 집어 넣었고, 모스는 이를 정확히 정중앙 담장을 넘는 역전 결승 3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벤추라는 후속 타자 조쉬 레딕에게 안타를 내준 이후 폭투와 뜬공으로 1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계산과는 정반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에레라는 연속 3안타로 두 점을 더 내주며 점수차는 순식간에 4점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야구 역시 결과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벤추라가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면 요스트 감독의 승부수는 엄청난 찬양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배제하고라도 요스트 감독의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한 경기에 한 시즌 농사가 결정되는 단판 승부임을 감안하면 한 템포 빠른 쉴즈의 교체 타이밍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벤추라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 했지만, 올 시즌 신인 자격으로 첫 풀시즌을 치른 이제 갓 23살의 어린 선수다. 더군다나 벤추라는 데뷔 이후 불펜 등판이 단 한 차례 뿐이었으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 73개의 공을 뿌린 터였다. 본인의 첫 포스트시즌 등판, 게다가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단판승부에서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가 낯선 불펜 등판을 단 하루의 휴식만을 취한 채 임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불펜에는 좌완 대니 더피가 있었다. 모스는 통산 타율이 좌완 상대 .248, 우완 상대 .248로 특별히 좌완에게 약점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장타율은 좌완 상대 .401(통산 12홈런), 우완 상대 .473(통산 79홈런)으로 우완을 상대로 자신의 스윙을 더 원활히 이끌어내는 타자다. 더피가 벤추라보다 적은 63개의 공을 던지고 하루 더 휴식을 취했다는 사실은 요스트 감독의 선택이 더욱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오클랜드의 멜빈 감독 역시 투수 교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오클랜드가 7-3으로 앞선 8회말 캔자스시티 공격. 7회까지 3실점으로 버틴 존 레스터는 8회 선두 타자 안타와 도루 이후 땅볼로 1사 3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로렌조 케인이 들어섰으며 당시까지 레스터의 투구수는 102개였다. 8회 셋업맨 루크 그레거슨과 마무리 션 두리틀이 대기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명백한 투수교체 타이밍이었다.

케인의 후속 타자인 좌타자 에릭 호스머와의 승부까지 염두에 둔 멜빈 감독은 레스터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는 완벽한 패착으로 귀결됐다. 케인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한 레스터는 호스머와의 승부에서 1-2의 유리한 카운트를 살리지 못하고 볼넷을 허용했다. 멜빈 감독은 그제서야 레스터를 내렸고, 마운드에 오른 그레거슨은 버틀러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폭투로 한 점을 더 내주며 1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내일이 없는 단판승부 게다가 레스터가 8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켜냈다면 당연히 불펜을 총동원 해야하는 수순이었지만 멜빈 감독의 고집은 오클랜드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캔자스시티는 9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아오키의 희생플라이로 끝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리고 연장 12회초 먼저 한 점을 내줬으나 12회말 콜론의 동점 내야 안타와 살바도르 페레즈의 끝내기 안타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8회 이후 빠른 발을 이용한 캔자스시티 특유의 스몰볼 야구가 승리의 일등공신 이었지만, 역전의 빌미를 내준 것은 멜빈 감독의 한 템포 늦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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