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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들의의 역습' 2014 MLB 최강팀 LA에인절스 집중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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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수상이 확실시되는 마이크 트라웃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잃어버린 2년이었다. 2012시즌 푸홀스와 윌슨, 지난해 해밀턴을 영입했지만 결과는 앞선 2년의 실패와 다르지 않았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2000년대 중,후반 가을 야구 단골손님의 이미지는 희미해지고 있었고, 급기야 지난해 거둔 78승은 2003년의 77승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승수였다.

시즌을 앞두고 대다수 언론에서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패권을 두고 텍사스와 오클랜드가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측했다. 심지어 특별한 전력보강 없이 겨울을 보낸 에인절스에겐 시애틀의 추격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야박한 평가까지 뒤따랐다. 하지만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에인절스는 시애틀에 5-0 승리를 거두며 5년 만에 지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부상병동이 된 텍사스가 일찌감치 경쟁에서 낙오한 가운데, 오클랜드는 시즌 막판 믿기지 않는 추락으로 에인절스의 우승을 도왔다. 22일까지 에인절스가 기록하고 있는 96승 60패의 성적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승률. 남은 6경기에서 4승을 추가할 경우 2008년 이후 처음이자 1961년 팀 창단 후 두 번째로 100승 고지에도 올라서게 된다.

푸홀스 & 트라웃

올해도 해밀턴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시즌을 시작했으나 8경기 만에 불의의 손가락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으며, 6월 초 복귀 이후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대신 푸홀스는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최소한의 돈값을 했다. 22일까지 푸홀스의 성적은 .275의 타율과 27홈런 101타점. 그의 OPS .797은 여전히 푸홀스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지만, 2년만이자 개인 통산 12번째 100타점 시즌에 성공했다. 또한 27개의 홈런 중 21개를 3점차 이내의 상황에서 때려내며 승부사다운 기질을 발휘했으며, 이에 팀도 그가 홈런을 기록한 경기에서 19승 6패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트라웃은 2년 연속 MVP 투표 2위의 아쉬움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다. 트라웃은 지난해 두 차례나 햄스트링으로 DAY-TO-DAY에 등재되면서 올 시즌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린라이트를 받지 못한 상황. 이에 도루 개수가 14개로 급락했지만, 데뷔 첫 30홈런-100타점 달성에 성공하는 등 리그 타점 1위, 그리고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100타점-100득점 동시 달성에 성공하며 아메리칸리그 MVP 수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마운드의 두 가지 반전

지난해 에인절스는 푸홀스와 해밀턴의 동반 부진 속에서도 팀 타율과 득점에서 각각 리그 3위와 6위를 기록했었다. 공격력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던 셈이다. 더군다나 푸홀스와 해밀턴이 지난해보다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가정이었다. 이에 올 시즌 에인절스의 성패는 마운드의 높이에 달려 있었다.

오프시즌 디포토 단장은 타일러 스캑스와 헥터 산티아고를 영입하며 선발진 강화에 힘썼다. 하지만 반전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산티아고가 초반 부진 이후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스캑스는 햄스트링 부상에 이어 8월 초 토미 존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면서, 오프시즌 영입한 두 명의 선발 자원은 성공작이 되지 못했다. 대신 에인절스 선발 로테이션의 축을 지탱한 것은 프랜차이즈 출신의 두 명의 신예였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17경기에서 6승 6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한 개럿 리차즈는 당초부터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됐던 선수. 스프링캠프부터 소시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풀타임 첫 선발시즌을 맞이한 그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불펜으로 주로 활약한 지난해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2마일 가량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 그는 올 시즌 96.3마일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으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빠른 공을 던진 투수였다. 무엇보다 슬라이더 제구에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냈으며, 결정구가 위력을 더하며 9이닝 당 삼진 개수가 지난해 6.3개에서 올 시즌 8.8개로 늘어났다. 특히 패스트볼-슬라이더의 레퍼토리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지난해 .288에서 올 시즌 .194로 떨어뜨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마저 풀어낸 모습이었다. 시즌 성적은 13승 4패 평균자책점 2.61. 하지만 지난달 21일 보스턴전에서 1루 베이스 커버 도중 당한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상승세에 방점을 찍지는 못했다.

맷 슈메이커의 활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팀 내 에서도 전혀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던 그는 산티아고의 부진으로 5월 중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뒤 16승 4패 평균자책점 3.04라는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7월 말 이후 11경기에서 10승 1패 평균자책점 1.49라는 대질주로 팀의 선두 등극을 이끌기도 했다. 슈메이커의 질주에는 맹위를 떨치고 있는 체인지업이 그 중심에 있다. 그는 전체 삼진수의 절반 이상인 56.5%를 체인지업으로 잡아내고 있으며,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170에 불과하다. 시즌 아웃된 스캑스와 시즌 중반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C.J. 윌슨의 부재 속에서도 에인절스 선발진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슈메이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16일 시애틀 전에서 왼쪽 사근 부상으로 경기 도중 강판된 슈메이커는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 통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공을 던지지 않은 방침인 그는 포스트시즌 로테이션 합류는 가능할 전망이다.

더불어 평균 구속이 80마일 중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제레드 위버,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나 최소한의 역할은 해주고 있는 윌슨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에인절스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지난해 리그 11위(4.30)에서 올 시즌 6위(3.63)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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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시절의 휴스턴 스트리트 (사진=OSEN)


에인절스가 시즌 전 우승후보로 지목받지 못한 것은 마무리 보강을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으로, 프리에리가 맡게 될 뒷문은 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즌 초반 에인절스는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프리에리는 전적으로 패스트볼에 의존하는 투수로, 패스트볼 커맨드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날에는 집중타를 허용할 수밖에 없는 유형이다. 이 같은 우려는 시즌 개막과 함께 에인절스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두 번째 세이브 기회만에 0.1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프리에리는, 급기야 조 스미스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주는 등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될 때까지 3패 11세이브(3블론) 평균자책점 6.39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겨야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디포토 단장은 마무리 문제에 대해 시즌의 전체적인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페이롤에 대한 여유가 없는 상황, 그리고 고액 연봉자의 장기 계약 등으로 팀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FA 영입과 유망주를 내줘야 하는 트레이드 모두 부담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마다 뒷문에서 말썽을 일으키자 6월 말 피츠버그와 프리에리, 그릴리의 일대일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데 이어, 7월 초 샌디에이고에서 휴스턴 스트리트를 영입하는 강수를 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스트리트 영입은 에인절스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됐다. 그는 이적 후 1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에인절스 팬들이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안정감을 선사했다. 에인절스로 둥지를 옮긴 후 성적은 1승 2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1.80. 스트리트의 영입은 불펜의 전체적인 안정화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의 가세 이후 임시 마무리를 맡은 스미스를 다시 8회 셋업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마이크 모린, 케빈 젭슨등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최근의 에인절스는 시즌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견고한 불펜을 자랑하고 있다. 시즌 초반 최하위권에 쳐졌던 불펜 평균자책점은 3.52로 리그 7위까지 올라갔으며, 탄탄한 불펜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45번의 역전승을 일궈내고 있다.

WS 우승을 향한 소시아의 승부수

8월 말 에인절스는 당시까지 1경기 차 박빙의 승부를 펼치던 오클랜드를 상대로 4연전 스윕에 성공하며 단숨에 독주 채비를 갖췄다. 이후 9월 초 에인절스의 10연승 행진과 오클랜드의 추락이 교차되며 양 팀의 격차는 순식간에 11경기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지구 우승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에인절스는 현재 리그 2위 볼티모어에 2.5경기 차 앞서 있어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가 유력하다.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승리하면서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의 모든 시리즈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유력한 상황. 올 시즌 .642의 홈 승률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른 에인절스로선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제반 여건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1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소시아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슈메이커가 돌아온다는 가정 하에 위버-윌슨-슈메이커의 3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디비전 시리즈를 맞이하기로 한 것이다. 이럴 경우 1차전 선발로 나설 위버는 4차전에 3일 휴식 후 등판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위버가 개인 통산 3일 휴식 후 선발로 나선 적은 단 두 차례. 이마저도 3년 전 일로 당시 위버는 두 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바 있다.(6이닝 7실점, 6이닝 2실점)

마이크 트라웃의 포스트시즌 데뷔라는 또 다른 흥미 요소가 관심을 집중시킬 에인절스의 5년 만의 가을 야구. 당초 예상을 뛰어 넘으며 지구 우승까지 차지한 에인절스의 역습이 소시아 감독의 승부수와 곁들여져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흥미롭기만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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