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기다림의 미학, 우타의 팀(?) 트윈스
9월 14일 결과 : 삼성 라이온즈 3 - 12 LG 트윈스

이미지중앙

14일 경기에서 올시즌 두 번째로 리드오프로 출전한 박경수. 그는 5타석 2안타 3사사구로 100% 출루의 활약을 펼쳤다.

INTRO - 반성문,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팬으로서 인내심을 많이 잃었던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6-6-6-8-5-8-7-6-6-7의 긴 암흑기가 필자의 인내심을 앗아갔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변명만으로는 반성을 대신할 수 없다. 야구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운동이 아니다. 한 선수가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인내할 수 있어야 스타가 된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트윈스의 팬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고통이었다. 문법에도 맞지 않는 DTD 소리를 몇 년 간 들었는지 모른다. 10년의 암흑기 동안 정작 가장 많이 차지한 순위는 6위였는데, 엉뚱하게도 별명은 7G라고 붙었다. 7G라고 놀리는 주변 친구들에게 “웃기고 있네, 우리는 10년 동안 7위는 딱 두 번 했고, 사실은 6위를 다섯 번 했어. 그러니까 7G가 아니라 6G야”라고 항변하는 모습이 얼마나 비참한가? 그래서 그냥 LG가 7G로 불리는 그 ‘억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트윈스의 팬으로서 항상 불행했다고 투덜거릴 수만은 없다. 누가 야구 보라고 강요했던 것도 아니다. 암흑기의 트윈스를 사랑하며 응원했던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순종 2년 때 우승을 한 뒤 106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시카고 컵스의 팬들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14일 시합을 보면서 무엇을 반성했느냐 하면, 바로 박경수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이었다. 성남고 출신의 천재 내야수가 왜 트윈스에서 저렇게 오래 삽질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예의 그 무기력한 타격을 선보이면 한 숨 쉴 힘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이 그를 믿을 때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오랜 ‘팬질’을 통해 한 가지 비교적 확고하게 갖게 된 신념이 있는데, 정말 웬만하면 팬의 생각보다 선수들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감독의 생각이 옳다는 것이다. 양상문 감독은 수많은 팬들의 질타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경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줬다. 그리고 박경수는 팀이 가장 큰 위기에 빠졌을 때 리그 원톱 삼성을 맞아 무려 8타석 연속 출루를 하며 트윈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오늘의 ‘편파야구’는 그동안 그에 가졌던 원망스러운 마음을 반성하는 반성문이다. 박경수는 리드 오프 정성훈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활발한 수비와 주루를 통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마음고생이 있었지만 감독님과 선배 동료들이 편하게 대해줘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디 마음고생을 덜어내고, 남은 10경기 트윈스의 2루를 책임지는 ‘천재 타자’ 박경수의 면모를 회복하기를 바란다.

이미지중앙

최승준은 3회 상대 선발 장원삼을 상대로 시원한 투런포를 날리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다. 2년 연속 2군 북부리그 홈런왕 출신인 최승준은 마침내 이날 1군 마수걸이포를 날리며 그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최고의 순간 - 의외로 우타의 팀?

테이블 세터 박경수와 손주인이 경기를 휘저었다. 빗맞은 안타지만 정의윤도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2군 본즈’ 최승준은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가르는 투런포를 날렸다. 모두 오른손 타자들이다. ‘어? 내가 알고 있는 트윈스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말 그대로 우타들의 반란이었다.

이 중 백미는 3회 최승준의 투런포였다. 사실 그 앞 타석에서 정의윤이 때린 2타점 적시타는 행운의 안타였다. 비록 나바로의 실책으로 역전을 허용했지만, 삼성 선발 장원삼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좌완이다. 정의윤 타석 때도 그랬고, 최승준 타석 때도 그랬지만 장원삼은 그다지 흔들려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결과가 6실점으로 이어져서 장원삼이 흔들려 보였을 뿐이었다.

대단했던 것은 최승준의 홈런이었다. 다시 봐도 홈런으로 쉽게 이어질 투구가 아니었다. 장원삼의 변화구는 비교적 잘 떨어졌고, 최승준의 타격 포인트가 거의 무릎 근처에서 이뤄졌을 만큼 낮은 공이었다. 그런데 최승준은 이 공을 통렬하게 퍼 올려 드넓은 잠실의 좌측 펜스를 훌쩍 넘겼다. ‘우리도 우타 빅 뱃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설레는 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물론 최승준은 아직 미완의 선수다. 하지만 자질과 파워만큼은 이미 검증이 됐다. 그는 한 해도 아니고 두 해 연속 2군 홈런왕이다. 이 정도면 힘 하나는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 포텐셜을 언제 1군에서 터뜨리느냐는 것이다. 필자의 오랜 경험상,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그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팬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기다려야 하는 문제라면 결국 기다림으로 풀어야 한다. 오랜 암흑기를 거치면서 인내력이 바닥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원망을 쏟아 붓는다고 설익은 선수가 완성형 타자가 되는 시간이 단축되지는 않는다.

어려운 2연전을 잘 마쳤다. 우규민은 마침내 ‘우규민 10승 하는 소리’를 달성했고, 박경수는 트윈스의 2루를 책임질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우타 빅 뱃의 자질이 있는 최승준을 발견했다. 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긴 휴식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이제 10경기 남았다. 모쪼록 잘 준비해 더 강해진 트윈스를 10월에 만나기를 소망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