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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인의 런던 풋!ball] '리버풀을 넘어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19세 스털링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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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힘 스털링. 향후 10년의 리버풀 축구가, 아니 잉글랜드 축구가 궁금하면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사진=리버풀 구단 홈페이지

지난 편에 소개했듯이 리버풀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작년부터 서서히 리버풀의 축구스타일을 변형시켰다. 점유율 축구를 추사하고, 공을 되찾았을 때 침착하게 빌드업 플레이를 펼친 옛날과 달리 빠른 템포와 역습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술로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로이 호지슨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도 최근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역습축구를 펼치려 한다는 사실. 잉글랜드는 최근 열린 유로2016 E조 예선 1라운드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역습축구를 펼치며 2-0으로 승리했다.

다이아몬드의 꼭지점
이 승리의 배경에는 빠른 역습이 있었다. 잉글랜드는 탄탄한 수비를 하는 한편 활동력 있는 미드필더들을 바탕으로 웨인 루니와 라힘 스털링, 대니 웰백으로 이어지는 카운터어택으로 스위스의 뒷공간을 괴롭혔다. 경기 후 루니는 "훈련 때 연습한 역습축구가 승리의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잉글랜드는 4명의 미드필더들을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으로 세웠다. 스털링을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으로 삼고, 중간에 파비앙 델프와 조단 헨더슨, 후방 플레이메이커로는 잭 윌셔를 세웠다. 이 전술은 로저스 감독이 자주 쓰는 다이아몬드의 형태의 포메이션과 아주 흡사했다. 델프와 헨더슨의 활동적인 움직임으로 수비 시엔 개인이 아닌 단위적으로 압박을 걸 수 있고, 공격 시에도 단위적으로 압박에서 벗아나 빠른 역습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이 전술의 중심엔 스털링이 있다. 결국 그의 스피드와 창의성 덕에 역습축구가 가능한 것이다. 다이아몬드 대형의 경우 전형적인 윙이 없지만 스털링은 좌우와 중앙 할 것 없이 수비수들을 끌고 다녔고, 루니와 웰백에게 공간을 끊임없이 만들어 주었다. 또 스스로도 역습 때 놀라운 속도로 스위스의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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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만 20세가 안 된 스컬링은 이미 리버풀의 에이스를 넘어, 잉글랜드의 에이스가 됐다. 사진=리버풀 구단 홈페이지

리버풀에서도 같은 역할로 팀을 이끌고 있는 스털링은 19살의 나이에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저스 감독도 오래 전에 스털링의 실력을 인정했다. “향후 10년 이상 잉글랜드와 리버풀의 중심으로 활약할 선수”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스털링을 처음 발굴한 감독은 로저스가 아니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현 나폴리 감독)이 리버풀의 사령탑일 때 15살이었던 스털링을 스카우트했다. 베니테즈 감독과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스털링의 경기를 직접 찾아가 지켜본 후 그의 창의성과 스피드에 매료됐다.

2010년 2월 베니테즈와 제라드는 스털링에게 안필드 경기장의 투어를 시켜주며 “1군으로 가는 길도 너의 재능으로는 충분하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영입한 리버풀은 곧 1군으로 올렸고, 스털링은 17살의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뽑히게 됐다.

영화 같은 성장기
스털링의 유년 시절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그는 5살까지 브렌트라는 험난한 동네에서 홀어머니 나딘과 단둘과 살았다. 나딘은 아들 스털링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어렵게 영국으로 넘어갔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스털링은 곧 학교에서 문제아가 됐고,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며 베르논 하우스라는 대안학교로 옮겼다. 그런데 인생 세옹지마라고 이 학교가 스털링을 거듭나게 만들었다. 한 반의 정원이 고작 6명인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보여주고 집중관리를 했다. 학교에 적응한 스털링은 점차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스털링은 베르논 하우스의 선생님, 베시를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은인이라고 말했다. 베시는 10살이던 스털링에게 “넌 17살의 나이에 아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거나, 감옥에게 가있을 것”이라며 따끔한 충고를 해 스털링이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하도록 만들었다. 영화 같은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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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쪽 원 안이 꼬마 축구선수 스털링.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발군의 기량을 보였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베시 선생님에게 마음을 연 스털링은 이때부터 선생님의 말을 유심히 듣는 학생이 됐다. 이런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로저스 감독은 스털링의 전술이해도가 선수단 중에서 최고라고 수차례 극찬을 하고 있다.

영국 축구팬들은 이제 스털링을 ‘리버풀의 에이스’가 아니라 ‘잉글랜드의 에이스’로 부른다. 아직 19살의 어린 나이이지만 그는 세계 축구의 트렌드, 즉 역습축구에 딱 알맞은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답답한 잉글랜드 대표팀과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갈망하는 리버풀. 스털링은 어느덧 그 중심에 서 있다. [헤럴드스포츠(런던)=이재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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