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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경기 6홈런’ KEMVP의 부활, 다저스 월드시리즈 야망에 청신호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2012년 시즌 초. 다저스타디움에는 연일 ‘KEMVP’가 울려 퍼졌다. ‘KEMVP’는 KEMP와 MVP의 합성어로 켐프의 MVP 수상을 염원하는 다저스 팬들의 간곡한 표현이었다. 전년도 MVP 투표 2위에 오른 켐프는 이듬해에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한 달이 지난 시점인 5월 13일(이하 한국시간)까지 그는 타율 .365 12홈런 28타점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14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켐프는 3회 유격수 땅볼을 쳤다. 한데 1루 베이스를 밟는 켐프의 발놀림이 어색해 보였다. 덕아웃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고른 켐프는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자신의 상태에 심각함을 느끼고 이내 덕아웃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글러브와 모자를 내팽겨치며 분노한 켐프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음날 그는 DL에 등재됐다. 켐프 야구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된 날이었다.

켐프는 보름만에 돌아왔지만 두 경기 만에 부상이 재발했다. 그리고 이후 켐프의 행보는 ‘KEMVP’와는 거리가 먼 모습들이었다. 켐프는 복귀 당시 .360의 타율이 .303까지 폭락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으며, 지난해에도 햄스트링, 어깨, 발목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270 6홈런 33타점이라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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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KEMVP' 다저스의 맷 켐프가 2회초 선제 솔로홈런을 때린 뒤 동료 이디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지난 오프시즌 현지 언론에서는 켐프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제기했다. 불과 2년 만에 뒤바뀐 켐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급기야 올시즌 중반 매팅리 감독은 수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켐프에게 더 이상 중견수 수비를 맡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켐프는 2006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각각 좌익수와 우익수 수비에 나서면서도, 매일 중견수로 나설 수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며 구단의 트레이드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다저스와 켐프의 동행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종국의 순간, 켐프는 본인 스스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켐프는 지난달 30일 애틀랜타 전에서 2회 역전 투런 홈런과 7회 쐐기 투런포를 날리며 3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날 역시 애틀랜타 전에서 2회 동점 홈런과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켐프의 활약은 크로포드, 이디어의 부진과 교차되며 더욱 부각됐고, 순식간에 그의 트레이드설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 컵스전에서 두 개의 홈런을 추가한 켐프는 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2회 선제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최근 9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2-1 다저스 승리). 9경기 6홈런은 다저스타디움에 ‘KEMVP'가 울려 퍼지던 2012년 4월의 8경기 7홈런이 이후 처음 맛보는 페이스다. 그리고 시즌 14개의 홈런은 어느덧 아드리안 곤잘레스에 이은 팀 내 2위 기록이다.

특히 켐프가 때려낸 홈런 모두는 근접전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14개의 홈런은 모두 2점차 이내의 박빙 상황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 중 동점 혹은 팀에 리드를 안기는 홈런이 도합 9차례나 된다. 이에 다저스는 지난 컵스전에서 무패 행진이 깨지긴 했으나 올 시즌 켐프가 홈런을 기록한 경기에서 11승 1패, .917라는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다저스의 광란의 질주 이후에도 일각에서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결국 켐프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하지만 켐프는 반전을 일궈내지 못했고, 설상가상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며 포스트시즌에서 한 차례도 타석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진출 실패가 켐프의 공백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켐프는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팀 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승리의 아이콘으로 돌아온 켐프의 향후 행보가 올 시즌 2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의 야망에 큰 힘이 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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