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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걸캅스’ 시의적절한 주제와 웃음의 조화, 오락 영화의 진정한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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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걸캅스'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영화 ‘걸캅스’가 디지털 성범죄라는 묵직한 주제를 유쾌한 분위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시의적절한 소재가 주는 분노와 라미란, 이성경의 코믹 호흡이 어우러진, 현실감 넘치는 오락 영화가 탄생했다.

‘걸캅스’(감독 정다원·제작 필름모멘텀)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는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의 공식을 따르며 관객들에게 익숙한 그림을 제공한다. 과거 잘 나가는 형사였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이제는 민원실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미영(라미란)과 그의 시누이자 형사인 지혜(이성경)가 서로에 대한 애증으로 으르렁대면서도 범인은 잡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지만, ‘걸캅스’는 그 주인공이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여느 영화들과 분명한 차별화를 이룬다. 성범죄 피해자가 된 이후 불안감을 견디다 못해 달리는 차에 뛰어든 대학생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때문에 몰래 수사를 시작한 미영과 지혜는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여성을 향한 수많은 편견과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싸우게 된다. 보통의 형사물이었다면, 범죄 조직 또는 주인공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 경찰 집단 등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걸캅스’는 직장 내 여성이 받는 억압과 성범죄의 현주소라는 새로운 갈등을 작품 안에 녹여내며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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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걸캅스' 스틸)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디지털 성범죄 역시 시의적절한 등장이 됐다. 몰래 찍은 영상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이것이 약물에 의한 강제 성폭행이었음은 물론 이를 조직적으로 행하며 돈을 벌어온 일당이 존재했다는 내용은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논란들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그러나 이미 3년 전 기획을 시작한 ‘걸캅스’는 이미 만연해있던 범죄를 영화에 담았고, 이에 자연스럽게 얻게 된 현실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물론 ‘걸캅스’는 어디까지나 오락 영화다. 다양한 문제의식을 영화에 담아 분노를 유발하지만 영화의 톤 자체는 유쾌하고 밝다. 민원실에서 해고되지 않기 위해 눈치 보는 미영의 아픈 현실도 동료, 상사들과의 코믹한 호흡을 통해 심각하지 않게 전달된다. 또 미영과 지혜가 범죄 집단을 일망타진하는 과정 역시 화려하고 멋있게 그려지기보다는 웃음 나는 에피소드를 버무려 재치 있게 넘어가는 식이다.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웃음은 심각한 소재를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 무거운 소재와 영화의 톤이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전개 속도는 빨라지고, 흥미도 이어진다.

다만 웃음으로 눙치고 넘어가는 장면이 많은 만큼,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또한 코믹이라는 영화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주인공들의 욕이 자주 등장하고, 이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민감한 소재를 코믹물 안에 녹이다 보니 발생하는 빈 곳들은 라미란과 이성경, 최수영의 환상 호흡이 메우며 오락 영화의 미덕을 보여준다. 9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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