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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민한;뷰] ‘기묘한 가족’, 꼰대질 vs 패륜 아슬아슬한 줄타기
인터넷상에서 예민함의 끝판왕 달리는 이들에겐 종종 '예민보스'라는 신조어가 붙여진다. 하지만 때론 기민함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인식하게 해 줄 예민보스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매주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한다. 좀 더 예민한 눈으로 장면 장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스포주의.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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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세대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은 때다. 이 시기에 ‘기묘한 가족’은 패륜드립과 꼰대의 정석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대단한 패기다.

지난 13일 개봉한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다. 기존의 좀비물과는 전혀 다르다. 시골로 떨어진 좀비와 좀비가 뭔지는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 만났으니 엇박자 유머가 터진다. 물론 수위는 아슬아슬하지만 말이다.

■ 장면1: 만덕과 쫑비의 첫 만남

동네 노인들과 고스톱을 치던 만덕(박인환)은 돈을 잃을 위기 상황에 놓이자 화투판을 뒤집고 나선다. 그가 깽판을 놓은 명분은 계속 짖는 동네 개였다. 개를 찾으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만덕은 좀비인 쫑비(정가람)와 처음 만났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있던 쫑비의 곁엔 휴지통이 엎어져 있고 만덕은 그에게 호통을 친다. 뚫어뻥을 들고 쫑비를 다그치는 것도 모자라 만덕은 쫑비가 눈을 똑바로 봤다며 “어디 어른한테 눈깔을 부라리고”라며 호통을 친다. 그 다음은 매타작이다. 결국 만덕은 쫑비에게 물리는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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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2: 좀비에게 물린 만덕과 마주한 가족들


쫑비가 범상치 않음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서울에서 돌아온 둘째 아들 민걸(김남길)이다. 그는 영화 ‘부산행’을 보여주며 쫑비가 좀비라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준다. 영상을 보고나자 가족들은 쫑비에게 물린 만덕과 거리를 둔다. 심지어 후라이팬으로 머리를 날려 만덕을 기절시킨다. 다음날 준걸(정재영)을 제외하고 가족들은 “산 사람을 살아야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는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좀비 자료를 모은 민걸은 당당하게 아버지를 가리키며 “죽여야 해”라고 말한다. 사사로운 정에 흔들리면 안 된다며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를 병으로 내리치곤 “죽어라 좀비새끼야”라고 외친다. 이후에도 아버지를 노리는 순간 순간이 포착된다.

■ 예민한 시선

‘기묘한 가족’은 신선하긴 하지만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다. 기존의 클리셰를 비틀었다.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소재이자 설정이다. 유머 코드까지 비틀어서 엇박자 웃음을 선사한다. 역시나 이 마저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혐오의 시대라고 했다. 온라인만 보더라도 특정 세대를 혐오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죽했으면 ‘틀딱’이라는 비속어까지 나왔을까. ‘기묘한 가족’ 속 만덕은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덕과 처음 만난 쫑비는 화장실 휴지통을 엎었을 뿐이지 만덕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덕은 무작정 폭력을 휘두른다.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고 지적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꼰대스러움의 정석이다.

그런데 쫑비를 때린 가해자였던 만덕이 가족들의 패륜드립의 주인공이 됐다. 핏줄로 연결된 자식들마저 만덕이 좀비로 의심되자 가차 없이 버린다. 이젠 아버지가 아니라 좀비라며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가해자에서 단번에 피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렇듯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은 ‘기묘한 가족’만의 웃음 코드다. 하지만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웃음이다. ‘선비’라고 지적을 당할지는 모르겠지만 패륜의 유머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웃음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는 지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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