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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구원찬의 음악 "스스로의 벽을 깨나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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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피치스레이블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최근 마주한 싱어송라이터 구원찬은 고찰이 담긴 음악처럼 마냥 진지할 것 같다는 예상을 비껴갔다. 그는 더욱 폭이 넓고 깊은 사람이었다. 예의바르면서도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허당미까지 갖춘 모습은 의외였다. 말하는 동안 큰 눈망울로 시선을 맞추던 그에게서는 구원찬의 음악에서 느꼈던 온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겸손하면서도 새 앨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생기가 도는 말들에는 다이내믹한 스타일의 장르가 겹쳐진다.

따뜻하고 다채롭고 역동적이며 솔직한 음악, 그리고 구원찬. 그를 알면 알수록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점이 있다. 누군가가 진심을 다해 만든 노래는 그 사람을 닮아 있다는 진리다.

▲ 최근 싱글 ‘너는 어떻게’를 발표했어요. 사랑이 가득한 관계를 레트로한 감성의 멜로디로 담아냈는데요. 따뜻하고 소박하고 한겨울에 듣기 좋은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겨울을 떠올리면 눈이 생각날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의 공통점은 따뜻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너는 어떻게’ 또한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운드와 가사로 구성하려고 했어요. 녹음할 때도 부드러움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고요”

▲ 지금까지 낸 곡을 보면 데뷔앨범 ‘반복’을 빼고는 사랑노래가 없잖아요. 왜 지금 이 시점에 사랑 노래가 내고 싶었던 거예요?

“사랑노래를 잘 안 쓰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내 음악을 보여드리는 데 있어 지금 시점에서는 대중적인 곡을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어요. 원래 갖고 있는 감정은 ‘너는 어떻게’보다 훨씬 깊은데, 그런 노래들을 낸 뒤 이렇게 대중적인 곡을 내면 그 멋이 덜할 것 같아서요. ‘너는 어떻게’도 2014년에 쓴 곡을 올해 재편곡해 싱글로 낸 거예요. 내가 쓴 노래 중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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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피치스레이블 제공)



▲ ‘어떻게 하면 좀 더 친절하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거네요. 그런데 싱글에 ‘너는 어떻게’ 오리지널 버전이 실린 게 눈에 띄어요. 이렇게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곡을 이끈 건 처음한 시도인데요. 이렇게 대중성을 염두에 둔 앨범에 처음 보여주는 구원찬의 모습을 담은 이유는 뭔가요?

“내 이름으로 낸 곡들은 모두 피아노로 작곡을 하며 사람을 만들고, 이후 편곡을 거쳐 옷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요. 피아노와 목소리만 담긴 게 가장 러프한 모습인 거죠. 그 다음 생기는 고민은 두 가지에요. 나의 취향을 더 넣을 것이냐, 아니면 너무 어렵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나. 그래서 이전 미니앨범들에는 이 곡은 대중을 위한 곡, 이 곡은 나를 위한 곡 확실한 구분을 짓고 다양하게 수록했어요. 그런데 싱글에는 한두 곡만 실리다 보니 그러지 못 하잖아요. 그러니 타이틀곡을 대중성 있는 원래 버전으로 하고 두 번째 트랙에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오리지널 버전을 넣으면 나름의 절충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 결국 ‘너는 어떻게’는 구원찬의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 계획대로 천천히 자신을 드러내는 티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래가 대중성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사 내용의 ‘사랑’이 단순히 연인간의 감정에 그치지 않고 관계 속 녹아있는 모든 감정으로 확장한 것도 구원찬만의 또렷한 시선이고요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연인들만 나오는 게 아니라 애장품, 21년 된 인형, 반려견 등이 등장해요. 사랑이 다양하게 해석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을 이야기했던 데뷔앨범 ‘반복’ 또한 연인이 아닌 ‘관계’를 다룬 내용이에요. ‘너는 어떻게’는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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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너는 어떻게' 뮤직비디오 캡처)



▲ 뮤직비디오가 ‘너는 어떻게’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듯해요.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가득하고 시끌벅적한 연말의 느낌보다 정말 아끼는 이들과 집에서 소박한 연말파티를 여는 느낌에 가까워요. 다른 가수와 노래를 한 것도 이런 ‘교류’의 느낌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인가요?

“말을 주고받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여성 보컬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백예린 선배님이 바로 떠올랐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백예린 선배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이전 싱글 ‘슬퍼하지마’를 듣고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고요. 그래서 나도 듀엣을 부탁했죠(웃음)”

▲ 백예린은 ‘너는 어떻게’의 1절을 부르고 구원찬은 2절을 부르는데요. 대신 각각의 코러스를 희미하게 까는 등 작업으로 연결을 자연스럽게 했어요. 이런 구성은 어떻게 생각했나요?

“한 사람의 보컬에 화음이 들어가면 마치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 노래를 듀엣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이를 들은 상대방이 다시 말을 해주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믹스 과정에서는 1, 2절에 들어간 서로의 코러스 음량을 계속해서 줄였죠. 모니터 화면에서 보이는 시각적 밸런스와 실제 귀로 들리는 밸런스가 구분이 안 돼서 힘든 것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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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피치스레이블 제공)



▲ ‘너는 어떻게’가 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참으로 세심한 과정이 있었네요. 비록 싱글이지만 그 작업량은 두 곡의 것과 맞먹었다고요. 이렇게 배운 것들을 다음 작업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간 험버트(Humbert), 피셔맨(Fisherman) 등 다양한 이들과 프로젝트 앨범을 낸 것도 다채로운 음악을 위한 시도로 보면 될까요

“이번에도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분께 편곡을 맡겼는데 노래를 스무 살부터 계속 써와서 내 노래에 익숙해지는 게 있거든요. ‘너는 어떻게’도 이번에 다른 분과 함께 다시 편곡하면서 리프레시됐어요. 다른 이들과 작업한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내 음악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온전히 내 안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히려 다양한 작업을 통해 플러스됐으면 됐죠”

▲ 자꾸 자기 자신에 몰두하려는 이유가 있었네요.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립이 되어 있어야 마음을 열고 음악을 맘껏 펼칠 수 있으니까요. 차분히, 그러나 치밀하게 대중에 다가서는 과정을 통해 ‘구원찬’이라는 가수가 점점 더 뚜렷해질 듯해요

“정규앨범을 낼 때쯤이면 ‘구원찬’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립이 될 거예요. 지금 데뷔앨범 ‘반복’을 잇는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정규 1집 앨범이 2편, 정규 2집 앨범이 3편이 되겠죠. 이 시리즈는 성공에 관한 이야기에요. ‘반복’에서 꽃을 찾기 위한 반복적인 행위를 담았다면 정규 1집 앨범에서는 그 꽃을 찾아요. 하지만 목표를 이루면서 오는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끼죠. 정규 2집 앨범에서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으며 회복을 하는데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무력감과 절망에 빠져요”

▲ 앞으로 나올 이야기 또한 구원찬 스스로에 대한 것이네요. 멜로디와 구성은 이미 잡혔으나 아직 가사의 자리는 비워뒀다고 했죠. 아직 성공이라고 일컬을 만 한 지점에 다다르지 못 해서인가요?

“내가 성공한 뒤 실제 느끼는 감정을 가사에 녹여내야 앨범이 설득력을 가지니까요. 지금은 성공의 경계에 서 있는 상태에서 고민 중인 것 같아요. 2016년부터 앨범을 준비하고 2017년에 데뷔를 해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열정은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는 거죠. 음악을 통해 막 내뱉고 싶은 게 있어도 신경 쓸 것들이 많아졌어요. 데뷔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해야 하고요. 간혹 불공평한 상황들도 느껴요. 그런데 이걸 인정해야 스스로의 벽을 깰 수 있겠더라고요. 곧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요. 그곳에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만나서 저마다의 성공 기준을 물어보려고요. 많은 것들을 담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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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피치스레이블 제공)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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