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국내 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타이거JK가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타이거JK’로 다시 태어난다.

드렁큰타이거는 1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정규 10집 앨범 ‘엑스: 리버스 오브 타이거JK(X: Rebirth of TigerJK)’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를 가졌다.

1999년 데뷔해 약 20년 남짓 국내 힙합음악의 역사를 써온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 앨범 ‘엑스: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무리 짓는다. 타이거JK는 DJ샤인이 드렁큰타이거를 탈퇴한 이후 홀로 팀을 지켜왔다. 이번 앨범은 정규 8집 앨범 이후 약 9년 만에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엑스: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는 타이거JK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앨범명의 ‘엑스’는 미스테리, 무한대, 곱하기, 후속편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중의적 표현으로 쓰였다.

앨범에는 그간 타이거JK가 작업해온 약 200여 곡에서 추린 곡들이 실렸다. 앨범은 총 2장의 CD로 구성됐으며 각 CD당 15곡씩, 총 30곡이 수록됐다. CD1에는 특유의 붐뱁 장르로 채워졌고, CD2에는 재즈, 레게, EDM 등 여러 장르의 음악적 확장을 이룬 신선함이 담겼다. 전자가 기존의 드렁큰타이거라면, 후자는 새로 태어난 그리고 태어날 타이거JK의 면모다.

더 나아가 앨범에는 방탄소년단 RM, 세븐틴 버논 등 실력 있는 아이돌 래퍼부터 도끼, 가리온 메타, 슈퍼비, 면도, QM, 테이크원,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이 참여했다.



CD1의 타이틀곡 ‘끄덕이는 노래’는 타이거JK와 오랜 기간 협업해온 랍티미스트의 곡이다. ‘듣고 느끼고 수긍하고 그저 끄덕이면 된다’는 메시지로 힙합 고유의 흥과 드렁큰타이거의 색깔을 담아냈다. CD2의 타이틀곡 ‘뷰티풀(Beautiful)’은 아버지를 여읜지 5년이 되어가는 지금, 무뎌진 기억에 대한 감정을 담은 곡이다.

드렁큰타이거는 데뷔 20주년과 마지막 앨범 발매를 기념해 내년까지 장기 프로모션을 이어간다. 이날 오후 6시에는 각종 온라인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정규 10집 앨범 ‘엑스: 리버스 오브 타이거JK’를 발매한다.

▲ 드렁큰타이거의 활동을 마무리 짓는 소감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고 섭섭함도 있다. 또 이미 CD로 나왔는데 들리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데뷔 20주년을 알게 됐지, 그간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안 좋은 것들만 보였었는데 내가 오래 활동을 하고 이렇게 앨범을 내고, 또 좋은 친구(데프콘)가 행사의 MC도 봐준다. 그래서 지금 설레고 떨린다. 이 앨범을 만들면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 이번 앨범 구성이 독특하다

“앨범을 책처럼 구성했다. 내가 느끼고 겪는 것들을 주로 노래로 만드는 만큼 소장가치가 있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굳이 CD를 꺼내 듣지 않더라도 소장할 수 있으면 뜻 깊겠다는 생각을 했다”

▲ 드렁큰타이거의 활동을 마무리 짓고, 이제 타이거JK로 새 출발을 한다. 어떤 차이가 있나

“드렁큰타이거는 도전하고 뭔가를 부수는 내용의 노래가 성행할 때 만들어진 팀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소리를 타임캡슐에 그대로 넣어놔야 하는 것 같다. 타이거JK는 아직 다른 노래들을 찾아듣고 새로운 걸 찾아가는 중이다”



▲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은 묻어놔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사람을 접하고, 아빠가 되고 남편이 되면서 내가 할 수 없는 표현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돌려 말해야 심의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내 메시지를 넣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드렁큰타이거로서 앨범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마지막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전 멤버들의 참여는 생각해본 적 있나

“이전 멤버들을 다 찾아다녔고 근래에 다 만났다. 나는 쭉 음악활동을 해왔지만 그 친구들은 업계를 떠난 지가 오래돼서 부담스러워하더라. 그래서 응원만 받게 됐다”

▲ ‘타임리스(Timeless)’에서 방탄소년단 RM과 협업했다

“가장 독특하면서도 정통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곡이다. 랍티미스트 최고의 곡이라고 할 수 있다. RM은 지난 협업을 계기로 친해졌고,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섭외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RM이 워낙 힙합도 좋아하고 빠져 있어서 곡도 같이 쓰고 했다. RM이 참여해서 소위 말랑말랑한 곡,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비트의 곡을 만들면 더 화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언더그라운드스러운 음악이 맞겠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 싶어서 성적 상관없이 곡을 만들었다”

▲ 드렁큰타이거가 생각하는 ‘힙합’은

“차트에 올라간 음악은 힙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아름답고 인위적으로 꾸며진 게 가짜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진솔함을 기발한 은유로 표현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다가 ‘서른즈음에’를 듣고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달았다. ‘한국 힙합은 이거(‘서른즈음에’)다’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자전적인 내용, 사소한 이야기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힙합은 문화,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빈민가 길거리에서 기원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음악이다. 뭔가 도전하고 기발한 것을 만들어내는 게 힙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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