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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동욱 “‘손 the guest’ 흥행, 뿌듯하지만 고민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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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손 the guest'에서 윤화평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동욱(사진=키이스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진화와 생장이 극복이나 성장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 천희란 작가의 단편소설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2016)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나이듦에 따라 쌓이는 경험이나 노련함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배우 김동욱이 15년째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 때부터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평을 달고 살았다. 작품의 흥망에 따라 칭찬의 크기는 달라졌지만 작품성과 별개로 김동욱의 연기력만큼은 늘 높이 평가받아왔다. 게다가 지난해 히든카드로 출연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대박을 치고 올해 후속편인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에 이어 최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손 the guest’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을 이끈 김동욱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동욱은 여전히 고민한다. 캐릭터를 어떻게 수월히 표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본인의 선택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이해하고 그려낼 수 없었을까 늘 의문을 품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작품마다 이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김동욱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나은 연기를 찾는 것이다. “‘발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대신 계속 고민하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손 the guest’ 촬영이 끝나자마자 스킨스쿠버를 다녀왔다고요?

“최종회 구마 장면을 바다에서 촬영했잖아요. 그 좋은 바다를 일하러 간 게 속상해서요. 놀러 다녀왔어요(웃음)”

▲ 작품을 끝낸 기분은 어땠나요? 헤어 스타일도 짧게 다듬었네요

“후련했어요. 헤어스타일은 촬영하면서 머리카락이 끊어질 정도로 손상이 많이 되고 이마에 트러블도 너무 많이 생겨서 민 거예요. 10월 31일, 동해 촬영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요”

▲ 촬영이 고됐나봐요

“쉽지 않은 작업이었죠. 캐릭터 분량도 많고 밤에 찍어야 하는 장면도 많았거든요. 극 중 성당은 청주, 외가는 청산도, 드라마 세트는 경기도 이천에 각각 있었는데 16회 동안 그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찍어야 하니 엄청 났죠. 일주일에 하루씩 쉬는 날이 생기긴 했는데 촬영이 끝나면 새벽이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오면 아침이나 낮이 되었고요. 잠깐 자고 눈 뜨면 다시 밤인 거예요. 그러면 대본 읽고 다음 날 또 촬영하러 가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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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이스트)



▲ 감정적으로도 표현이 쉽지 않은 캐릭터라 더 힘들었겠군요

“감정이 깊고 센 장면들이 워낙 많아서요.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상대 배우와 서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촬영 자체도 지쳤어요. 그렇다고 중요한 장면을 힘없이 끝내면 안 되니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했어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화평이도 힘든 애였잖아요. 나만큼 잠도 잘 못 잤을테고(웃음) 체력이 달릴 때마다 ‘오늘 감정 잘 잡히겠구나’ 생각하면서 위안 삼았습니다”

▲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쓴 것은 무엇인가요?

“인물의 톤을 어떻게 맞춰야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특히 최종회에서 화평이가 박일도를 받아들이잖아요. 단순히 화평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이기보다 변화한 인물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정이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전달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낀다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선을 찾아야 했죠”

▲ 박일도에 씌인 화평의 모습은 최종회 백미였습니다

“사실 불안했어요. 모니터를 전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내가 생각하고 잡아간 그림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확신이 없었죠.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했어요. 대본을 받고 나서 내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가정 하에 그동안 그려진 부마자들의 모습, 화평이가 최윤(김재욱) 강길영(정은채)과 함께한 모습들을 함께 떠올리면서 (빙의된 화평을) 구체화시켰죠. 박일도를 받아들인 화평이는 이성적인 모습이기를 바랐어요. 감정에 휘둘려 폭력을 행하는 게 아니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폭력이라는 느낌으로요. 그래야 박일도가 빠져나간 뒤의 화평이와 더 대비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화평을 연기하는 김동욱을 보면서 ‘실제로도 말못할 사연을 가진 게 아닌가’ 궁금해 하는 시청자가 많았어요

“우리 가족 되게 화목해요.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요. 실제로는 귀신도 무서워해요(웃음)”

▲ 천주교 신자죠?

“맞아요. 실은 그동안은 성당에 잘 안 나갔어요. ‘손 the guest’를 계기로… 신실해졌다기 보다는 ‘다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 작품에 몰입해 악몽을 꾸진 않았나요?

“꿈은 정말 많이 꿨어요. 가위도 눌리고요. 정말 다양한데 대부분 사건사고가 일어나서 도망치고 누군가를 구하는 내용이었어요. 일어나면 지치기도 하고 희열도 느껴요. 내가 또 많은 사람들을 구했구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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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the guest'로 11년 만에 한 작품으로 만난 김재욱(왼쪽)과 김동욱(사진=OCN)



▲ 최윤 역의 김재욱과는 MBC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후 11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너무 편했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 믿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캐릭터나 대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혼자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통화하거나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나갔죠. ‘커피프린스 1호점’ 때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특히 은채까지 셋이서 술자리를 가지면 타성에 젖어서 ‘우리 둘이 그때 이렇게 했고, 저렇게 했고…’ 은채가 소외감 느꼈다더라고요(웃음)”

▲ ‘손 the guest’로 또 한 번 ‘김동욱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들은 소감은 어떤가요?

“‘신과 함께’ 시즌1~2 바로 다음 작품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좋아해주셔서 고마워요. ‘손 the guest’가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고, 스스로 책임감도 더 강해졌어요. 너무 큰 보답을 받은 것 같아요”

▲ 무슨 고민을 했습니까?

“지금도 하는 고민이에요. 늘 익숙한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게 아닌지, (장면이나 캐릭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찾아낼 수는 없었던 건지 같은 것이요. 계속해서 배우를 하고 싶다면 숙명인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촬영 중에도, 촬영하지 않을 때에도 더 나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같은데 ‘발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대신 계속 고민하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손 the guest’를 통해서도 성장했다고 생각하나요?

“극 초반의 화평이는 전작 ‘신과 함께’나 ‘국가대표’(2009)에서처럼 반항적이고 껄렁대는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치열하고 절실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인물로 보이기를 바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물론 모니터하면서 ‘아직 멀었구나’ 싶을 만큼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요”

▲ ‘아직 멀었다’니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요?(웃음)

“지금 스스로 엄청 칭찬해주는 건데요?(웃음) ‘손 the guest’ 이후 뿌듯함을 많이 느꼈어요. 주위에서 좋은 말씀들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요. 그 마음과 응원을 의심하는 건 관객들을 못 믿는 거잖아요. 그 자체는 행복해요. 다만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전작 때문에 뭔가 해내야 한다거나 남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면 더 상처받잖아요.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새롭게 시작해야 또 행복을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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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이스트)



▲ 김동욱을 응원하는 팬들이 점점 늘어나요. 종방연 때는 팬들이 선물도 보냈던데요?

“너무 고맙죠. 팬들을 보면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 또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거잖아요. 굉장한 일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 팬들은 물론 ‘손 the guest’ 애청자들이 시즌2를 바라는 것도 알고 있나요?

“배우로서 출연한 드라마가 시즌제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제작진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해야 이뤄지는 거잖아요. 특히 ‘손 the guest’는 열린 결말이어서 다음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최종회 엔딩에서 화평이가 흰색 의안을 하고 있는데 시즌2에도 이어질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그래서 화평이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많이 고민했거든요. 김홍선 PD님과도 계속 이야기했고요. 특수분장을 할까 아니면 렌즈를 낄까, 혹은 멀쩡한 눈으로? 그냥 흉터를 만들까, 여러 가지를 생각했죠. 의안으로 결론 지은 계기는 일단 PD님의 컨펌이 있었습니다. PD님의 의도는 여쭤보지 않아 모르겠지만요. 내 생각으로는 다시 나타난 화평이에게서 복합적인 느낌이 들기를 바랐어요. (눈의) 상처 때문에 뭔가를 잃은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연약한 모습이어서 무능해 보이지는 않았으면 했죠. 다른 기운, 느낌이랄까요? 조금 성장한 것일 수도 있겠고 무언가에서 벗어난 느낌 내지는 혹시 다른 능력이 생긴건가?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하는 모습이기를 원했어요. 그리고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변화의 여지를 줘야 하니까 일단 두 눈은 떠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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