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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완벽한 타인’이 까발린 인간관계 속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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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씁쓸한 웃음이 흐른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40년 지기 친구들이 부부 모임에서 핸드폰 잠금 해제 게임을 진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메신저, 문자, 통화까지도 오픈해야 한다. 타인에게 공개한 비밀은 자신에게 화살로 돌아온다.

‘완벽한 타인’은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Perfect Strangers)를 리메이크했다. 일단 핸드폰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국내 정서에 어울리기 쉽지 않지만 이재규 감독은 한국적으로 변화를 줬다.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심어 놨다.

완벽한 줄 알았던 이들의 비밀은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까발려진다. 그 안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드러난다. 40년 지기 친구라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되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함께 몰려다녔다고 해서 모두와 친한 것은 아니며 앞으론 웃으며 지내도 뒤를 돌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황이 더해질수록 긴장감이 몰아친다. 살아가면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며 그게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씁쓸한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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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이다. 연극적이라고 느껴지는 요소가 많다. 지루할 수도 있는 상황이나 베란다, 화장실, 방안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쉼표를 줬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에 더 적합한 방법이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다운 선택이다. 캐릭터에 맞춰서 핸드폰 기종을 선택한 것부터 벨소리 등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이순재 등 목소리 연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완벽한 타인’은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이서진 등 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핑퐁 같은 호흡이 훌륭하다. 멀티 캐스팅의 좋은 예다. 특히 유해진, 윤경호의 조화는 영화의 가장 큰 웃음을 담당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완벽한 타인’ 속 비밀과 유머가 성적인 코드로만 흘러간다는 점은 아쉽다. 이들이 가진 비밀도 인간의 디테일한 감정 보단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일 뿐이다. 여성 캐릭터가 절반을 채운다는 것은 반갑지만 전형적으로 흘러간다. ‘여성의 적은 여자’로 짜진 프레임이 이제 지겹지 않냐고 묻고 싶다. 허무한 결말은 목표점을 바라보고 전력질주를 하다가 갑자기 멈춘 기분이다.

그럼에도 ‘완벽한 타인’은 영화를 보고 나서는 발걸음에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아무리 친한 사이에게도 비밀이 있고 모든 진실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은 관객에게 내라는 식이다. 결국 영화는 관객이 받아들이는 방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31일 개봉하며 15세 관람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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