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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자Pick] 정은지·모트·유근호, 음표 위 자유롭게 추는 춤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10월 셋째 주(10월 15일 월요일~10월 21일 일요일)의 앨범은 제이켠X슈가볼, 정은지, 모트, 칠리, 유근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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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켠X슈가볼 싱글 ‘번역의 능력’ | 2018.10.17.


‘카모마일’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제이켠과 슈가볼이 다시 한 번 만났다. 역시나 다른 듯 비슷한 두 목소리는 묘한 듀엣을 펼친다. 달콤하지만 그 중심에는 단단한 심지를 지닌 것 같은 양면성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각자의 감각이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드는 설렘이 팡팡 터진다. 살포시 그루브 타기 좋은 멜로디는 ‘카모마일’ 때와 비슷해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특히 노래 1절이 끝난 뒤 나오는, 사르르 녹아내리는 피아노와 기타 연주는 곡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포인트. 또 이런 간주와 결을 같이 하는 소리들은 말하듯 노래하는 보컬들 사이 곳곳에 스며들어 곡을 보다 예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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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미니 ‘혜화’ | 2018.10.17.

정은지가 걸그룹 에이핑크에서 내는 목소리와 솔로앨범을 통해 내는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솔로로 활동할 때 더 울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보컬은 편안함을 선사해 포크 장르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이번 새 앨범 ‘혜화’는 이런 정은지의 목소리를 더 다양하게 살린 앨범이다.

타이틀곡 ‘어떤가요’는 정은지와 잘 맞는 포크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발라드를 적절히 섞어 놓은 모양새다. 덕분에 정은지가 지닌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고루함은 탈피했다. 지난 앨범 타이틀곡들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정은지의 풍성한 결을 좀 더 촘촘하게 느낄 수 있다. 자극 없이 귓가에 스며드는 정은지의 목소리는 이전과 다르게 다가온다. 그는 이번 앨범 ‘혜화’까지 앨범들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확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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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트 정규 ‘사이’ | 2018.10.17.

모트가 정규 1집 앨범을 냈다. 앨범에는 지금까지 냈던 싱글들과 신곡 ‘멀리’가 수록됐다. ‘백스페이스(Backspace)’와 더블 타이틀곡인 ‘멀리’는 그간 모트가 발표했던 곡보다 좀 더 신선한 인상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한 건 아니지만 기존 해오던 바이브를 바탕으로 조금씩 변주를 줬다.

간결한 소리와 최소한의 멜로디만 살리는 작법은 비슷하다. 다만 묵직하고 짙은 감성을 선사하던 이전과 달리 한결 가벼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짝이듯 빛나는 소리들은 사랑스러워졌다는 감상까지 주는데 ‘너에게 더 스며들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를 보면 곡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모트의 노래 중 가장 ‘달콤한 사랑’에 가까운 곡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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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리 싱글 ‘Tempo 114’ | 2018.10.18.

칠리의 노래가 주는 첫인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 짙은 감성에 취해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의 연속인 기존의 곡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칠리의 노래 역시 뭉개지는 신스 사운드에 늘어지는 분위기까지,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칠리가 각 곡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명료하다. 한 주제로 귀결되는 문장들과 그에 맞는 소리를 조합해낸 것뿐이다.

신곡 ‘템포 114(Tempo 114)’ 역시 ‘흘러가는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선명하게 전한다. 가사는 ‘시간은 그대로인데 외면한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칠리는 이 생각들을 마치 시계바늘이 빠르게 돌아가는 듯한 소리의 결로 표현해낸다. 또 중간중간 비틀리는 효과를 통해 흐르는 시간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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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근호 미니 ‘결’ | 2018.10.19.

유근호의 음악이 보다 솔직해졌다. ‘결’은 무언가를 애써 포장하려 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를 묵묵히 끄집어낸다. 하고 싶은 말들을 표현하고 싶은 대로 풀어냈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나 혼자 몸이 움직이는 대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느낌. 꾸밈없는 날 것의, 괜히 웃음이 툭 튀어나오고 눈물이 나는 느낌. 유근호의 트랙들이 색다른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일 터다.

게다가 각 트랙은 서로 다른 느낌을 갖추고 있다. 어떤 곡은 풍성한 스트링이 들리기도 하고, 어떤 곡은 하늘하늘한 기타 소리가 귓가를 감싸기도 한다. 그리고 이리 뻗치고 저리 뻗치는 음악을 한 데로 묶는 요소는 바로 유근호 특유의 따뜻함이다. 그의 신스사운드에는 빈티지한 매력이 있어 마냥 차갑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도도할 것 같은데 의외로 나긋나긋한 그의 목소리는 묘한 조화를 선사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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