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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다] '법'은 맞고 '존중'은 틀렸다, 창작자만 쏙 빠진 창비교육의 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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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비교육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와 그룹 에픽하이 멤버 타블로가 책 ‘노래는 시가 되어’에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저작권 문제를 언급하며 자신들을 책 집필자로 오인할 팬들의 혼란을 방지했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이미 저작권 협의를 마친 상황.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오는 25일 발간되는 창비교육의 책 ‘노래는 시가 되어’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작사가의 노랫말 중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법한 글귀들을 골라 엮어 내는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번 책에는 김윤아와 타블로, 김창완, 루시드 폴, 신해철, 오지은, 이정, 이찬혁 등의 가사가 일부 인용됐다. 또 ‘작사가의 말’이라는 타이틀로 아티스트들이 매체를 통해 했던 말을 발췌해 모아놓기도 했다.

이에 김윤아는 SNS를 통해 책에 자신의 가사가 실린 것과 더불어 ‘작사가의 말’과 ‘저자’라는 표기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짚었다. 타블로 역시 동의 없이 가사가 실린 것에 혼란을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무단 가사 인용’ 아냐...양측 제대로 된 절차 거쳤다

김윤아와 타블로의 말을 통해 대중이 가장 큰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가사 인용’에 대한 저작권 문제다. 가수의 허락 없이 가사를 사용하는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창비교육 측은 가사 인용과 관련한 부분은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KOMCA)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음저협이 관리하는 노래에 관한 저작권은 ‘허가’와 ‘승인’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창작물의 원본에 그 어떤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해 2차 저작물을 만들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는 가수의 저작물을 관리하고 있는 한음저협을 통해 ‘허가’를 받는다. 아티스트는 다음 달 정산되는, 이에 대한 저작권료를 통해 창작물의 활용처를 알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리메이크, 리믹스 등 원본에 변형을 가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음저협의 저작권 대행이 없다. 2차 저작물을 만들고 싶다면 아티스트 본인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허가권을 가져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는 본인의 창작물에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창비교육이 아티스트의 가사를 무단사용하지 않았고 ‘가사 인용’에 대해 올바른 절차를 밟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윤아와 타블로는 가사 인용과 관련해서는 한음저협 혹은 소속사에 먼저 사실 확인을 우선적으로 하고 그 내용도 함께 담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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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가 되어' 책 소개(사진=소개글 캡처)



■ 진짜 논점은 ‘저자’·‘작사가의 말’ 표기

다만 ‘가사’에 대한 저작권과 별개로 김윤아와 타블로가 우려했던 지점은 여전한 비판의 대상으로 남는다. 이들은 팬들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자 했다. 바로 책 ‘노래는 시가 되어’의 소개글에는 ‘저자’ 항목에 각 아티스트의 이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사가의 말’이라는 표현도 함께 삽입되어 있다. 이는 각 아티스트들이 그간 미디어를 통해 했던 말들을 일부 발췌해 모아 놓은 형식의 섹션이다.

만약 김윤아와 타블로의 SNS 글이 아니었다면 이들이 직접 책을 집필했다고 보일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수의 가사를 모아 책으로 발간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저자’라는 항목에 동의 없이 가수 이름을 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중은 창비교육 측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아티스트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려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사와 이들이 한 말의 1차 출처는 아티스트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 측은 이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저자’ ‘작사가의 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창비교육 측은 책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책과 관련한 저작권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출판사 선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지, 독자들이 그 몫을 고스란히 느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저자라는 말을 다른 표기로 하든지 혹은 저자, 작사가의 말 뒤 별개의 설명을 붙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오해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창비교육 측은 “한음저협을 통해 저작권 부분에 대해서는 처리했는데 가수 분들이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책이 나와 당황했을 것”이라면서 “도의적인 차원에서 좀 더 꼼꼼하게 처리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가수 쪽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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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시가 되어' 책 소개(사진=소개글 캡처)



■ 의미 있는 책? ‘존중’ 없는 태도에 빛 바랐다

법적 절차를 따른 문제를 떠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김윤아는 “다른 뮤지션 분께 여쭤보았더니 역시 몰랐던 일이라고...”라는 글을 썼다. 타블로 역시 “사전에 내 동의를 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작 책에 거론된 아티스트 대부분은 이런 책에 이런 내용들이 담긴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들이 느낄 황당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의 사전적 정의는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만든 사람, 즉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지켜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이름하에 지닌 그 본뜻은 ‘창작자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기 위함’이다.

창비교육 측과 한음저협이 보여준 저작권 처리 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사에 변형 없이 고스란히 2차 저작물로 사용한다면 ‘재산권’으로 분류돼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 가수의 경우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귀속되어 있는 한음저협의 승인만으로 그쳐도 된다.

다만 창비교육 측이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좀 더 깊게 생각했다면, 창작자 권리의 속뜻까지 헤아렸다면 이렇게 모두가 혼란을 겪는 사태는 없었을 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단체의 승인을 거쳐 제2차 저작물을 만드는 경우 한음저협 측이 해당 저작권자에게 연락을 취해 이런 저작물을 사용하겠다는 고지를 하라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비교육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저자’ ‘작사가의 말’ 등 표기와 관련한 그 어떤 설명도 없었다. 설령 한음저협 측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하더라도 출판사 측이 밝힌 대로 도의적 차원에서의 꼼꼼한 처리를 하지 못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창비교육은 창작자의 권리를 완전히 존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취지’로 발간했다는 책이지만 그 의미는 벌써 빛이 바랐다.

한편 김윤아 소속사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창비교육 측에서 가사 인용과 관련한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달 받은 적은 없다”면서 “현재 ‘작사가의 말’로 매체 인터뷰 인용된 부분과 ‘저자’ 표기와 관련해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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