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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YG전자’ 누구도 웃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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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전자' 예고편(사진=양현석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미국 오클라호마의 70대 할머니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넷플릭스 시트콤 ‘YG전자’를 연출한 박준수 PD는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정작 베일을 벗은 ‘YG전자’는 시청자부터 제작진까지 그 누구에게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지 못한 모양새다. 왜일까?

‘YG전자’는 빅뱅 승리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회장에 의해 자사 전략자료본부실(전자)로 좌천된 이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이 과정에서 YG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치부를 솔직히 드러내는 데 웃음 포인트를 잡았다.

‘YG전자’는 출연자의 자기비판을 통해 웃음을 선사하는 공식을 따른다. 박준수 PD의 전매특허다. 전작 ‘음악의 신2’가 대표적인 예다. ‘음악의 신2’은 사업 실패와 사기 혐의로 억대 빚을 진 룰라 출신 이상민과 불법 도박으로 논란을 빚은 컨츄리꼬꼬의 탁재훈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에 방영 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이미지 세탁용’ 방송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이후 여론이 뒤집혔다. 각자의 과오를 스스로 비꼬며 자조하는 이상민과 탁재훈의 모습이 짠한 웃음을 자아낸 덕분이다.

‘YG전자’도 ‘음악의 신2’과 같은 효과를 노리고 출발했을 터다. 실제로 지난해 공개된 ‘YG전자’ 예고편에서는 양현석이 “YG의 시트콤이다.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각색해서 만든다. 승리가 양현석을 따라한다. (이렇게 만들면) 너무 재밌다”며 감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어 내부고발자를 자처한 젝스키스 이재진은 양현석에 대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설명한다. 또 “(YG엔터테인먼트는) 북한과 똑같다”는 지누션의 지누와 “(YG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는 아이콘 멤버들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 예고편이 공개된 당시 ‘YG전자’를 향한 기대치는 높았다. 우선 유난히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던 YG엔터테인먼트가 일련의 논란에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연예계 트러블메이커로 인식된 양현석에 대한 YG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솔직한 평가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YG전자’ 본편에 대중이 실망한 이유다.

‘YG전자’는 대중의 기대를 하나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물론 사건·사고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는 했다. 극 중 YG전자가 ‘클린 YG 주간’이라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에피소드에서다. 클린 YG 주간이란 “YG의 깨끗한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는 정기 캠페인”이다. 이는 빅뱅 지드래곤·탑·2NE1 박봄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잇따라 마약 흡입 혐의로 논란을 빚으며 ‘YG=약국’이라는 오명을 쓴 데 대해 자정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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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G전자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YG전자’에서는 마약으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룹 위너를 끌어들였다. 위너 멤버들이 소변 검사를 받는 모습을 내보내고 승리가 위너에게 “약이나 대마초 하지 말고, 룸싸롱 가지 말고, 스캔들 같은 것도 조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하는 장면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마약 논란 이후 자숙 중이던 박봄을 출연시켜 활동 재개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불렀다.

주인공 승리의 성추문에 대한 언급도 반복됐다. 승리는 과거 한 여성이 몰래 촐영한 사진이 공개되며 파문에 휩싸였다. 아이돌로서 전무후무한 논란이긴 하나 이는 승리가 불법촬영의 피해자인 사건이다. 그러나 ‘YG전자’는 “승리의 잠든 모습이 아기천사 같다. 나라도 이런 모습은 찍고 싶을 것 같다”는 등의 대사로 승리의 피해 사실을 개그로 소비하며 빈축을 샀다. 이 외에도 ‘YG전자’는 소속 모델에게 ‘몸캠’을 강요하는 해외 투자자 에피소드, 여자 직원이 아이콘 멤버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는 에피소드 등으로 소속 연예인에 대한 성희롱을 일삼았다. 풍자가 아니라 새로운 논란을 가중시킨 모양새다.

이 뿐 아니다. ‘YG전자’를 보다보면 YG엔터테인먼트가 세계 각국의 팬들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의문이 들 정도다. 일부 지역이 삭제된 중국 지도를 사용해 양현석이 직접 사과문을 게재한 것 말고도 지적할 만한 내용이 곳곳에 산적했다. 국내 팬은 ‘극성팬’으로 묘사했다. 승리에게 “오빠, 나랑 결혼하자. 너무 사랑해. 오빠랑 결혼할 것”이라며 달려드는 한 여성 팬의 모습을 통해서다. 이 팬은 승리가 당황해 몸을 빼내려고 하는데도 “나 좀 안아 달라”면서 스킨십을 강요했다. YG전자가 기획한 소속사 투어를 신청한 일본 여성 팬에게 ‘SM데이트’를 권유하는 장면도 나왔다. 지누션의 지누를 의자에 묶어 놓고 팬에게 채찍을 휘두르게 하는 식이었다. 일본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처럼 ‘YG전자’가 소속 연예인을 조롱하고 국내외 팬들의 이미지를 낮잡아 소비하는 동안 YG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의 시스템과 대표 양현석에 대한 풍자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일례로 YG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최근에 논란을 빚은 ‘믹스나인’ 사태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 없었다. 물론 이는 촬영 시기 상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양현석은 어떨까. 그의 ‘흑역사’로 불리는 가수 활동 시절 뮤직비디오가 몇 번 나왔을 뿐 양현석은 심지어 출연도 거부했다. 대역 연기자가 출연하거나 승리가 양현석 성대묘사를 하는 식으로만 등장했다.

결국 ‘YG전자’는 대중도, 팬도 웃지 못할 시트콤으로 전락했다. 연일 비판이 계속되니 제작진도 분명 웃고 있지 못할 터다. 이런 가운데 ‘YG전자’는 시즌2까지 예고했다. 어찌보면 이번 시즌에 대한 비판은 ‘YG전자’ 제작진에게 다행일지 모른다. 지금의 반응을 밑거름삼아 시즌2에서는 부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시트콤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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