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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연기는 좋았지만...‘협상’의 줄타기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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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영화 ‘협상’은 흥미로운 전개방식과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일품이다. 다만 긴장감과 인간미를 넘나들며 밸런스를 유지하려는 작품의 노력에 비해 ‘협상’이라는 소재에서 오는 재미는 살리지 못했다.

‘협상’은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오로지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게다가 공간은 스크린과 협상 테이블이라는 한정된 장소. 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작품의 관건일 수밖에 없다.

‘협상’은 서사의 재미를 잘 이끌어낸다. 하채윤이 트라우마를 겪고 또 이를 뒤엎는 순간순간을 설득력 있게, 그러면서도 빠르게 진행시킨다. 덕분에 하채윤과 민태구의 심리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두 사람의 협상이 느슨해질라치면 반전의 장치를 하나씩 터뜨려 지루함을 없애려 노력했다.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은 ‘범죄 오락 영화’라는 장르성을 충실히 이행한다. 의도대로 잘 쥐고 풀어진 이야기들은 걸리적거리는 요소 없이 매끄러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흔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촘촘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손예진은 눈빛, 현빈은 제스처로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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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채윤은 협상가로서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감정을 대놓고 터뜨리지 않고 속으로 삭히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손예진은 이런 감정의 기복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했다. 힘을 꽉 준 채 눈물을 삼키느라 눈시울이 빨개진 모습 등은 손예진의 연기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드러난 손예진의 눈동자에는 분노, 오열, 연민, 답답함 등이 고루 묻어난다.

오히려 한없이 잔인할 것만 같은 민태구의 모습은 예상보다 덜 나오는 편이다. 현빈은 여유로운 말투와 웃음, 귀찮은 듯한 제스처 등으로 민태구를 그리며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다각도로 캐릭터를 연구하는 현빈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체념으로 점철된 극 후반부의 감정을 앞서 보여준 모습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섬세하게 표현한 지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처음 도전한 뚜렷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현빈은 역할을 몰입도 높게 소화했다.

이렇게 손예진과 현빈은 캐릭터를 다양한 디테일로 그려내며 각자의 반전을 꾀했다. 덕분에 두 주인공은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형성하며 러닝타임을 이끌 수 있다.

다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연기에도 불구하고 협상이라는 특수한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나오는 쫄깃함은 없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기운이 도드라지는 탓이다. 하채윤과 민태구의 인간미가 부각된 탓이다. 이는 주인공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는 설득력을 부여하지만 냉정함을 강조하는 외부적인 요소들과 만나 오히려 스토리를 미적지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하채윤의 성격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는 프로페셔널한 협상가로서 대화에 성공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이지 못한다. 자주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통에 자꾸만 끌려다닌다. 심지어 주변인물과의 갈등에서조차 무력하기만 하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하채윤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서브 스토리에서라도 통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면 캐릭터의 대비가 더 선명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다. 두 캐릭터 간 줄타기도, 관객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미션도 실패다. 오는 19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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