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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명당’의 강약조절, 오히려 주객전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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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피터필름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라는 이야기에서 예상되는 포인트는 확실하다. 다툼을 벌일수록 불같이 타오르는 욕망, 그리고 그 안에 뛰어드는 자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 영화 ‘명당’은 풍수지리라는 신선한 소재에 무작정 기대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강약조절을 확실히 했다.

영화 ‘명당’은 왕이 되고 싶은 자들의 묏자리 쟁탈전이다. 그 중심에 있는 건 2명의 왕을 배출할 최고의 대명당이다. 극중 인물들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려드는데, 영화는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인물들의 싸움을 강조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이는 변곡점에서 나오는 긴장감은 그 다툼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욕망에 사로잡힌 캐릭터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명확하다.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친구, 가족까지 버리는 인물들의 극악무도한 모습은 땅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어준다. ‘사람이 살아야 할 땅이 죽어나가는 자리’가 됐다는 극중 대사처럼 ‘명당’이 보여주는 일관된 대비는 깊은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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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피터필름 제공)



하지만 권력다툼이 주된 이야기로 흘러가는 과정에 끼지 못하고 주변에 맴도는 인물도 있다. 그 인물이 바로 주인공인 박재상(조승우)이라는 점이 큰 맹점이다.

박재상은 모두가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가운데, 꿋꿋이 올바름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이런 박재상의 소신이 묵살되는 장면은 극 초반에 나와 이야기의 도화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후로도 계속해서 좌절되는 박재상의 목소리는 결국 캐릭터가 힘을 잃게끔 만든다.

게다가 흥선(지성)의 광기가 극을 휘어잡으면서 중심을 파고드는 악인과 주변으로 밀려나는 박재상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박재상이 삐뚤어진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제아무리 노력해도 통쾌함 한 번 주지 못 해 악인들에 휘둘리는 인상마저 준다. 이는 ‘권선징악’이라는 구도 자체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의 힘 조절을 너무 극단적으로 했기 때문에 오는 문제다.

그러다보니 결말에서도 역시 힘이 빠진다. 경쟁구도에 신경을 쓰느라 후반부 개연성을 잃고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아쉽다. 박재상이 ‘선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내용도 오히려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명당’은 주인공을 앞세워 이야기를 전개하기보다 ‘과정’을 보여줘 관객에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좋게 말하자면 권력다툼을 강조해 관객 스스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여운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주객전도가 됐다. 오는 19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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