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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끌려서] ‘도시어부’ 제작진, 츤데레 미소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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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채널A ‘도시어부’가 맨 처음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편집의 센스에 있다. ‘도시어부’는 각종 신조어를 적재적소에 넣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볼 때마다 “미쳤다 미쳤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병맛 자막’을 실현하면서도 늘 적정선을 지킬 줄 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출연진과 함께 배 위에 올라탄 제작진의 태도다. 그들은 웃고 있다. 항상 미소가 서려있는 얼굴들이 출연진을 향해 있다.

이들은 왜 웃고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자막에서 찾을 수 있다. 자막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요소이자 출연진을 대하는 제작진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막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내용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의 특성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할 행동까지 예측한다.

거침없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 독특한 의식을 치르는 이경규에게 “미쳤다”고, 다른 사람이 물고기를 잡으면 시선조차 주지 않는 이덕화에게 오히려 “명품인성”이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아울러 제작진은 마이크로닷이 한국어가 서툴러 이덕화에게 “헛소리하지 마십쇼”라고 했던 실수를 들추지 말라고 앙탈을 부려도 사골 우리듯 자막에 그 문장을 쓰며 놀려댄다. 심지어 제작진의 거침없는 언어는 선장에게도, 프로에게도, 게스트에게도 가차 없이 적용된다.

다소 예의 없어 보이거나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을 법도 하지만 ‘도시어부’는 평화롭게 흘러간다. 이들의 자막에는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강제적인 요소가 아니라 출연진을 가족으로 대하는 친근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개그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 역시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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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화면 캡처)



방송에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가족 같은 사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배를 탔다. 이는 운명을 함께한다는 말로도 쓰인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목표를 꿈꾸며 함께 나아간다는 뜻이다. ‘도시어부’ 제작진은 출연진과 실제로 같은 배를 타고, 하루 종일 같은 시간을 보내며 만선을 기원한다. 파도가 치면 함께 물폭탄을 맞고 배가 흔들리면 다같이 멀미를 한다. 누군가 대어를 낚아 올릴라 치면 모두가 환호성을 지른다.

더 나아가 출연진이 잠시 눈을 붙이려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미 스태프들이 주르륵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아, 이들 사이는 진짜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렇듯 ‘도시어부’에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구분이 따로 없다. 그저 함께하는 사이일 뿐이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드론에도 ‘김드론’ ‘박드론’ 이름을 붙여주고, 털PD나 무릎팍 감독 등 스태프의 별명도 지어준다. 스태프가 촬영 도중 아내가 출산하자 아이의 사진까지 넣으며 축하인사를 건넬 정도다.

이런 제작진의 모습을 보면 간혹 배우들이 인터뷰를 할 때마다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현장 분위기 진짜 좋아요. 즐겁게 촬영하면 그 기운이 화면을 뚫고 나오더라고요”

그렇다. ‘도시어부’가 재미있을 수 있는 진짜 이유는 ‘한 배’를 탄 이들을 대하는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애써 누군가를 ‘어화둥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비록 자막은 거칠지만(?) 방송을 함께 만드는 이들을 대하는 ‘도시어부’ 제작진의 태도에는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츤데레 미소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웃음꽃이 핀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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