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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김정현 보낸 ‘시간’ 5주간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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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MBC 수목드라마 ‘시간’이 종영까지 6회를 남겨두고 남자 주인공 천수호(김정현)의 사망을 그렸다. 방영 도중 주인공이 죽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그러나 ‘시간’ 제작진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주연배우 김정현이 최근 건강 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현은 이달 초 이뤄진 마지막 촬영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는 TV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12일 방송한 ‘시간’ 25~26회에서 김정현은 여자 주인공 설지현(서현)을 구하려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천수호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극 중 시한부였던 천수호가 유서처럼 남겨둔 편지 내용을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높였다.

김정현의 하차로 극의 내용이 수정되면서 이를 새롭게 이해하고 캐릭터로 표현해야 했을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특히 앞으로 김정현 없이 혼자 극을 이끌어가야 할 설지현 역의 서현은 절제된 감정 연기가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이 무색하게도 25~26회 전개는 실망스러웠다. 천수호의 죽음 이후 모든 캐릭터가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선 ‘시간’의 메인 스토리를 이루고 있던 천수호와 설지현의 감정선이 무너진 모양새였다. 설지현은 천수호의 죽음에도 지나치게 담담한 모습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설지현은 천회장(최종환)에게 책임을 돌렸다. 천수호가 죽은 진짜 이유를 알려 달라는 은채아(황승언)에게는 “이제야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가 가냐”면서 은채아가 동생 설지은(윤지원)의 죽음을 은폐했던 일을 언급했다. 이날 방송에서 설지현은 천수호와의 이별에 슬퍼한다거나 자신을 구하려다 죽었다는 데 죄책감을 갖기보다 오직 자신의 복수를 성공시키는 데만 급급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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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그러면서 정작 여자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은 은채아가 했다. 천수호가 시한부였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던 인물도,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며 천수호가 혼자 아파야만 했던 시간을 소회하는 인물도, 천수호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려 분투하는 인물도 모두 은채아였다. 은채아가 극 초반 자신의 잘못으로 죽음에 이른 설지은 사건을 천수호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납득하기 힘든 전개다.

그런가 하면 신민석(김준한)의 속내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천회장에 의해 살인미수 누명을 쓰게 됐다. 천회장에게 협박 당하다가 도망치고 또 붙잡혀 다시 협박 당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날 방송 말미 신민석은 천회장 측으로부터 설지현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고 설지현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이 지시를 거부하고 설지현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과거 연인이었던 설지현을 자신의 손으로 해치울지 추측 가능한 단서가 조금도 제시되지 않아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천수호가 죽음을 앞두고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남긴 편지도 다소 의문스러웠다. 천회장의 본처이자 계모인 장여사(전수경)에게 “남편과 다른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그 이유로 나를 미워할 이유는 충분했다. 나의 존재로 받았을 당신의 고통을 알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당신이 나를 망가뜨렸다고 자책하지 마라. 나를 망가뜨린건 결국 내 자신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당신 탓이라고 원망했던 나를 용서하시기 바란다”고 행복을 빈 것까지는 감동스러웠다. 그러나 아버지·의붓 형 등 가족은 물론, 사랑하는 여자의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은채아, 그 진실을 덮는 데 공모한 신민석에게까지 편지를 남겼다는 설정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천수호를 살고 싶게 만들었던 유일한 인물인 설지현에게 쓴 편지에는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당신이 하려던 복수 꼭 성공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만 적혀있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남자 주인공의 중도 하차.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제작진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음이 당연하다. 극을 이끄는 캐릭터가 빠졌으니 이야기 흐름이 다소 무너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캐릭터가 제 자리를 잃은 것은 물론 이들 간의 관계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것은 비단 김정현의 하차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난 5주의 방송 동안 캐릭터 간 서사를 얼마나 허술하게 짜놓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꼴이다.

앞으로 약 3주의 시간이 남았다. 과연 ‘시간’이 앞선 전개의 빈틈을 극복할 만한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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