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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읽기] 열린다, 신화의 짜릿한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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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네 상상 중에 제일 말도 안 되는 걸/난 보여줄게 그게 뭐라도/터무니없이 기대치를 높여도 돼/손이 닿지 않을 만큼”

신화는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하트(Heart)’ 수록곡 ‘레벨(Level)’ 도입부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그러면서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신화에게 놀랄 필요 없다고, “당연하다는 표정 하나만 지어주면” 된다고 말한다.

10대에 데뷔했던 소년들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지낸 지금 이런 말들을 ‘치기어린 열정’ ‘막연한 자신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오히려 이 가사는 세월을 쌓아갈수록 ‘신화’라는 이름에 진짜 신화의 모습이 가려지는 아이러니한 시선들에 던지는 일종의 돌직구다.

신화는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지기까지 부지런히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낸 정규앨범만 13장, 오른 무대는 셀 수 없고 일으킨 센세이션 또한 손에 꼽을 수 없다. 음악 외 다른 것들에 집중하는 각종 이슈를 뒤로하고 그저 묵묵히 다양한 모습으로 한 발 한 발을 내딛었다. 누가 박수칠 때 떠나라고 했나. 그 누가 뭐래도 음악으로 자신들의 20주년을 축하하는 이들인데.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승자의 미소까지 짓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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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화려함 뺀 신화, 무엇이 달라졌나

그간 신화는 화려함을 바탕에 두고 각기 다른 콘셉트를 얹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최근 “힘을 뺐다”고 하는 타이틀곡들인 ‘터치(Touch)’ ‘표적’ ‘디스 러브(This love)’ 등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 스페셜 앨범 ‘하트’에서는 신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은 콘셉츄얼한 기조를 제대로 벗어났다.

그 방증은 앨범의 얼굴이기도 한 첫 번째 트랙 ‘인 디 에어(In the air)’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인 디 에어’는 처음 시도하는 일렉트로닉 하우스 장르 곡으로 깔끔하고 청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러스를 겹겹이 쌓거나 풍성한 사운드를 사용해 절정을 이루는 후렴구가 없다. 후렴이 나오기 직전 보컬이 점점 고조되는 사운드를 따라갈 듯 하지만 이내 원래의 차분한 톤으로 돌아온다. 의외였던 윤미래의 피처링은 조용한 흐름 속 적당히 피치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는 건 타이틀곡 ‘키스 미 라이크 댓(Kiss me like that)’에서 더욱 심화된다. 신화가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멜로디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울 줄 누가 알았을까. 멤버들은 오로지 기타 리프에 얹은 목소리로만 곡을 이끈다. 노래에는 귓가를 가득 채우는 고음도, 음표를 넘나드는 변주도 없다. 심지어 속삭이듯 가벼운 보컬과 래핑은 녹아내릴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곡의 감칠맛을 살리는 특별한 요소라고는 낮게 읊조리는 코러스와 브라스 사운드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에는 ‘흥’이 있다. 리듬감을 살리고 목소리의 질감을 활용해 곡을 맛깔스럽게 만든 내공 덕분이다.

이렇게 앨범이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차오르는 구성을 취하고는 있지만 단조롭지는 않다. 이후 나오는 수록곡들에서도 색다른 래핑과 트렌디한 장르를 만날 수 있다. 그러면서 ‘레벨’ ‘히얼 아이 컴(Here I come)’에서는 신화다운 파워풀함, ‘L.U.V’ ‘떠나가지 마요’에서는 신화 앨범 수록곡에 주로 실리던 부드럽고 풍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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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신화가 인도하는 짜릿한 세계

더 나아가 앨범 수록곡의 또 하나 공통점은 다른 아이돌이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곡들이라는 것이다. 대신 신화는 조용하지만 힘 있고 민첩한 몸놀림으로 곡에 대한 소화력을 차별화한다. 대중 속에 녹아드는 장르나 멜로디를 범접할 수 없는 것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애초부터 신화만이 할 수 있는 음악과 무대를 선보여 왔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그런 의미에서 ‘하트’는 본인들에게는 실험적이지만 겉으로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신화에게 꾸준히 주어지던 ‘대중성 확보’라는 숙제를, 어쩌면 처음으로 해결하는 앨범인 셈이다. 이는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함과 기존의 뿌리가 깊이 박힌 스타일만 고집하려 하지 않는 유연함이 만나 가능했다.

이렇게 ‘신화만의 색깔’이라는 틀을 벗어나 시야를 넓히자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갔다. ‘하트’에는 신선함과 대중성, 흔하지 않으면서도 신화의 장점을 포용한 명쾌한 흐름, 더 나아가 팬과 대중에 전하는 메시지, 아래를 보지 않고 위로 올라가려는 움직임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근래 신화가 낸 앨범 중 가장 고퀄리티로 여겨진다.

수록곡 ‘레벨’에는 “우리 이름 우리가 책임지지 신화”라는 가사도 나온다. 신화는 편협한 시선을 이겨내려 하는데 힘을 쏟지 않는다. 오히려 그 힘으로 부끄럽지 않은 발걸음을 만들어내 자신들을 증명한다. 그렇게 신화는 이번에도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젖혔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유롭게, 그리고 짜릿하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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