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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밥블레스유’부터 ‘쎈마이웨이’까지… 여성예능의 오리지널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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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밥블레스유' JTBC4 '비밀언니' SBS모비딕 '쎈마이웨이' (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2016년 발간된 ‘맞아 언니 상담소’(글 김혜정|비룡소)는 고민 상담 콘셉트의 카페 ‘맞아 언니’를 운영하는 네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다. 책에서 카페의 이름이 ‘맞아 언니’가 된 이유는 아이들이 ‘언니’를 ‘나’의 고민과 생각에 무조건 공감해 주는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자매 없는 여자들이 ‘언니’에게 갖는 판타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때로는 엄마처럼 든든하고 또 친구처럼 잘 통하는 언니가, 나에게도 있다면!

최근 방송가에는 이러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예능들이 여럿 나와 있다. 언니들의 푸드 테라피를 표방하는 올리브의 ‘밥블레스유’, 여자 스타들이 하루동안 자매가 되어 추억을 만드는 JTBC4의 ‘비밀언니’, 언니들의 거침없는 돌직구 조언을 들을 수 있는 SBS 모비딕의 ‘쎈마이웨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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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 방송화면)



■ 밥 잘 먹는 예쁜 언니들 ‘밥블레스유’

‘밥블레스유’는 최화정·이영자·송은이·김숙이 출연한다. 이들이 함께 식사하며 시청자들의 사연을 듣고 그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해주는 내용이다. 고민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아니라 당시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음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새롭다. 여기에 출연자들이 살아온 시간과 쌓아온 경력에서 비롯된 인생살이 팁도 들을 수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미식가로 유명한 출연자들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재미있는데 이들의 ‘푸드 테라피’는 허를 찌르기까지 한다. 이사를 앞두고 풍수지리가 좋게 나오지 않아 고민이라는 시청자에게 액운 쫓는 팥죽을 추천한 최화정, 6년 사귄 애인과 이별했다는 시청자에게 “상한 음식 먹고 배탈이 나면 잊을까”라는 이영자의 조언은 기발한 동시에 큰 웃음을 자아냈다.

게다가 출연진의 호흡에서 느껴지는 안정감도 있다. 최화정·이영자·송은이·김숙은 20년 우정을 자랑하는 연예계 소문난 절친들이다. 그래서인지 ‘밥블레스유’는 기획된 토크쇼가 아니라 출연자들이 편안하게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한 장면을 엿보는 느낌이다. 네 명의 언니들 역시 시청자뿐만 아니라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사연에서 떠오르는 자신들의 추억을 소개하며 돈독한 의리와 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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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4)



■ 언니와 동생이기에 가능한 공감 ‘비밀언니’

‘비밀언니’는 요즘 여자 연예인 팬덤 사이에 ‘힐링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어느 날 ‘동생’에게 ‘비밀언니’가 나타나 24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콘셉트다. 현재까지 배우 한채영과 레드벨벳 예리, 원더걸스 출신의 선미와 레드벨벳 슬기, 소녀시대 효연과 마마무 휘인이 비밀자매가 됐다. 최근에는 효연과 에이핑크 오하영, 샤크라 출신의 황보와 배우 남보라가 각각 새 비밀자매로 합류했다.

출연자들의 어색한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담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한채영과 예리는 세대 차이를 넘는 소통의 힘을 보여줬다. 자신보다 19살이나 어린 예리를 대하는 한채영에게서는 ‘꼰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 역시 이른 나이에 데뷔했기에 예리의 고충을 이해하는 듯했다. 이들의 대화는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런가 하면 선미·슬기와 효연·휘인은 모두 걸그룹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각각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동생 슬기와 휘인에게 선미와 효연은 자신들이 그 시기 겪은 것을 토대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치유받았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데뷔 초 밝게 웃어야 하는 게 어려웠다는 슬기나 활동이 즐겁지 않은 적도 있었다는 휘인의 고민은 비단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느껴볼 법한 슬럼프다. 이에 선미는 슬기에게 ‘나’만의 고유한 매력을 보여주면 된다는 현답을 내놓았다. 효연은 혼란스럽다는 휘인을 깊이 이해하며 “네가 그걸 느꼈다면 그릇이 커진 것”이라고 기특함을 표했다. 이러한 조언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시청자들에게도 크게 와 닿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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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모비딕 방송화면)



■ 언니들의 현실 조언 ‘쎈마이웨이’

‘쎈마이웨이’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와 래퍼 치타가 시청자들의 고민 상담사로 나선 프로그램이다. SBS 모바일 플랫폼 모비딕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지난해 8월 처음 공개됐다. 약 1년간 누적조회수 1800만 뷰를 돌파했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이에 오는 9월에는 원더우먼 페스티벌과 컬래버레이션 행사를 열 계획이다.

‘쎈마이웨이’에 도착하는 사연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시청자들은 친구·연인간의 고민부터 젠더·정치에 대한 이슈까지 제아와 치타 앞에 풀어 놓는다. 제아와 치타가 장르를 불문하고 언제나 사이다처럼 통쾌한 답을 내놓는 덕분이다. 이를테면 ‘쎈마이웨이’에서는 연상연하 커플의 사연에 대해 조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상녀는 있는데 연상남이라는 표현은 왜 없냐’는 의문을 던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공개된 23회 ‘아이돌 덕후’ 편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아이돌에 푹 빠져 산다는 한 시청자는 ‘아이돌 팬’을 향한 사회의 편견에 대해 호소했다. 그러면서 “냉정하게 봤을 때 내가 지금 쓸모없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냐” 물었다. 이에 치타는 “내가 내 행복을 추구하면서 내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팬 생활에 내 생활을 갈아 넣지 말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내 삶에 녹이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치타는 또 자신으로 하여금 공황장애를 극복해나간다는 한 팬의 사연을 소개하며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 ‘여자판 OOO’이 아니라 ‘여성 예능’ 그 자체로

‘밥블레스유’ ‘비밀언니’ ‘쎈마이웨이’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여자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그간 방송가의 주류는 남성으로 이뤄졌다.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도 남성 위주였다. 간혹 여성 연예인만 출연하거나 여성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이 나오면 ‘안방극장에 여풍(女風)을 몰고 왔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바꿔 말하면 일종의 돌연변이 취급을 당한 셈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대다수는 남성 예능의 아류작으로 시작됐다. MBC ‘무한도전’의 여자판 ‘무한걸스’나 ‘라디오스타’의 여자판 ‘비디오스타’ 등이다.

이와 비교하면 ‘밥블레스유’ ‘비밀언니’ ‘쎈마이웨이’는 여성 예능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부를 만하다. 방송가는 물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남성 중심 사고가 만연하다. 그 속에서 ‘밥블레스유’ ‘비밀언니’ ‘쎈마이웨이’는 여성들만이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이야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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