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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자Pick] 지코·스텔라장·박재정, 여유 속 바로 잡힌 중심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8월 첫째 주(7월 30일 월요일~8월 5일 일요일)의 앨범은 지코, 서울문, 스텔라장, 아이콘, 박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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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코 싱글 ‘SoulMate’ | 2018.7.30.

‘소울메이트(SoulMate)’는 지코가 1년 만에 내는 신곡이자 아이유와 호흡을 맞춘 곡으로 발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코와 아이유는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08년, 아이유의 ‘마시멜로우’에서 함께했다. 이제는 그와 반대로 아이유가 지코의 노래에 참여한 셈. 다만 시간이 흐른 만큼 업계에서 지니는 아이유와 지코의 위치 또한 당시와 매우 달라졌다. 그래서 이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호흡이다. ‘소울메이트’에서는 ‘마시멜로우’의 풋풋했던 기운과 달리 마냥 어린 것도, 성숙한 것도 아닌 어디쯤에 서 있는 청춘을 엿볼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부터 시작해 두 화자가 만나기까지, 서사가 있는 ‘소울메이트’의 내용은 지코와 아이유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노래 또한 나른한 듯한 목소리로 밀당을 시도하며 9년 전과 다른 노련함으로 마디마디를 채운다. 특히 ‘소울메이트’는 맨 처음 들었을 때 조금은 낯선 감상을 주는데 여러 번 들으면 이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즉 몰라보게 성장한 두 아티스트가 신선하고도 대중성 있는 곡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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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문 싱글 ‘코코넛 러브’ | 2018.7.31.


노래의 시작이 귀엽다. 앨범 커버 속 오로라 빛깔의 소라가 판타지 만화를 연상케 하는 것처럼 ‘코코넛 러브’는 장난기 가득한 사운드 소스로 치고 나온다. 서울문 특유의 코러스와 반복되는 가사와 미디악기의 리프는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노래의 여백이 많아졌다는 것. ‘코코넛 러브’는 보컬과 멜로디라인을 주고받듯 반복적으로 구성해 듣는 재미와 함께 공간감의 밸런스를 맞췄다. 멤버들 역시 조금은 힘을 뺀 듯한 목소리로 계속 유지하다가 특정 구간에서만 세게 소리를 내 강약조절을 확실히 했다. 그로 인해 이번 신곡의 결은 조금 달라졌다. 그간 서울문의 노래 대부분이 신나는 바캉스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었는데, ‘코코넛 러브’는 좀 더 여유롭고 낭만적인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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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장 싱글 ‘I GO’ | 2018.8.2.

제목부터 스텔라장스럽다. 스텔라장은 힘이 들 때 저절로 나오는 소리인 ‘아이고’와 나아간다는 의미의 ‘아이 고(I GO)’를 중의적으로 해석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노래는 “아이 고/아이 고”라며 익숙한 듯 편안한 멜로디로 리스너들을 반기다가 분위기가 전환되는 파트를 지난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아이 고/아이 고”의 멜로디가 치고 나오며 반복되는 식으로 흘러간다. 이 같은 재미는 깔끔한 색채에 더해져 스텔라장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아울러 담백하고 산뜻한 기타 연주가 더해지는 후렴구에서는 포크송이 주는 다정한 느낌도 제대로 산다. 중간 중간 나오는 자전거 소리 등도 한 몫 한다. 그래서 노래는 도시에서 겪는 힘든 나날들을 이야기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적한 시골에 간 듯한 여유를 준다. 물에 화려한 컬러가 흩뿌려진 듯 투명한 다채로움이 특징이었던 스텔라장. 이번 곡을 통해서는 이를 바탕으로 미니멀한 자연의 색까지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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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콘 미니 ‘NEW KIDS : CONTINUE’ | 2018.8.2.

‘죽겠다’는 아이콘의 대표곡이 된 ‘사랑을 했다’와 비슷한 구성을 띠고 있다. 후렴구가 맨 앞에 배치돼 “죽겠다” 파트가 시작부터 나온다. 그 후 잔잔하게 곡이 흘러가면서 별다른 클라이맥스 없이 심플하게 진행된다. 그러다가 후반부에는 파워풀한 코러스를 통해 약간의 변화를 꾀한다. 그로 인해 ‘죽겠다’가 ‘사랑을 했다’와 별다를 바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곡의 차이는 ‘사랑을 했다’가 좀 더 멜로디컬하고 ‘죽겠다’는 화려한 편이라는 점에서 온다. 아이콘은 노래의 스타일에 따라 보컬 및 랩의 분위기를 달리했다. 덕분에 귀에는 익으면서도 또 다른 개성이 묻어나는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앨범 ‘비긴(Begin)’으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아이콘은 ‘리턴(Return)’을 거쳐 이번 앨범 ‘컨티뉴(Contiue)’로 서사를 끝냈다. 마지막 타이틀인 ‘컨티뉴’는 끝이 아닌 ‘계속’을 의미하는 것처럼 아이콘은 새 타이틀곡 ‘죽겠다’로 앞으로 자신들이 보여줄 색깔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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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정 싱글 ‘가사’ | 2018.8.4.

박재정은 소속사에서 ‘발라드의 정수’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클래식함을 잘 따르는 가수다. 이전 곡 ‘시력’에서는 윤종신과 그와 함께하는 인물들의 분위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면, 신곡 ‘가사’는 박재정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박재정은 신곡의 작사 작곡을 했다. 오롯한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의 듀엣으로 멜로디는 한결 담백하다. 힘을 주며 내지르듯 뱉어내는 고음도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해 깨끗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가사에서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가사를 쓰는 마음’을 담는 비유로 허를 찌른다. 첫 자작곡인 만큼 오히려 힘을 뺀 본질만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독특한 점은 박재정의 노래를 들으면 윤종신, 성시경, 김동률이 묘하게 섞였다는 느낌이 드는데, 또 여러 명이 혼재된 애매함으로는 남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세 가수는 앞서 나온 표현인 ‘발라드의 정수’로 불리는 이들이다. 이런 감상은 박재정이 겸손함을 갖추면서 기교로 점철된 것이 아닌 ‘진짜’를 부르고 있음을 증명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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