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강기영도 ‘만찢남’(만화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계속 어필하고 있어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강기영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만찢남’ 수식어가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극 중 강기영은 주인공 박서준(이영준)과 박민영(김미소)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강기영이 분한 박유식은 유명그룹 사장이자 이영준의 둘도 없는 친구다. 자칫 ‘주인공 친구’ 역할에 그칠 수 있던 박유식이라는 캐릭터를 살아 숨쉬는 인물로 만든 건 배우 강기영의 힘이다. “오너야”라는 대사를 그렇게 맛깔스럽게 살리고 친구 이영준의 독설에 “방금 짓궂었어”라고 원망하는 표정까지 그처럼 마침맞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극을 풍성하게 만든 다채로운 캐릭터들 속에서도 강기영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 작품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의심하진 않았지만 이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원작에는 로맨스만 있다 보니까 소재가 한정적이긴 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원작에 없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줘서 더 잘 된 것 같아요. 박유식 캐릭터도 기대 이상이었죠. 내가 싱크로율을 높여서 잘하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거라는 확신은 있었는데 이 정도로 열광해주실 거라곤 예상 못했어요. 요즘 ‘박경솔’로 불리고 있어요”(웃음)

▲ 전작 캐릭터들과 어떻게 차이점을 뒀는지 궁금해요.

“우선 웹툰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또 특징도 많은 인물이라서 창조보다는 모방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딱 맞아떨어졌어요. 그리고 극 중 유식이와 영준이 사이에 확실한 상하관계가 있잖아요. 그런 걸 표현하면서 변화 아닌 변화를 준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제 눈에는 비슷해 보이기도 한데 최대한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죠. 진짜 많이 못 바꾸겠다 싶으면 5%라도 바꾸려고 해요. 그래야 나도 표현의 폭을 넓혀갈 수 있으니까요. 전작과 조금이라도 바뀌었다고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 실제 성격에서 박유식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많이 비슷해요. 어디 가서 주도적이진 않아요. 주도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게 따르는 입장이고. 또 연애 상담 등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늘 중립을 유지하려고 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유식이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경솔함도 많이 닮았었는데, 이제 경솔하면 잃을 게 많아서 조심하고 있어요”(웃음)

▲ 극 중 박유식은 몸이 허약하다는 설정이었는데 실제로는 몸도 좋은 것 같아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 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그 효과가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수트를 입어야 하니까 더 신경 쓴 부분도 있고요. ‘로봇이 아니야’ 때도 수트를 입었는데 그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죠. 이번 작품 들어가면서 살은 5kg 정도 빼고 시작했어요. 아쉬운 게 하나 있어요. 처음에 운동을 많이 하고 제법 몸을 만들어놨었는데 후반부에 베드신이 있을 줄 몰랐죠. 베드신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어쨌든 셔츠 정도는 벗으니까. 이럴 거면 운동 계속 할 걸 싶더라고요. 운동을 더 해서 아예 상의를 다 벗어버리는 게 캐릭터와는 동 떨어져도 이슈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글렀죠 뭐.(웃음) 내 욕심에는 그 장면 찍을 때 펌핑도 하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허약해서 건강식품을 챙겨먹는 유식이가 너무 몸이 좋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갔어요”



▲ 박유식이 아니라 이영준 캐릭터를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번에 같이 하면서 박서준이라는 배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대사나 톤이 불편할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걸 이겨내고 하더라고요. 불편한 대사를 아주 유연하게 치고 그 속에 개그도 포함시키고. 감히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대성할 배우라고 생각해요”

▲ 인지도가 높아진 건 실감이 나나요?

“정말 많이 알아봐 주세요. 대중의 관심이 체감할 정도로 확실히 커졌어요. 좋죠, 신기하고. 부모님도 너무 뿌듯해하세요. 부모님 지인 분들도 나를 보면서 연기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좋으실 것 같아요”

▲ 작품 끝나고 바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수성이 있는 직업이잖아요. 또 잘했을 때 빛이 나는 직업이고. 옆에서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친구가 있는데 이걸 속이면 상대방이 서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열애 기사가 나간 뒤) 질투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응원한다고, 예쁜 사랑 하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내 팬분들은 나를 정말 배우로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이돌 팬들처럼 나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떠나는 분들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

▲ 키스신이나 베드신을 찍을 때 신경 쓰였겠어요.

“많이 신경 쓰였죠. 서로 처음인 거잖아요. 내가 그런 진한 애정신이 처음이었듯이 그걸 경험하는 친구도 처음이니까. 그런데 서로 배려를 많이 해준 것 같아요. 나는 많이 미안해하고. (…) 여자친구한테 유식이가 늘 하는 조언의 시행착오를 안 하려고 노력해요. 또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고. 잘 만나면 결혼까지 가겠죠. 인연이 되고 잘 발전되면 감사한 일일 거예요. 그런 상황이 되면 그때도 안 숨길 것 같아요”

▲ 촬영하면서 애드리브도 많이 했나요?

“‘오너야’라는 대사의 경우는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 그걸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니까 특화가 된 거고, ‘영준이야’는 한 번 내가 의도치 않게 영준이를 그렇게 부른 걸 작가님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그 이후로 ‘오너야’가 줄어들고 '영준이야'가 많아졌죠. 애드리브를 너무 많이 하면 작가님께 누인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많이 허용해주시고 맥락에 벗어나지 않는 건 다 수용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고 말하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는데, 그때도 애드리브 한 걸 좋아해주셨어요”



▲ 다작을 하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일을 많이 못했던 시절의 한이 아직 있나 봐요. 내가 지금 엄청 바쁘다고 생각 안 해요. 일을 너무 하고 싶었던 적이 수 년 있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너무 행복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언젠가 과부하는 분명 오겠죠. 그럴 때 쉴 여유가 있으면 쉬는 거고. 그런데 좋은 작품이 들어오니까 안 하긴 너무 아쉽고 욕심이 나는 거죠. 내 욕심인 것 같아요. 또 작품도 작품이지만 나를 써주셨던 감독님이 부르면 되도록 가고 싶어요. 그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유식이만 봐도 전처와의 스토리가 있었잖아요. 다음에도 내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어요. 주인공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승전결이 있는 캐릭터요. 그런 캐릭터가 표현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주인공 욕심도 없지는 않아요. 연기를 오래 할 거니까 계속 하다보면 주인공도 언젠가 하지 않을까요?”

▲ 배우로서의 고민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지,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표현할지가 고민이에요. 또 나한테는 다른 톤의 연기를 해야 하는 숙제도 있잖아요. 작품도 더 많이 보고 많이 연구해야죠”

▲ 대중에게 바라는 점이 한 가지 있다면요?

“지금 너무 감사하게도 호평을 많이 해주시고 호감을 많이 보여주고 계세요.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 좋을 수만 있겠어요. 내가 실수를 할 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럴 때도 인간미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계속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호감을 갖고 봐주시니까 작은 실수에도 반감이 생길까봐 두렵기도 해요”



▲ 연기 생활을 오래 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긴 시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신념 같은 것이 있나요?

“상황이 계속 바뀌잖아요. 금전적 여유도 생기고 상황이 나아지긴 해요. 그런데 환경이 변하는 거지, 사람은 초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연기 현장이 너무 즐거워요. 그렇게 계속 즐겁게 연기 생활을 하고 싶어요”

▲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평가는 무엇인가요?

“식상하다는 말을 듣는 게 제일 무서워요. 대중은 다양한 모습을 원하시니까 그만큼 변화를 많이 줘야죠. 또 그렇게 변화를 주면서 연기해야 스스로도 안 지칠 것 같아요”

▲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시청자와 관객이 행복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나의 연기로 힐링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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